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온도가 체감온도로 영하 28도다. 이런 날은 산책을 나가기 겁이 나서 가만히 앉아 있는데 수영장에 열심히 가던 날들이 생각난다. 지금이라도 수영장 문이 열려 있으니 가면 되지만 코로나로 심란한데 위험을 굳이 택할 필요는 없다.
세월 속에 잊고 살다가 다시 생각나는 것들이 있다. 별것 아닌 것들이 그리워지고 새삼스러워 그때로 돌아가고 싶어 질 때가 있다. 매일 같은 일상이 짜증 난다고 했던 날들이 이젠 돌아갈 수 없는 날이 되어간다. 아무 때나 생각나면 만나서 웃고 떠들던 일상은 특별한 일상이 되었다. 규제를 따라야 하고 사람들이 많은 곳을 가기 위해서는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
사람들로 바글바글하던 체육관을 가지 못한 지 2년이 되어간다. 일어나서 아침을 먹고 매일같이 가던 체육관은 병균을 옮긴다는 이유로 닫아서 못 다니게 되었다. 사이사이 열고 닫으며 사람들은 갈등 속에 아주 체념하고 발을 끊는 사람도 있고 서서히 적응 속에 운동을 시작하는 사람도 있다.
각 동네마다 주민들의 건강을 위하여 지어진 체육관이 있다. 운동을 꼭 체육관에서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러 가지 기구들이 있어 이용이 가능하기에 편리하다.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회원권 갱신을 하지 않았다. 하루빨리 코로나가 종식이 되어 여러 가지 운동을 한 군데에서 할 수 있는체육관에 가고 싶다.
걷는 것을 비롯해서 여러 가지 운동을 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수영장도 아주 얕은 데부터 다이빙을 할 수 있는 깊은 곳까지 구분되어 있어 능력에 따라 자유롭게 수영하기에 불편함이 없다. 탈의실에서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하고자 하는 운동을 시작한다. 걷기만 하면 지루하니까 무거운 것도 들고 기계로 스트레칭도 한다. 몸을 풀기 위해 '줌바'클래스로 가서 한 시간 춤을 추다 보면 땀으로 범벅이 되어 온몸의 노폐물이 다 나오는 것 같아 시원하다.
어떤 때는 우리 생활 속에서 쓰지 않는 근육을 사용하기 위해 온몸에 힘을 빼고 몸을 움직이다 보면 천천히 움직이는데도 많은 운동이 된다. 갖가지 운동을 하다가 샤워를 하고 수영장에 들어가서 수영을 하는 것으로 하루의 운동은 끝이 난다.
처음에 수영을 못해서 얕은 곳에서 이런저런 물건들을 가지고 놀며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재미로 놀다가 조금씩 수영을 배우기 시작했다. 워낙 물을 무서워하는 나로서는 수영을 배우는 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조금씩 하다 보니 할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연습하고 집에 오면 유튜브 수영강습을 보고 들으며 다음날에 수영장에서 혼자 연습을 했다. 넘어지고 자빠지고 고꾸라지며 물도 엄청 먹었다. 얕은 데를 얕잡아 보다가 빠지기도 하고 수영장 옆에 있는 안전 줄을 잡고도 무서워서 발을 딛지 못해 한동안 줄에 매달려 있기도 했다.
안 되는 수영을 하려 하니 숨이 차고 몸에 힘을 주며 물과의 싸움을 했다. 어디 물이 이기나 내가 이기나 기를 쓰면 쓸수록 힘만 들고 내 몸은 가라앉기만 했다. 그까짓 수영이 무엇이 그리 어려운지 알 수 없어 수영은 그만두고 물속에서 땅집고 헤엄치기로 마음먹고 맘껏 놀았다.
물에서 뜨는 물건을 붙잡고 다리를 움직이며 놀다 보니 힘을 주지 않아도 몸이 뜨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동안 물과 싸우지 않고 사이좋게 놀다 보니 물과 친해졌다. 물을 이기려고 발버둥 쳤는데 물을 끌어안고 물과 하나가 되어보니 물은 그냥 물이 아니고 물과 나는 한 몸이 되었다.
물속에 내가 있고 내 안에 물이 있게 되었다. 나는 물을 안고 물은 나를 감싸며 앞으로 간다. 내가 구부리면 물도 구부리고 내가 펴면 물도 펴서 나를 따라온다. 내가 이기려고 했던 물과 나를 이기려고 했던 물이 하나가 되어 수영이 시작되었다. 수영을 하며 사람들과의 관계를 생각했다.
서로를 알기 전에 머뭇거리며 조금씩 다가가 친해지듯이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하다. 오래 걸린 우정이 오래가듯이 물과의 사랑도 시간이 필요한 것을 깨닫기까지 시간이 필요한 것을 배웠다. 처음부터 친할 수 있는 사람이 있고 처음부터 수영을 잘할 수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리 흔하지 않다.
밥도 익어가는 시간이 필요하고 뜸 드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것을 모르고 급한 마음에 다가가면 어려움이 있다. 사람이나 밥이나 수영이나 기다리지 않고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맛있는 사탕도 빨아먹으며 음미하듯이 세상사 모든 것은 끝없이 기다리며 노력해야 한다.
오늘 되지 않았다가 내일 된다는 보장은 없어도 어제보다 나을 것이라는 희망으로 산다. 오늘 당장 안된다고 실망한다면 내일은 없을 것이다. 안되면 조금씩 하다 보면 된다. 수영은 나하고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는데 같이 놀다 보니 무섭지 않게 되고 친하게 되었다.
수영을 배우며 수영을 하던 때가 그립다. 앞으로 얼마를 더 기다려야 수영장에 갈 수 있을지 모르지만 코로나로 빼앗긴 일상이 그리워진 다. 어쩌면 세월이 지나면 지금의 일상도 그리움이 될지 모르지만 자유를 빼앗긴 지금은 싫다. 하고 싶은 것 하며 가고 싶은 데 가고 싶다.
이대로 아무것도 못한 채 세월이 가는 게 무섭다. 그리운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 가고 싶은 곳으로 훨훨 날아가고 싶다. 이대로 가다가는 여행도 관광도 없어져 버릴지도 모른다. 시간은 나를 기다려주지 않는데 하늘만 바라보고 산다. 언제쯤 하늘길이 열려 그리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지 막연하기만 하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오늘과 친해지면 그리움도 없어질는지 모르겠다.
오랜만에 빼앗긴 일상으로 하지 못하게 된 수영을 하던 때를 생각하며 힘든 지금을 언제까지 기다리며 살아야 하나 하는 마음에 괜히 우울해진다. 사람들 모두 힘들게 살아가는데 혼자만 투정을 부려본다. 시간이 해결해주고 세월이 답을 해 주는데 급하게 서두를 것 없다.
오늘 못하면 내일하고 그것도 안되면 없던 일로 치면 된다. 마음을 느긋하게 먹고 내게 온 하루와 재미있게 놀다 보면 좋은 날도 오리라. 수영을 하기 위해 물과 친해야 하고 긴장을 풀고 몸에 힘을 빼야 하듯이 삶과 친해야 한다. 기다림에 지치면 멀리 가지 못한다. 하루 살고 또 하루를 살며 내게 온 것에 감사하다 보면 삶은 내가 원하는 곳으로 나를 데려다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