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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넘치는 미운 아기오리 가족

안데르센 세계명작 삽화 공모전

by Chong Sook Lee
(그림:이종숙)

미운 오리가 따로 없습니다.

누구나 미운 오리가 되지만 미운 오리도 사랑도 하고 그리움도 있습니다. 미움을 사랑으로 받아들일 때 미운 오리는 사랑스러운 오리가 됩니다.




엄마 오리는 여섯 마리의 새끼 오리를 낳았어요. 오리들이 어렸을 때 잠도 잘 자고, 잘 먹고, 말도 잘 듣는 착한 오리들을 엄마 오리는 많이 사랑했어요. 그런데 커가면서 오리들은 말을 안 듣고, 제 마음대로 고집을 피고, 하라는 것은 하지 않고 제 맘대로 살고 싶어 했어요. 순하고 착한 줄 알았는데 다들 고집도 세고 욕심도 많아 서로 싸우며 미워했어요. 자기가 좋아하는 오리 하고만 놀고 싫어하는 오리를 뒤에서 욕하며 같이 놀지 않았어요. 말도 안 듣고 하라는 일도 안 해서 엄마는 야단을 쳤지만 오리들은 제 갈길로 가며 말썽만 부렸어요. 오리들 생긴 것은 거의 비슷했지만 성격은 다 달랐어요.


같은 엄마 오리 뱃속에서 나왔는데 어쩌면 다들 미운 짓만 하는지 엄마 오리는 너무 슬펐어요. 첫째는 고집 세고 말이 없어 속을 알 수 없고 둘째는 욕심이 많아 저만 알지만 마음이 약해서 인정은 많았고 셋째는 재주가 많아도 몸이 약하고, 넷째는 심술궂어도 다정하고, 다섯째는 애교가 많아도 변덕이 심하고, 여섯째는 아직 어려서 하라는 대로 했지만 아무도 엄마 오리 마음대로 되지 않았어요. 그중에 심술궂은 둘째는 이리저리 다니며 말썽만 피우니 아무도 놀아주지 않고 구박을 받는 것이 슬프고 외로워 심술이 나서 반항을 하고 집을 나갔어요. 자신은 쓸모없는 오리라고 생각하며 길을 걸었어요.


길에서 우연히 친구 오리를 만나 친구 집에 자면서 지나온 날들을 생각하니 아무도 자신을 사랑하는 가족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친구와 하루 이틀 살다 보니 엄마 아빠 오리가 보고 싶고 형제자매 오리들이 그리웠지만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어요. 집에 가면 하고 싶은 것도 못하고 형제들은 끼리끼리 자기만 빼놓고 놀 것을 생각하니 가고 싶지 않았어요. 친구 오리는 마음을 이해해주고 놀리지도 않고 생긴 것도 비슷해 어디를 가도 예쁘다고 했어요. 그렇게 시간이 가고 오리는 어른 오리가 되었지만 마음속에 가족을 향한 그리움은 더 커져만 갔어요.


(그림:이종숙)


어른 오리가 되어 어릴 적 모습은 보이지 않아도 여전히 오리였어요. 색이 변하고 헤엄도 잘 치고 적이 오면 멀리 날아갈 수 있어도 엄마 아빠 오리가 보고 싶고 언니 동생 오리들이 보고 싶었어요. 어느 날 멀리 사는 가족 오리를 보러 가기로 했어요. 가서 보니 가족은 가족인데 그 옛날의 가족이 아니었어요. 다들 멋지게 살고 있었어요. 형제 오리들은 가족을 만들고 자기 가족을 사랑하며 살고 있었어요. 엄마 아빠 오리는 쓸쓸하게 동네 시냇물에서 헤엄을 치며 오리가족을 기다리고 살아가고 형제자매 오리들은 어쩌다 한 번씩 다녀가는 것이었어요. 이제 엄마 아빠 오리는 늙었고 형제 오리들은 각자 살기 바쁩니다.


그리워서 찾아간 고향에서 슬픔만 가득 안고 집을 향한 오리는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너무 일찍 집을 떠난 오리는 부모도 형제도 없는 곳으로 가서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그러다가 친구도 사귀고 사랑을 하며 가족이 생겼습니다. 그리움도 기다림도 잊은 채 가족만을 위해 열심히 살았습니다. 엄마가 된 오리는 새끼 오리들을 사랑하며 살았답니다. 그런데 새끼 오리들도 자라면서 말도 안 듣고 하고 싶은 것만 하는 거예요. 어릴 적 형제들처럼 고집 세고 심술궂고 욕심 많았던 아기 오리들을 보며 지난날이 생각납니다. 놀고 싸우며 함께 살며 사랑하는 것을 배우며 삽니다.


어느 날 새끼 오리들도 가족을 떠나 멀리 가서 또 다른 가족을 만들게 되는 날이 되어도 그리움은 언제나 마음속에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미운 오리 들입니다. 미운 오리들이 자라서 미운 오리를 낳고 기르며 사랑을 배웁니다. 사랑받고 외롭지 않을 권리가 있습니다. 태어나 자라고 어른이 되어 집을 떠나도 가슴속에 남는 그리움을 안고 삽니다. 가족이라 해도 오리들은 생긴 것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답니다. 다르기에 서로 사랑하고, 자라면 서로를 떠나기에 그리워하고 후회하며 사는 것입니다. 함께 있을 때 서로의 소중함을 세월 따라 배웁니다. 다시 돌아갈 수 없어도 그 옛날 사랑했던 마음을 안고 살아가는 사랑이 넘치는 미운 오리 가족은 오늘도 시냇물에서 헤엄을 치며 떠나온 가족을 그리워하고 하루하루 살아갑니다.


(그림: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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