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이 피고 음악이 퍼지는 우복동

2020.09.29-10.03.

by 구자룡

비대면 추석 보내기를 핑계로 청화산 우복동 원적골에서 자연인으로 느리게 연휴를 보냈다. 추석 전날에 고향인 의성으로 가서 다음날 차례를 지내고 다시 이곳으로 왔다. 대구 친구네 부부도 합류했다. 깊어가는 가을을 만끽하면서 느긋하게 흐르는 시간을 보냈다.


상주학생수련원 솔숲 © 2020. 구자룡


계곡 물이 가뭄으로 사라지고 없었다. 큰 물통을 구입했다. 여기서 자동차로 10여분 거리에 상주학생수련원이 있다. 공공시설이고 운동장 입구에 수돗가가 있어서 여기서 식수를 받아왔다. 식수를 구하러 간 김에 솔숲 구경도 했다. 이 솔숲의 중앙으로 문장로가 지나간다. 수련원 운동장에서 문장로를 건너면 소나무 아래 맥문동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맥문동 꽃이 피는 8월 말경에는 출사객들로 유명세를 타는 곳이다.


지난여름에 물펌프를 샀었다면 헛수고가 될 뻔했다. 당시 구입하지 않는 의사결정은 현명했다. 이곳 사정을 잘 모르기 때문에 겪는 사건들이 한 둘이 아니지만 계곡물이 마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변수였다. 지하수 관정을 개발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KJR_20200929_Mungyeong-IMG_1475.jpg 우복동 © 2020. 구자룡


이곳 주변을 찬찬히 둘러보면 사람들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았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우리 외에는 올 사람도 없을터. 야생화들이 잔치를 벌이고 있다. 마침 옛날에 가족이 함께 어느 도예촌에 가서 체험 활동을 하면서 만들었던 꽃병을 가져왔는데 여기에 야생화를 꺾어 와서 담아 봤다.


우복동 © 2020. 구자룡


대구 친구는 음향 전문가라 집에서 사용하던 오디오를 가지고 와서 파라솔 앞에 자연과 함께 하는 음악실을 만들었다. 방경 500미터 이내에는 우리밖에 없으니 마음껏 볼륨을 높일 수도 있어서 앞으로 윗집에서 농막을 설치하면 훌륭한 음악실 혹은 상영관이 될 수 있어서 기대도 된다. 그리고 이어진 불멍.


우복동 © 2020. 구자룡
KJR_20200929_Mungyeong-IMG_1489.jpg 우복동 © 2020. 구자룡
KJR_20200929_Mungyeong-IMG_1490.jpg 우복동 © 2020. 구자룡


돔 내부는 최소한의 살림살이로 준비했다. 집에서 사용하던 제품들과 캠핑 용품으로 당분간 생활할 예정이다. 불편이 따르지만 모처럼만에 느끼는 행복이다. 깊어가는 밤하늘 아래 태양광 LED 전등이 신기하게도 매일 불을 밝혀주었다.



로컬에서 로컬의 미래를 생각해본다.

로컬의 발전과 나의 후반전을 고민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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