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뜬 농막에서의 첫 휴가

2020.08.29-31.

by 구자룡

지난주 설치한 농막에서 여름휴가를 보내기로 했다. 앞으로 윗집이 될 대구 친구네 가족과 포항 친구도 함께 하기로 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염려가 되었지만 산골에 우리만 있으니 마음을 놓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광명에서 우복동까지는 3시간 정도 소요된다. 음성이나 증평 IC를 이용하면 괴산에서부터 도로가 협소하고 농로와 겹치는 지방도로라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 화서 IC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는데 훨씬 돌아서 가기에 괴산을 통해 들어가는 길을 선택해서 새벽 일찍 출발했다. 9시 조금 지나 현장에 도착했다. 친구들도 곧이어 도착했다. 캠핑 분위기를 내기 위해 파라솔도 사서 펼치고, 타프도 치고, 테이블도 펼치고, 야외용 싱크대도 설치했다. 어쩌면 가장 중요한 화장실도 간이 텐트에 캠핑용 프리미엄 변기로 설치했다. 포타팩을 사용하여 분해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물이었다. 계곡에는 물이 흘렀다. 처음에는 물펌프를 고민했다. 지금은 펌프로 수도로 사용하고 나중에 상수도가 들어오면 농약을 치는 용도로 전환이 가능할 것 같았다. 각종 펌프를 검색하면서 포기했다. 가격과 이용 환경 등을 고려할 때 결코 현명한 선택이 아닐 것 같았다. 그래서 물 호스 200미터를 구입했다. 상류로 올라가서 낙차를 이용한 계곡물 수도를 만들 생각이었다. 계곡은 정글 같은 느낌이 든다. 이미 이곳 주변에서 여러 번 뱀을 목격했기에 한 손에는 호스와 도구를 들고 다른 손에는 막대기를 들고 두들기면서 계곡을 거슬러 올라 낙차를 이용할 만한 적당한 장소를 찾았다. 몇 번에 걸친 시행착오 끝에 드디어 싱크대에 물이 공급되기 시작했다. 냉모밀로 첫 식사의 즐거움을 만끽했다.



아직은 농사를 짓는 것이 없기에 딱히 할 일이 없다. 낮시간에는 돔 주변에 있기 어려울 정도로 무덥다. 그래서 바로 옆 계곡으로 장소를 옮겨 쉬멍 놀멍 놀았다. 첫애가 해먹에 눕고 싶다고 해서 10여 년 전에 해먹을 구매했었다. 이후 사용할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설치해서 누워보니 참 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곡의 물소리를 들으며 흔들흔들거리면 잠이 그냥 든다. 여름 장마가 아직 끝나지 않아서 그런지 계곡에는 물이 많았다. 웅덩이에 들어가도 될 정도였다. 여기 위로는 1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원적사만 있다. 작은 절이기에 물이 오염될 만한 것이 없다. 깨끗한 시냇물에 발을 담그기만 해도, 시원한 물소리를 듣기만 해도 힐링이 그냥 된다.


모델이 되어준 친구 © 2020. 구자룡





그런데 갑자기 마른 하늘에서 소나기가 쏟아졌다. 곳곳에 치울 것이 많아 갑자기 부산했다. 얼떨결에 비를 피할 수 있게 이리지리 치우고 백패킹 갈때 사용하던 작은 타트와 혹시 몰라 농암장에서 구매했던 비닐까지 이용하여 난민촌을 만들었다.



그리고 저 멀리 산등성이에 무지개가 떴다. 자연도 우리를 환영해 주는 것으로 생각했다. 이런 게 자연이지. 참 잘 왔다. 마음이 넉넉해졌다.



KJR_20200829_Mungyeong-IMG_1438.jpg 우복동 쌍무지개 © 2020. 구자룡


그리고 무지개와 함께 한 멋진 휴가를 끝내고 헤어져야할 시간.


KJR_20200829_Mungyeong-IMG_1441.jpg 우복동 © 2020. 구자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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