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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에 사는... 갈매기의 일상

by Chong Sook Lee
(이미지출처:인터넷)

무슨 일이 생겼나 보다. 갈매기들이 난리가 났다. 먹을 게 많이 생기기 전에는 옴짝달싹 하지 않는 게을러 보이는 갈매기들이 하늘을 떼로 날아다니며 끼룩끼룩 댄다. 갈매기들이 쓰레기통 위를 정신없이 들락날락한다. 자세히 보니 식당 뒤에 놓여있는 쓰레기통이 열려서 봉투를 찢고 버려진 음식 찌꺼기를 꺼내 먹느라 난리가 났다. 동네방네 떠들어대며 식구들을 부르느라 엄청 분주하다. 주유소가 있는 빌딩에는 여러 나라의 식당이 자리 잡고 있다. 월남 국숫집도 있고 아프리카 식당도 있고 튀김닭 집도 있고 작은 슈퍼도 있다. 당연히 공동으로 사용하는 커다란 쓰레기통이 있다. 동네를 걸어가다 보면 작은 몰을 지나게 된다. 새들이 바쁘게 날아다녀서 무슨 일인가 보았더니 쓰레기통이 열려있고 쓰레기봉투가 찢어져 음식이 여기저기 땅바닥에 돌아다닌다.


식당들 뒤에다 갖다 놓은 쓰레기통을 닫지 않고 누군가 열어 놓아서 새들은 먹을 것이 생겨 좋지만 건강상 안 좋다. 새들이나 짐승들이 먹을 것이 없어 마을로 내려와 피해를 보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물이 많은 나라로 손꼽히는 이 나라에는 갈매기들이 많다. 물에 사는 갈매기들도 많지만 육지에 서식하고 사람들이 버린 음식 쓰레기를 먹으며 사는 갈매기들도 많다. 겨울이 길고 추워서 인지 아주 도시로 서식지를 옮겨와 사는 갈매기들은 동네를 끼고 있는 쇼핑 몰 근처에서 산다. 그곳에서 쉽게 음식 사냥을 할 수 있음을 그들도 아는 것이다. 갈매기는 쇼핑 몰 주차장에 터를 잡고 다른 새들은 접근하지 못하게 하고 낮잠 잘 때도 새 몇 마리가 경비를 서며 지킨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할 것 없이 먹이 앞에서는 그 무엇도 양보하지 않는다. 지난해 어느 날 저녁 산책을 하러 나갔는데 온 동네 까치들이 동네 가운데 커다란 나뭇가지에 다들 모였다. 깍깍대는 소리가 너무 시끄러워서 무슨 일인가 가까이 가 보았는데 죽은 다람쥐 하나를 놓고 시식을 하는 중이었다. 혼자 먹지 않고 동네 까치들을 다 불러놓고 차례대로 시식을 하는데 순서를 주관하는 까치가 있고 규율을 따르지 않고 새치기를 하는 까치는 대장 까치가 와서 무섭게 쪼아대며 소리를 치며 쫓아내는 것을 보았다. 동물 세계에도 엄격한 규율이 있다는 것을 보고 놀랐다. 멀지 않은 곳에 커다란 쇼핑 몰 주차장에 갈매기가 많다. 나무도 없고 삭막한 주차장에 거주하는 육지 갈매기는 무엇을 먹고 사는지 별로 움직이지도 않고 늘 주차장에서 꾸벅 거리며 졸고 있다.


사람이 지나가고 끼룩거리며 놀라지도 않고 도망가거나 날아가지도 않는다. 먹이가 있는 곳을 알기 때문에 멀리 가지도 않고 다른 새에게 구역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자리를 잡고 산다. 쇼핑 몰에는 커다란 식당들이 있어서 음식 찌꺼기를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배를 채운다. 쓰레기 종량 봉투에 넣어 꽉 묶어 놓아도 새들의 부리로 찍으면 맥없이 찢어져 그 안에 있던 음식들이 나온다. 재수가 좋아 고깃덩어리 라도 나오면 여러 마리가 덤벼서 뜯어먹기도 하고 차례차례 순서대로 나눠 먹기도 한다. 가정집 쓰레기봉투를 쓰레기 걷어가는 날에 내놓으면 까치와 까마귀가 찢어서 속에 있는 쓰레기를 내놓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 그것이 싫어 쓰레기 차가 오는 날 아침 시간에 맞춰 내놓으면 그나마 괜찮았다.


그렇게 오랜 세월 살아왔는데 요즘에는 쓰레기 분류가 시작되면서 정부에서 커다란 통을 두 개씩 각 가정에 배부해 주었다. 하나는 음식 찌꺼기 담는 통이고 하나는 일반 쓰레기 담은 통이다. 재활용은 재활용 봉투에 넣어 쓰레기통 옆에다 놓으면 가져간다. 그렇게 하고 나니 새들이 쓰레기봉투를 찢지 못하게 되어 너무나 좋다. 쓰레기봉투를 찢어 속에 있는 쓰레기가 나와 뒹굴어 다니면 온 동네가 지저분하고 바람 부는 날에는 더더욱 골치 아픈데 통에 넣어 놓으니 더 이상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쇼핑 몰 뒤에 있는 쓰레기통도 그렇게 해놓으면 좋겠지만 쓰레기가 워낙 많이 나오는 바람에 여럿이 사용하는 커다란 쓰레기통을 쓴다. 사람들이 쓰레기봉투를 넣고 쓰레기통 뚜껑을 닫지 않으면 새들이 기가 막히게 냄새를 맡고 쓰레기통을 뒤지면 난리가 난다.


네 것 내 것 할 것 없이 쓰레기통을 잊지 말고 닫아야 하는데 조금 힘들고 귀찮다고 대충 던져놓고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결국 냄새가 진동하고 파리가 생기고 음식 쓰레기가 뒹굴어 다니게 되면 피해가 다시 사람들에게 돌아오는 것을 알만한데도 무심하게 산다. 쓰레기가 난무하여 갈매기나 들짐승들이 쓰레기통을 들락거리며 사람들과 가까워지고 있다.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고 음식을 찾아 도시로 출몰하는 야생동물들이 많아지고 피해가 많아지며 사람들은 두려워한다. 원래의 서식지에서 먹을 것을 찾아 먹으며 생존해야 하는데 쉽게 찾아먹는 법을 그들에게 알려주고 있다. 차가 세워져야 할 주차장에는 수많은 갈매기들의 똥으로 걷기마저 불편하고 주인 노릇을 하며 살아가는 주차장의 갈매기들은 거드름 핀다.


먹고 자고 식구수 늘리며 배고프면 쓰레기통 뒤져 먹을 것 찾아 먹는 게 그들의 삶이다. 쓰레기통이 닫혀 있으면 바다로 돌아갈 텐데 오늘도 도시 갈매기들은 주차장을 점령한다. 끼룩거리며 배를 채우던 갈매기들이 빌딩 뒤에 있는 공터로 가서 하나 둘 앉아 휴식을 취하는 자세로 앉는다. 배가 부른 갈매기 들은 꾸벅꾸벅 졸기 시작하고 두세 마리의 경비 갈매기들만 갈매기 주위를 빙빙 돈다.


(이미지출처:인터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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