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금주 인생의 술 이야기: 그들은 왜 술을 끊었나?
음식.
우리는 흔히 음식을 Food로 번역하지만
음식은 마신다는 뜻의 음飮, 먹는다는 뜻의 식食, 두 글자로 이루어진 단어이다.
음.식을 좀 더 엄격하게 번역하자면 F&B, Food and Beverage가 되겠다.
지난 번 글에서 식/food에 초점을 두었다면 오늘은 음/beverage이다.
우리가 읽고 듣고 보는 것은 우리의 정신과 사상을 구성한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먹고 마시는 음식은 우리의 몸이 된다.
우리의 몸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일단 음식을 통한 영양섭취가 필수이다.
인간은 물만 먹고 최대한 몇 십일까지 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하지만 아무 것도 마시지 않으면 살 수 있는 기간은 훨씬 짧다. 3~5일부터 위험해진다.
성인남성의 체중의 60%는 수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성은 50~55%이다.체지방분포도및 양이 달라서이다.)
아이들은 무려 70-75%라고 한다.
말 그대로 우리는 마시지 않고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이다.
오죽하면 역사 속의 가장 유명한 인물 중 하나인 예수(원어 발음 [예슈아])도 자신을 고체가 아닌 액체로 비유했을까? Living Water라니.
오늘의 주제는 ‘술’이다.
정말 하루 한잔의 와인이 건강에 좋은 지, 하루에 한 두잔 혹은 주말에만 서너잔 마시는 것은 건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지 등의 과학적인 주제부터 알콜 중독이라는 심각한 문제를 경험하지 않았는데도 술을 끊는 도전을 한 유명인사들의 이야기까지 나눠보고자 한다.
아래 해당사항이 있는 분이라면 감히 부족한 작가의 필력을 견뎌 마지막까지 읽어내려가보시는 걸 추천 한다.
— 나는 술을 일주일에 한 번, 혹은 한 달에 한 번, 일 년에 한 번이라도 마신다
— 내 삶을 통해 돌봐줘야 할 사람이 있다
— 나를 아껴주고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다
— 나는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 나는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
—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술을 사랑한다
분명 내가 ‘모아온’ 많은 이야기들 중 하나는 자신 혹은 주변의 술과 애증의 관계를 갖고 있는 소중한 사람에게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나는 기타를 치고 노래도 부르지만 기타리스트가 되고 싶었던 적은 없다.
뭔가 된다면 연주를 엄청 잘하는 악기 연주자가 되는 것보다는 내 노래를 만들고 부르는 싱어송라이터가 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런 나에게 소위 ‘사기캐릭터’를 고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미국 아티스트가 있다.
그의 이름은 존 메이어(John Mayer/1977년생)이다.
존 메이어는 기타치는 많은 남성들에게 ‘다 가진 남자’로 불린다.
그래미상을 7번 수상 (후보 19차례)한 싱어송라이터이다.
곡도 잘 만들고 목소리도 좋은데, 심지어 잘 생겼다.
기타 스킬도 전설급이다.
그런데 키도 크다.
장르도 다양하게 소화해낸다.
내가 결혼하고 나서야 내게 그에게 없는 ‘아내와 아이들’이 있다는 것을 자각하며 부럽지 않게 되었다.
어쩌면 주로 여성으로 구성된 공연시장에서 관객의 성비차이가 제일 적은, 즉 남성 비율이 유독 높은 아티스트 중 한 명일지도 모른다.
회사원이 되어 5년 정도 되었을까?
2018년 독거 청년 시절, 그런 존 메이어와 ‘Fear of God’ 의 디자이너 Jerry Lorenzo가 출연한 COMPLEX라는 매체의 인터뷰 영상(2018년)을 듣던 중이다.
음악과 패션이야기를 하던 두 사람에게 갑자기 인터뷰어가 묻는다.
“두 분 다 다 술을 끊으셨다고 하시던데 ….”
….?!
존 메이어와 제리 로렌조 모두 술을 끊었다는 이야기였다.
기타 실력, 보컬 능력의 넘사벽의 차이의 그와 나의 유일한(?) 공통점이라니..!
그렇게 나는 그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당시 다음 주 화요일이면 술 끊은 지 2년이 된다는 ‘금주 중’인 존메이어와 곧 3년을 맞이한다는 ‘잘 나가는’ 패션 디자이너의 대화가 시작됐다.
