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커먼 먹구름이
무섭게 인상을 쓰고
소리를 지르며 번쩍번쩍 빛을 보낸다
깜짝 놀란 바람이 세상을 뒤집으며
신호를 보낸다
비는 더 이상 하늘에
머무를 수 없다고
환호성을 지르며 세상으로 나온다
구름 속에 숨어있던 빗물이
땅으로 곤두박질친다
땅을 차고 튀어나와 떨어져
친구들과 어디론가 흐른다
같이 가던 친구는
하수구에 빠져 어디론가 가버리고
다른 친구는 웅덩이에 빠져
헤어나지 못한 채 웅크리고 있다
나무 위로 떨어지고
지붕으로 떨어지며
친구들은 모두 헤어져 가버린다
구름은 서로 숙덕거리더니
다른 곳으로 가버리고
구름 속에 잠자던 해님이
기지개 켜며 세상을 비춘다
어디를 갈지 모르고
길거리에 누워있던 빗물은
해님이 다 말려 버리고
잔디 속으로 피신했던 비들은
땅속으로 숨어버린다
같이 떨어졌던 친구는
다 어디로 갔을까
하수구로 들어간 친구는
지금쯤
강으로 떠난 친구를 찾았을까
구름 속에서
함께 하자던 약속을 잊지는 않았겠지
구름도 가버리고
바람도 사라졌다
햇살이 눈부시게 세상을 비추며
친구가 되어 같이 가자고 한다
구름 속에 넣어둔 슬픔은 비가 되어
세상을 깨끗이 닦아주고
빨갛고 노란 꽃들은
예쁘게 피어난다
파란 하늘에 새들은 날아다니고
노랑나비 흰나비 춤을 추며
벌들은 꿀을 모으며
세상이 멋지게 돌아간다
구름이 다시 올 때까지
자연은 평화롭게 자란다
맑은 하늘은
무섭던 먹구름도 괴성도
다 묻어 버리고
세상을 비춘다
소나기는 무지개를
하늘에 예쁘게 깔아놓고
아무렇지도 않게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