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이 적으면 정리할 것도 없다

by Chong Sook Lee



생각은 많아 머리는 복잡한데 몸은 귀찮다고 한다.

몸과 마음이 통합하면 좋은데 따로 논다. 몸이 좋으면 마음이 싫다고 하고, 마음이 좋으면 몸이 싫다고 한다. 눈을 뜨고도 침대에 누워서 이런저런 생각을 한다. 기다리던 봄이 왔지만 아직은 봄 같지도 않고 여전히 춥다. 가벼운 옷을 입자니 썰렁하고 두꺼운 옷은 너무 투박하고 계절에 안 맞는다. 사람들은 계절에 맞게 가볍고 산뜻한 옷으로 갈아입었는데 나만 겨울을 벗지 못하고 있다. 봄은 보기에는 화사해도 겨울을 품어서 추위가 옷 속으로 들어온다. 문밖으로 나갈 때는 추워도 조금 걷거나 움직이면 괜찮아지는데 그 시간을 못 참는 것이 문제다. 산책 길에 눈이 완전히 녹지 않아 걷기가 힘들어서 요즘에는 동네를 걸어 다닌다. 봄이 오네, 너무 늦게 오네 하며 불평하던 사이에 들판에 눈이 다 녹고 누런 잔디가 봄을 맞이하고 있다.


갑자기 그 많던 눈이 없어지니까 약간은 서운한 마음도 든다. 사람의 마음이 간사해서 있을 때는 싫다고 빨리 가기를 원했는데 눈이 오면 세상이 눈부시고 깨끗해서 좋았던 생각이 난다. 이제 겨울의 흔적은 찾을 수 없고 봄과의 만남이 시작되었는데 길거리에는 종이 쓰레기가 많다. 사람들이 쓰레기를 버리지 않으면 좋으련만 무심코 버리는 쓰레기가 눈이 녹으면 여지없이 실체를 드러낸다. 아무도 보지 않는다고 차에 있는 쓰레기를 길거리에 버려서 과자 봉투나 담배값들이 여기저기 둥글어 다녀 거리가 지저분하다. 시에서 봄청소를 한다는 푯말이 붙어 있는 것을 보니 곧 거리 청소가 시작될 것 같다. 눈이 덮여있어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니까 봄이 온 것이 확실하다.


동네 어귀에 커다란 포플러 나무가 있다. 집주인이 뭐가 그리 바쁜지 지난가을에 떨어진 낙엽을 치우지 않아서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 동네 전체로 낙엽이 돌아다녔다. 눈이 오기 전에 깨끗이 청소를 했는데 소나무 아래로 들어온 낙엽은 그대로 쌓여있다. 싹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 마른 낙엽이 보이니까 정말 보기 싫다. 눈을 돌릴 때마다 할 일이 보이는 봄을 왜 그렇게 기다렸는지 모른다. 해마다 겨울을 맞기 위해 대청소를 하는데도 봄이 오면 대청소를 또 해야 한다. 숲은 저 혼자 봄을 맞고 가을을 즐기며 겨울을 맞는데 동네에는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쓰레기가 어디를 가도 차고 넘친다.


쓰레기를 되도록 만들지 않으려고 나름 노력하는데 쓰레기가 어디서 나오는지 모르겠다. 음식물 찌꺼기를 줄이려고 하는데 그것도 잘 안된다. 사람이 살기 위해 산다고 하는데 버리기 위해 물건을 사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물건이 흔한 세상이라서 물건에 쌓이고 묻혀 사는 것 같다. 버리고 사고 또 버리는 현대인의 생활은 매일매일 쓰레기를 만든다. 없어도 되는데 사고, 있는데도 어디 있는지 몰라서 산다. 한 개 사서 써보니 좋아서 몇 개 여유로 사다 놓기도 하고 없을 때 생각해서 많이 사다 놓는다. 집집마다 넘쳐나는 물건 때문에 정신이 없는데도 새로운 물건을 보면 산다. 어제 본 쇼가 생각난다. 직장을 다니는 부부가 애들 둘을 키우며 사는데 집안이 물건으로 폭발 직전이다. 하다못해 전문업체를 채용하여 부엌을 정리하기에 이른다.


몇 명의 직원으로 구성된 정리회사에서 정리를 시작한다. 부엌살림을 몽땅 꺼내놓고 보니 엄청난 양의 물건이 나온다. 그렇게 많은 물건이 과연 필요할까 싶을 정도로 많다. 사서 놓고 다른 것이 나오면 생각 없이 또 사서 쌓아 놓는다. 먹을 것을 사는 것이 아니고 사기 위해 산다. 눈에 보이는 대로 사고 또 산다. 그러니 오래된 것은 자연히 먹지도 못한 채 버리게 된다. 언제 샀는지 조차 모르고 집에 얼마나 남았는지 생각도 하지 않고 눈에 보이는 대로 산다. 현금으로 살던 시대에는 주머니에 돈이 없으면 사지 못했는데 카드 세상이 되어 무감각해져 간다. 얼마를 써야 하는지, 얼마를 썼는지, 생각 없이 계산 없이 살게 된다. 나중에 쓴 돈을 알게 된다 해도 그런가 보다 넘어가고 무감각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돈을 벌기 위해 애를 써도 적자인생을 면할 수 없다.


정리하는 사람들은 선반을 만들고 멋지고 깨끗한 그릇을 사서 같은 종류를 예쁘게 담는다. 과일은 과일대로 담고 간식거리와 재료도 따로따로 담아 놓는다. 그렇게 어지럽고 지저분한 집이 하루 사이에 말끔하게 정리가 된 것을 보고 부부가 행복해한다. 정리가 잘 된 것을 보며 감탄을 하지만 한편으로는 정리하기 위해 또 다른 물건을 사서 쓰레기를 만들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한두 개 필요한 것만 적당히 사다 먹고 또 사면되는데 싱싱한 것 사다가 오래된 것을 먹게 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세일한다고 사다 놓고 다 먹지도 않은 채 다시 새로운 물건을 사 오면 먼저 사다 놓은 물건은 안 먹게 된다. 장을 보러 가면 이것저것 사게 되어 되도록 장을 안 보려고 하는데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다.


장 보는 것이 먹고살기 위함이지만 한번 얼린 음식은 신선도가 떨어지고 맛도 없다. 아무리 싸고 좋은 물건도 유통기한이 있는데 눈으로 보인다고 사다 놓다가는 쓰레기를 만드는 것이다. 물건이 적으면 정리할 것도 별로 없다. 돈은 써야 경제가 돌아가지만 있는 것도 차고 넘치는데 물건을 살 때마다 쓰레기를 사는 것이라 생각하면 덜 사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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