여러 업계 중, 어찌보면 술 없이 살 수 없을 것 같은 엔터테인먼트 업계와 패션계의 두 거장.
두 사람은 왜 금주를 하게 되었을까?
이유가 궁금해서 메모를 하며 들었다.
인터뷰어가 술을 끊은 것이 두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묻자 로렌조가 먼저 대답했다.
‘가족들과의 삶이 더 나아졌고, 일도 더 잘되고, 더 잘 집중할 수 있었어요.’
원문: I mean my family lives better. my work lives better. I'm able to focus.
그리고 어찌보면 방어적인 것 같은 말을 더한다.
"술 마시는 게 잘못됐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어떤 사람들은 술을 잘 다룰 수 있고, 어떤 사람들은 못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but I don't condemn it. I don't think there's anything wrong with it. you know. I just think that some people can handle it. and some people can't.
존 메이어는 제리 로렌조의 방어적인 태도를 이어 받아 더 깊게 그리고 길게 대답한다.
“그건 (술 마시는 건) 아주 개인적/사적인 거에요.
이게 (술이)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라는 걸 알아요.
술 마시는 것에 대해서 다른 사람과 얘기해보세요.
2년동안 술을 마시지 않았다고 말하고 상대가 어떻게 반응하는 지를 지켜보세요.
(사람들이) ‘’전 그렇게 술을 많이 마시지 않아요” 라고 (방어적으로/회피하며 대답하죠) ..
그리고 만약 제가 다른 사람들에게도 어떻게 (금주를) 할 수 있었는 지 알려줘야 한다면… 각 사람의 혼spirit, 심리psychology에 따라 다른 거라, 다른 사람에게 통용되는 ‘한가지 방법’을 개발하는 게 불가능하거든요.
(우선) 술 마시는 걸 비판적으로 보기 위해 엄청난 싸움/노력을 해야합니다.
you have to fight really hard to look at it from a critical point of view.
-존 메이어 (John Mayer)
그렇다.
사회에서 워낙 보편화가 되어있는 것을 비판적으로 보는 것 자체에는 큰 용기가 필요하다.
나는 어린 나이에 남들과 다른 존재인 외국인으로서의 삶을 살았어야 하다보니 ‘소수자’로서 사는 것에 대한 불편함을 이겨내는 것이 익숙했던 것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대부분 성년이 된 고등학교 3학년생, 대학교에 입학한 신입생 환영회, 회사에서의 회식자리 … 환경에 순응하는 방식으로 자라 온 대부분의 사람들은 권하는 술을 거절하는 것을 무척 어려워 하는 것 같았다.
술을 마시지 않는 방관자로서 이런 뉴스들이 더 기억에 남는 건지 모르겠지만, 통계가 있는 2006년부터 2015년까지 10년간 대학생음주사고로 22명이다.
참고자료: 기사링크 대한보건협회
신입생 환영회에서 과음으로 사망하는 사례를 뉴스에서 볼 때마다 늘 안타까웠다. 그렇게 열심히 수능을 준비하고 대학생이 되는 것을 첫번째 목표로 하고 살아온 청소년들. 대학문화에 저항하지 못하고 생을 마친다는 건 너무 안타까운 소식이었다.
Peer Pressure, 주변 동료집단으로부터 받는 사회적 압력에 대한 저항을 연습해볼 기회가 없이 자란 사람들이라면 더더욱 위험하다. 사실 성인이 되어도, 직장인이 되어 사회생활을 하게 되어도 고등학교 때나 대학교 때 겪은 것과 다를 바 없는 ‘사회적 압력’을 받는다.
개인적인 체감으로는 한국은 일본이나 중국보다 훨씬 FOMO(fear of missing out)만큼이나 어울리지 못하는 것에 두려움이 큰 사회이다.
존 메이어는 계속해서 말한다.
“ 매주 금요일 토요일에 SNS에서 푸쉬가 옵니다.
술을 마시는 것에 대한 enabling, 압박과 정당화가 일어납니다. ..”
그리고 ‘철든’ “으른” 연예인으로서 자신이 한 선택을 자신이 가진 영향력과 연관을 짓는 멋진 모습을 보인다.
“ 만약 제가 금, 토, 일 마다 일어나서 ‘숙취 없음 (not hungover)라고 SNS에 매일 올린다면 어떻게 될까요? 제 생각엔 그게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 같아요.
