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엇을 알고 살아왔는가? 앞으로 무엇을 더 알아야 하는가? 나는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가? 아는 것이 없다는 것을 몰랐다. 정말이지 나는 몰랐다. 내가 왜 태어났는지 모른다. 물론 부모님의 사랑으로 태어났다. 내가 태어나서 자라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하고, 이민 오고, 세 아이들을 낳고, 이렇게 나이 들어 늙어갈 줄 몰랐다. 살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내가 알아서 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세월이 지금의 나를 데리고 여기까지, 오늘까지 왔다. 앞으로 나는 무엇이 되어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 나는 지금까지 내가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자부하며 살았다. 때로는 남보다 잘났다고 거만을 떨었고 남보다 많이 가졌다고 과시도 했었다.
잘하지도 못하면서 조금 잘한다고 앞장서서 잘난 체를 했다. 나보다 못나 보이면 무시하고 깔보며 사람 취급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가만히 앉아서 생각해보니 아는 것이 정말 없었다. 같잖은 지식이나 기술로 건방만 떨고 살았다. 나는 내일을 모른다. 아무도 내일을 아는 사람은 없어도 내일을 희망하며 꿈꾸며 산다. 인터넷으로 정보를 알아낼 수 있지만 순수한 나의 지식이 아니다. 한 편의 영화를 열중해서 보지만 그 끝조차 모른다. 백여 회의 드라마에 빠져 다 알 것 같은 최종회의 종말도 모른다. 부모의 마음도 남편과 자식들의 마음도 모른다. 다 좋은 방향으로 상상하며 다 안다고 생각한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여전히 나는 안다고 생각하고 산다. 하늘이 왜 파란지, 바다가 왜 깊은지, 땅은 왜 그리 넓은지 한 번도 깊이 생각해 보지 않고 살아왔다. 어쩌면 생각은 했을지도 모르지만 그저 그런가 보다 생각하며 살아왔다.
나를 스쳐간 과거라는 바람은 지금 보이지 않지만 아주 없어진 것은 아니다. 옆에 없어 눈에 보이지 않고 만질 수 없기 때문에 없는 듯 하지만 어딘가에 있다. 계절이 돌고 돌듯이 과거와 현재와 미래는 보이지 않는 바람이 되어 돌고 돈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지금 이 순간의 나라고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것 자체도 나는 모르겠다. 글을 쓰는 순간이나 그림을 그리는 순간조차 내 마음을 모른다. 순간순간 생각이 바뀌고 마음이 변한다. 좋고 싫고 하기를 반복하면 무엇을 내가 정말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사람들도 만나면 만날수록 더 모르겠다. 알 것 같았는데 시간이 가면 전혀 모르겠다. 알다가도 모르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라더니 살면 살수록 더 모르겠다.
살면서 여러 가지 계획을 세우며 살아도 계획대로 되는 것은 별로 없다. 한평생 살면서 원하는 것 세 가지를 이루면 행운아라고 한다는데 그 세 가지를 이루지 못하고 죽는 사람도 엄청 많다. 물론 무엇을 원하는 것에 따라 이야기는 달라지지만 그만큼 세운 계획을 이루기가 힘이 든다. 처음에 무언가를 하려고 할 때는 노력을 하면 되리라 생각하지만 그 일을 성공하기 위해서는 노력에 합당한 여러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노력과 정렬과 끊임없는 배움과 깊은 지식과 인내가 필요하는 것을 모르고 시작하고 갈팡질팡한다. 한 세상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 나는 몰랐다. 어른이 되면,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다 키우면 다 되는 줄 알았다. 열심히 일을 하고 돈을 모으고 집을 사면 만사가 다 해결된 것이라 생각했다. 시간이 없어서하고 싶은 것들을 못할 때는 정년퇴직을 하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막상 퇴직을 하고 보니 그것이 끝이 아닌 것을 알았다.
거의 다 이루었다 생각했는데 시작에 불과했다. 앞으로 내게 남은 날들을 살아야 한다. 어떤 날들이 내게 올지 모른다. 햇볕이 쏟아지는가 하면 갑자기 소나기 도 오고 주먹만 한 함박눈도 올 때가 있다. 내 희망은 나만의 희망일 뿐 세상의 희망이 아니다. 잘 나갈 때 천천히 가고, 손뼉 칠 때 떠나고, 있을 때 잘하라는 말들은 명언이다. 우리는 한 치 앞을 모른다. 아는 줄 알았더니 아무것도 몰랐다. 모르는 것 투성이다. 친구인 줄 알았더니 적이고 가까운 줄 알았더니 먼 거리였다. 조심하고 살았더니 소극적인 사람이 되었고 조용히 살았더니 바보가 되었다.이렇게 오랜 세월이 흘러 나이가 먹은 다음에야 알게 된 많은 것들은 어쩌면 껍데기일지도 모른다. 보고 들은 것 외에 해보지 않은 것들도 많은데 감히 나는 인생을 다 아는 듯이 말해왔다.
"인생은 '무' 다."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은 평생 도를 닦으며 살았던 성현들의 말이다. 인생 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깨달음을 우리는 모른다. 자신을 알기가 얼마나 어려운가? 자신도 모르는데 남을 안다는 것은 정말 어렵다. 어쩌면 거의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바퀴가 구르는 힘에 의해 계속 구르듯이 어쩌면 우리 모두도 어떤 힘에 의해 돌고 도는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모르고 지금껏 살아왔듯이 앞으로도 모르며 살아갈 것이다. 많이 안다고 생각했던 모든 것들은 착각이다. 한 치 앞 도 모르는 것이 인생인데 무엇을 안다고 할 수 있단 말인가? 나는 내가 이렇게 아무것도 모르며 한평생을 살았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