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 사는 다람쥐를 만나고 왔다

by Chong Sook Lee
(사진:잊)


얼음꽃 세상이다. 어제 내린 눈이 밤새 얼어 나무에 얼음 꽃이 피었다. 자연의 신비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눈부신 햇살을 받고 다소곳이 서있는 나무들이 참으로 아름답다. 내일모레면 봄인데 눈이 온다고 투덜댔는데 이렇게 아름다운 세상이 만들어질 줄 몰랐다. 눈으로 보고 싫다 좋다 말하며 사는 게 우리네 인간이라 자연의 깊은 뜻을 알 수 없다. 온 천지가 햇살을 받아 선명하게 반짝거리고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어제 눈이 안 왔다면, 오늘 해가 뜨지 않았다면 있을 수 없는 현상이다. 세상이 온통 하얗게 꽃이 피고 헐벗었던 나무가 화려한 옷으로 치장하며 서로의 아름다움을 바라보고 있다. 아무것도 아니던 숲이 특별하게 변해 딴 세상을 만들고 나는 어느새 청춘이 되어 가슴이 설렌다.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을까? 기계가 아무리 정밀해도 수많은 얼음꽃을 피우는 자연을 따라갈 수 없다.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내 쉰다. 내 몸 안에 있는 모든 이산화탄소를 숲에게 주고 숲이 내뿜는 산소를 내 몸 구석구석까지 가득 채우고 싶다. 사람이 숨을 쉬지 못하는 것은 몸안에 있는 이산화탄소를 내보낼 수 없어서 숨을 못 쉬고 호흡곤란이 와서 사망한다고 한다. 자연이 내 쉬는 산소를 감사하게 받아 삼킨다. 기름 한 방울, 빵 한 조각이 필요하면 돈을 주고 사야 하는데 숲 속에 있는 산소는 공짜다. 특별히 준비할 것도 없이 잠시 시간을 내면 얼마든지 산소를 공짜로 마실수 있다. 오솔길을 따라 걷는다. 앞서간 발자국을 따라 걸으며 계곡으로 내려가 본다.


한파 전 녹아 흐르던 계곡이 다시 꽁꽁 얼어 있고 그 위로 발자국들이 보인다. 자연이란 참 알고도 모르겠다. 때가 되면 깨어나 세상을 다 차지하다가 갈 때가 되면 세상을 아름답게 물들이며 땅에 떨어져 어디론가 간다. 없어져 보이지 않다가 봄이 오면 다시 제자리를 찾아오는 것을 보면 정말 신기하다. 숲 속에 내리쬐는 햇살이 따스하다. 굵고 가는 나무들이 뿌리를 눈 속에 묻고 서있다.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 같은 숲 속에서 넘어진 나무가 눈을 맞고 서있고 봄을 기다리는 다람쥐는 나무에서 재주를 부린다. 딱따구리 새는 죽은 나무를 찾아다니며 벌레를 잡아먹고 보이지 않는 작은 움이 조금씩 트기 시작한다. 보송보송한 털이 난 버들강아지가 양지쪽에 앞을 다투며 피어난다.


(사진:이종숙)

날씨는 청명하고 공기는 상쾌하여 한없이 걸어가고 싶다. 구름 한 점 없고 바람도 자는지 한적한 오솔길에는 남편과 나의 발자국 소리만 들린다. 새빨간 마가목 나무 열매가 파란 하늘 아래서 예쁘게 매달려 있다. 두 번째 고개를 넘고 지난번에 늑대가 앉아 있던 길을 돌아서 산책로로 걸어보니 다리가 보인다. 다리 밑에 계곡물이 녹기 시작하여 물이 흥건한데 다리 건너편에는 녹지 않고 눈이 쌓여있다. 불과 몇 미터 거리인데 온도가 다른가보다. 잎을 다 떨어 뜨리고 서 있는 나무가 있고 작년 가을에 떨구지 못한 이파리를 이불 삼아 끼고 있는 나무도 있고, 크고 작은 나무들이 얽히고설켜서 겨울을 이겨내고 있다. 굵고 커다란 나무들이 하늘을 향해 뻗어있고 속을 내보이며 말라 가는 나무도 있다. 커다란 전나무 위에 눈부신 태양이 숲을 비추면 절벽 아래에 흐르는 계곡물을 녹이며 겨울이 떠날 것이다.


산책로를 걸으며 한동안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을 만나 그동안의 소식을 주고받았다. 멕시코로 3주 동안 휴가를 다녀왔다고 검게 그을린 구릿빛 얼굴에 행복한 웃음을 짓는다. 해마다 멕시코에 간다 는 그들이 이번 휴가가 너무 좋았다며 내년 것도 미리 예약을 해 놓고 왔다고 자랑을 한다. 코로나로 여행을 하지 못한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면 가격 변동이 있을 거라며 미리 예약했다고 좋아한다. 코로나 없이 평화로이 여행을 다니면 좋으련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에서는 전쟁이 일어나 무고한 사람들이 불안에 떨며 죽어간다. 이곳에는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많이 사는데 국제사회에 전쟁을 막아달라고 사람들이 거리로 나섰다. 코로나가 잠잠해지나 했더니 전쟁이 터져 세상이 시끌시끌하다.


한 사람의 지나친 야심과 욕심으로 무고한 사람들이 죽어간다. 숲 속에도 수많은 생물들이 살아가지만 전쟁은 없다. 각자 먹을 것으로 배를 채우면 되기에 땅따먹기 같은 싸움은 할 필요가 없다. 인간의 욕심은 한도 끝도 없어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갖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많이 가진 사람은 더 갖기 위해 혈안이 되고 쌓아 놓은 사람은 더 쌓기 위해 투쟁을 한다. 아무런 대가를 원하지 않고 사람들에게 필요한 산소를 주며 온갖 동물들이 살아가게 하는 숲이 있어 너무 좋다. 인간들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자연을 파괴하는 것도 모자라 전쟁을 일으켜서 인명을 앗아가는 잔인한 행동을 한다. 무엇을 위해 죄를 짓고 죄를 낳으며 살아야 하는지 그들의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인지 알고 싶다.


아무것도 모르는 다람쥐는 나무에 매달아 놓은 먹이통에서 먹을 것을 꺼내먹으며 행복해한다. 세상에 나왔다 갈 때는 주머니 없는 수의 하나 걸치고 간다는데 이런저런 복잡한 생각하지 말자. 그저 숲이 공짜로 주는 신선한 공기를 실컷 마시며 하늘 보고 나무들을 쳐다보자. 남편과의 평화로운 데이트를 하다 보니 어느새 나가는 길이 보인다. 멀리 가지 않아도 행복은 이렇게 가까이 있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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