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나를 버티며 살게 하는가

by Chong Sook Lee
(사진:이종숙)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한가한 아침이다. 무료할 수도 있는 이 고요함이 평화를 가져다준다. 아무것도 바라는 것이 없이 내게 온 하루를 조용히 받는다. 하루는 내게 모든 것을 바치는데 시시하다고 투정 부리며 살았던 날들이 떠오른다. 하루는 최선을 다해 왔다 가는데 겉만 보고 싫다고 거부하고 살았는데 매일 내게 오는 하루는 아무런 불평도 하지 않고 수많은 세월을 내게 주었다. 하루가 한번 왔다 다시 오지 않는 사람도 있는데 수십 년을 변함없이 찾아오는 하루라는 시간이 너무나 감사하다. 매일 나를 찾아오는 하루가 앞으로 얼마 동안 나를 더 찾아올지 모른다. 비 오고 눈 오고 바람 불어도 내게 온 하루는 소중하다. 그 하루가 없어서 그 하루를 기다리다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지 못한 채 떠나는 사람이 많다. 하루는 그냥 오지 않고 그냥 가지 않는다. 온 이유가 있고 가는 의미가 있다. 기다리는 하루는 길고 빨리 가기를 바라는 하루는 지루하지만 하루는 있을 만큼 있다가 갈 때가 되면 떠난다.


같은 시간에 왔다 가는 하루는 매일 다른 옷을 입고 온다. 비가 되고 눈이 되고 바람이 되어 구름 타고 오기도 하고 눈부신 해님을 데리고 오기도 한다. 먹구름이 되어 소나기를 퍼붓기도 하고 태풍을 데리고 오다가 하늘에 무지개를 만들기도 한다. 매일 오는 하루가 어떤 모습을 하고 올지 아무도 모른다. 슬픔을 가져올지, 기쁨을 가져올지, 그 누구도 모른다. 전쟁과 폭력이 넘쳐나는 세상의 하루는 생사의 갈림길에서 울고 웃는다. 만나고 헤어지고 싸우고 화해하고 오해하고 용서한다. 다치고 죽는 사건과 사고의 연속으로 세상은 울부짖고 통곡하며 어찌할 바를 모르고 괴로워한다. 죽은 사람만 억울하고 다친 사람만 억울하지만 아무런 해결책은 없다. 불의에 맞서고 힘없는 사람들을 위해 싸우고 앞장서는 사람들보다 쉽게 편하게 살기를 원하는 사회가 되어간다. 열심히 노력하며 사는 사람이 승자가 되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사진:이종숙)


오늘 내가 받은 조용한 하루가 참으로 고맙다. 나무들은 제자리를 지키고 새들은 나름대로 바쁘게 날아다니고 태양은 떠오르고 세상을 밝히다가 어둠으로 휴식을 취하게 한다. 공짜로 주어진 하루라는 시간을 찬미하며 살아야 한다. 아무리 돈이 많고 건강한 사람도 하루가 오지 않으면 돈과 명예가 아무런 소용이 없다. 추운 겨울에 없는 사람은 하루가 길다. 입을 것도 먹을 것도 없거니와 잘 곳도 마땅치 않다. 거지가 없는 나라는 세상에 없다. 나라마다 노숙자들의 문제로 골치를 앓는다. 집을 지어놓고 와서 먹고 자라고 하는데도 길거리에서 생활한다. 텐트를 쳐놓고 자다가 추위를 견디지 못해 얼어 죽는다. 억지로 가라고 할 수 없는 세상이다. 우리에게 오는 하루라는 시간에 일어나는 온갖 일들이 밤이라는 시간으로 묻히고 날마다 새로운 하루를 시작한다.


지난번 무서운 한파로 몇 명이 죽었다. 하나는 텐트 치고 자다가 얼어 죽고 하나는 노숙자를 위해서 지어 놓은 집으로 걸어가다가 너무 추워서 길거리에서 얼어 죽었다. 그들의 하루가 죽음으로 이어질 줄은 아무도 몰랐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그게 현실이다. 개인의 의사를 표현하고 존중하는 사회 이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한다. 사람마다 생각이 있고 자신의 선택한 길을 걸어간다. 백신을 맞고 안 맞고는 개인의 선택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고 사회의 건강을 위해서는 백신 의무화를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정답은 없다. 그저 다들 안전하게 살기 위해서는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 있고 백신으로 피해를 본 사람들은 반대를 한다. 미국과 캐나다를 오가는 트럭 운전수들의 백신 의무화로 식료품이 모자라는 현상이 온다. 결국 사람이 살려고 하는 모든 것이 사람들에게 피해를 가져다준다. 식료품 가게에 텅텅 비어 가는 선반을 보며 사람들은 두려워하며 사재기를 한다. 무엇이 진정 인간을 위한 것인지 모르겠다. 자신의 몸을 지키려는 사람들과 사회를 지킨다는 명분을 내세우는 사람들과의 싸움이다.


세상은 플라스틱으로 행복하던 시절이 있었다. 집집마다 색깔 곱고 깨지지 않고 가벼운 플라스틱이 세상을 점령했다. 이제 플라스틱은 지구를 덮어 산과 바다를 차지했다. 세월 따라 깨지고 눈에 보이지 않는 분자가 되어 다시 우리 몸으로 들어온다. 바닷 생선은 플라스틱이 음식인 줄 알고 먹고 죽어간다. 인간이 자연에게 준 모든 것들이 다시 인간에게 돌아오고 있는데 여전히 멈추지 못한다. 지구가 오염되어 자연재해가 자주 생겨도 해결방법이 없다. 지금 당장 보이지 않고 느끼지 않기 때문에 하루하루 무감각하게 살아간다. 토네이도가 오면 오나보다 산불이 나면 나나보다 생각하고 안전불감증으로 남의 일이거니 생각하고 산다. 조용히 찾아온 하루가 어떤 날이 될지 모르기에 살 수 있는지도 모른다. 만약에 우리가 미리 내일을 안다면 불안해서 잠시도 살 수 없을 것이다. 오늘 내게 찾아온 이 한가로운 하루도 하늘에서는 여러 가지의 구름이 오락가락하며 시작되었다. 구름과 구름 사이에 해가 보이고 다시 구름이 해를 가리며 간신히 빠져나온 해가 세상을 비추는 것을 바라본다.


세상살이도 저처럼 어지럽고 정신없이 아슬아슬하리라 생각이 든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움직이며 들썩거리는 세상살이가 가까이 보이지 않아서 평화로운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상은 쉼 없이 돌아간다. 잠깐 다녀가는 하루라는 시간 속에 많은 일들이 시작되고 끝이 난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알 수 없다. 잘하기 위해서 한 일이 손해를 가져올 수 있고 좋기 위해 한일이 나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하늘을 덮고 있던 구름이 어디론가 흘러가고 보이지 않던 해가 세상을 밝힌다. 매일매일 만나는 소중한 하루는 그렇게 왔다 그렇게 간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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