사람들은 그게 (마시지 않는 것) 선택지에 있다는 걸 잊고 사는 것 같아요.”
저스틴 비버의 정신과의사이자 <뷰티풀 브레인>, <에이멘 박사의 브레인 다이어트>의 저자 정신과 의사 다니엘 에이멘 박사도 비슷한 말을 했다.
“ ..많은 사람들이 알코올에 대해서는 애매한 태도를 취합니다.
많은 이들이 술과 ‘나쁜 관계’를 가지고 있지 않을 수도 있고
알코올중독자가 아니죠.
..하지만 사회가 ‘보편화’시키기 때문에 마십니다. “
정말 그런 것 같다.
마시지 않는다는 선택지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거의 만나보지 못했다.
‘대학가면 다 마실 수 밖에 없는 거 아니에요?
군대에서 상관이 마시라면 마셔야죠.
회사에서 상사가 마시라면 마셔야죠.
거래처 영업하려면 마셔야해요.
사업하려면 마셔야해요.’
마실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는 너무 보편적이다.
정말 그런 걸까?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것에 대한 반문은 (거의) 언제나 흥미로운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 해준다.
“야, ◁□△ (빙산의 실명), 너는 술 안 마시려면 노래해.”
지난 4-5년간, 미투운동부터 ‘갑질’에 대한 의식, 강요의 문화가 사그라 드는 추세가 있었다.
하지만 내가 신입사원이 된 2013년에는 아직 회사 문화라는 게 그렇게 깨어있지 않았다.
(어쩌면 아직도 지금도 그런 곳이 많을 수도 있겠다)
공개채용 시험 통과 후 수습사원이던 시절, 이미 나는 몇 차례의 점심 식사와 회식자리에서 술을 마시지 않는 신입사원으로 조금씩 알려지고 있었다.
그 날은 저녁 회식이었다.
ㅇㅇ팀과 신입사원의 회식 자리에서 부서장이 신입사원들의 소주잔을 채웠다.
동기들은 모두 술잔을 들었다. 나는 보통 맥주잔이나 소주잔에 물을 채워 건배에 참여한다.
하지만 강압적으로 보이는 부서장이 나에게 술을 마실 건지 그 자리에서 노래를 할 지의 선택지를 주었다.
회사 부서원들만 있는 것도 아니고, 룸이나 칸막이로 구분된 공간도 아닌 다른 식당손님들이 가득한 곳이었다.
.
..
...
마침 며칠 전 출근길에 처음 들어봤는데 맘에 들었던 리메이크 곡이 떠오른다.
‘먼지가 되어’-고 김광석 님의 원곡이 아닌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편곡된 정준영과 로이킴 버전이다.
“노래 부르겠습니다.”
그렇게 난 혈중알코올 농도 0.00%의 상태에서 무반주로 노래를 불렀다.
노래를 부르다보니 마침 이 곡이 나에게 노래를 시킨 부서장의 최애곡이란다.
코러스는 떠오르는데 앞부분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아니지, 그렇게 부르는 게 아니지! 바하의 선율에 ~ ’
초반에 부서장이 같이 따라부르는 진기한 광경이 펼쳐졌었다.
‘~ 먼지가 되어 ’
그 연말 회식 자리에서의 무반주노래가 계기가 되어 연말 송년회에 신입사원 장기자랑 코너에서 동기들과 춤을 추는 것 대신 기타를 메고 노래도 부르게 되었다.
그냥 통기타 하나로만 치기에는 좀 부족한 느낌에 나름대로 편곡을 해서 내 버전의 ‘먼지가 되어’, 통기타, 일렉기타, 베이스, 신디를 녹음해서 MR을 만들었다.
(독자선물로 MR을 글 하단에 공개하려고 준비 중이다. **완성되었습니다. 2024/12/28 04:20** )
그렇게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던 신입사원의 기억.
다시 인터뷰 내용으로 돌아가보자.
존 메이어는 말한다.
“하지만 만약, 우리가 술 마시는 것을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Risk-Reward/위험-보상
내가 뭘 포기하고 뭘 얻는가 ..의 관점으로 바라보면.....
최악의 가능성 중 하나가 여기에 존재합니다.
맞다.
회사생활을 해본 사람이라면 떠오르는 에피소드가 많을 거다.
나에게 떠오르는 에피소드:
- 늘 상냥하던 선배님이 술에 취해 그만 마시고 돌아가자는 선배의 뺨을 때린다거나, 그 뺨 맞은 선배를 달래는 또 다른 선배가 뺨을 맞는 '싸대기'의 연속
- 노래방에서 취해서 ㅇㅇ팀 부장이 여 신입사원을 붙잡고 춤을 추려고 해서 그 사이로 뛰어들어 불상사를 막았던 기억.
- 해외 파트너사 독일인 젊은 사장과 술 마시기 시합을 한 나의 팀장이 인사불성이 되어 귀가길 택시를 태우는데 30분을 허비한 기억
브런치를 하며 읽은 에피소드도 떠오른다.
구독 중인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대상을 수상하신 브런치 작가님의 최근.
외국 생활 중이신 모 작가님께서 음주 후 귀가길에 집열쇠가 들어 있는 파우치를 분실하신 사건이 있었다.

https://brunch.co.kr/@leeyeeun/176
※브런치북 9회 대상을 수상한 작가님이시다.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99547906&start=pebook
일본에서 생활하시며 일본에서 책을 벌써 세 권 쓰셨다.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41653750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25025959
이번 글을 준비하며 생각해보게 되었다.
술을 마시기 때문에 얻을 수 있는 것과 잃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또 ‘잃을 수 있는 것’이라는 잠재적 가능성으로 바라보고 있지만 사실은 이미 ‘잃고 있는 것’은 없을까?
물론 애주가가 아닌 관찰자의 입장에서 쓰는 글이기 때문에 애주가들이나 당사자들이 볼 때는 ‘모르는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니 거부감이 들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써내려 가는 것은 이번 글이 부족하게나마 독자의 남은 생애에 미칠 내용을 담고 있을 가능성 때문이다.
그렇다고 탁상공론을 할 생각은 없다.
술을 사랑했던 여러 ‘주당’들의 경험담을 많이 참고하여 이야기를 풀어볼 생각이다.
군대에서도 회사에서도 술을 마시지 않는다고 하면 종교적 이유 때문이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았다.
대학생 때 기독교인이 되신 나의 아버지는 군복무 중 자신의 신앙 때문에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했다고 한다. 심지어 상관이 따른 술을 거부해서 폭행당한 적이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그 후에는 다시는 권하지 않았다는 이야기. 십대 청소년이었던 내게 권력에 무분별한 복종을 거부하는 아버지는 조금 멋있게 들렸던 기억이 있다.
그럼 나는 어떨까?
사람들이 나에게 술을 안 마시는 이유가 종교 때문이냐고 물을 때 나는 늘 아니라고 대답했다.
설명하기 귀찮을 때는 "돌아가신 할머니의 유언" 때문이라는 대외적 이유를 준비해놓았다.
성경을 대충 읽어보면 ‘취하지 말라’라고 적혀있지, ‘마시지 말라’ 라는 말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나는 그 질문이 어떻게 이어지는지 잘 알고 있다.
‘야, 예수도 포도주를 마시지 않았냐?
‘개신교를 시작한 마틴 루터도 맥주를 마시지 않았냐고’
그러면서 어김없이 시작된다는 이야기.
회사의 누구 누구도 교회다닌다고.
여기에 ㅁㅁ 과장은 집사이고, ㅇㅇ 부장은 장로이고, ㅁㅁ 차장은 목사님 아들이라고.
재밌는 현상도 경험한 바 있다.
회식 후 2차 자리, 호프집에서 내가 술을 마시지 않는다고 하니 취한 부서원들이 갑자기 열댓명 인원 중 10명 이상이 돌연 자신도 교회를 다니지만 마신다며 묘한 ‘크밍아웃’을 한 재미있는 기억도 떠오른다. 나는 신부도 아닌데 갑자기 왜 고해성사처럼… 나에게 고백하는 건지…?
30년 무주無酒 인생 후, 10년간 금주 중인 나는 딱히 종교 때문에 술을 마시지 않는 게 아니다.
내가 왜 마시지 않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는가를 이야기 하기 전에
다시 존 메이어와 제리 로렌조의 인터뷰로 돌아가보자.
남들 눈치를 크게 볼 일이 없을 업계의 두 거장인 두 사람은 왜 술을 그만 두게 되었을까?
물론 나를 제외한 많은 분들은 ‘마시는 것’을 통해 누리는 것들을 잘 알고 계실 거라 생각된다.
그러니 안 마시는 사람들이 왜 안 마시는지 - 금주를 시작했거나 성공한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보자.
우선 도입부의 인터뷰의 주인공 존메이어이다.
존 메이어는 자신의 마지막으로 술 마신 날에 대해 이야기 한다.
“ …그러다 어느 날 밤, 이런 생각을 해봤어요.
‘..흠…난 여기서 늘 (마시는 걸) 멈췄어. 더 마시면 어떻게 될까?’ 특별히 어둡거나 불길한 그런 생각은 아니었어요. 장난 같은 거죠. 그리고 …. 나서… (끝장을 봄)
… “난 이제 끝. 이제 됐어.” (하고 그만 두게 되었습니다) .. 드레이크(Drake)의 30세 기념생일파티에서였어요. ..
“그리고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지푸리며) 이러지 않게 되게 까지 몇 주 걸렸어요…..
그러다가 전 제 자신과 대화를 했습니다. 숙취 6일차 였어요. (그정도로 숙취가 오래갔어요) “
창밖을 보며 물었죠.
Okay, 존.
네 잠재력의 몇 %를 발휘하고 싶어?
"60%만 발휘하고 나머지 40%는 그냥 재밌게 놀면서 사는 것도 괜찮아.
정답은 없어. 만약 네가 정하고 싶다면, 넌 몇 퍼센트를 이루고 싶어? 그게 몇 프로야?"
전 대답했어요.
난 100%를 원해.
머리 속의 목소리가 말했어요.
“Okay. 그게 무슨 뜻인지 알아?”
그래서 대답했죠.
더 길게 말할 필요 없어. 뭔 말인지 알아.
그리고 그 다음 해, 저는 4개의 투어를 했고, 2개의 밴드에 있었고, 비행기를 탈 때도 행복했어요. “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비록 제가 존 메이어와 마찬가지로 유명 아티스트는 아니지만…..
저도 만약 제게 재능, 잠재력이란 게 있다면 그걸 100% 발휘한 삶을 살고 싶었던 것 같아요.
혹시라도 제가 대기만성형 인간이라면 최대한 건강히 살아남아야 뭐 꽃을 피우던 열매를 맺건 하지 않겠어요?
뮤지션의 꿈도 작가의 꿈도 다 건강을 기초로
잠재력을 가꿔야하는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니깐요.
글을 쓰는 동안 술 취해본 적도 없는 내 생각은 별로 안 궁금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그래서 “또 누가 술을 끊었나~” 살펴보는 게 이번 글을 쓰며 했던 자료 조사 중 하나이다.
그 과정 중에 알게 된 미국 작가, 블로거, 구독자 25.2만명의 유튜버 마크 맨슨을 소개한다.
유튜브의 자기소개는 Wordchampion Non-Fuck-Giver 이다.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작가 3번이나 되었다.
그는 ‘신경끄기의 기술’이란 교양 있는 제목으로 번역된 책이 있다.
원제는 The Subtle Art of Not Giving a Fuck 이다.
그 외에도 <희망버리기 기술>, <절박함을 버린 남자들> 내가 머물렀던 텍사스 출신이라서인지 먼저 소개하는 건 아니고, 한국에도 그의 책을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뉴욕타임즈의 베스트셀러 작가도 약 22년 간의 ‘헤비 드링킹’ 후, 2020년을 계기로 술을 끊었다고 한다.
거기에 대해 알리는 2023년 3월 31일 자의 영상을 들었다. (링크)
마크 맨슨이 말하는 술이 주는 장점은 사회적인 것이었다. 십대 후반 부터 술을 마시기 한 그는 사회적 초조함(social anxiety)와 의존성을 문제로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술을 마시면 더 많은 사람들과 편하게 어울릴 수 있었던 게 좋았다고 한다. 그리고 대학생이 되어 술을 많이 마셔도 제대로 기능할 수 있는 자신의 슈퍼파워를 찾고 “파티 가이”가 된다.
그런 그가 술을 끊은 건 왜일까?
계기
작가는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거의 매일 나가서 술을 마시며 20대를 보냈다. 그리고 30대에 작가로서 성공한 후에는 자신의 삶과 가치관이 달라지는 것을 깨닫는다. 무엇보다 신진대사가 달라지며 예전처럼 술을 많이 마실 수 없다는 것과 체중증가, 수면의 질 저하 등을 겪고 술을 줄이는 것부터 시작한다. (한 주에 10~15잔 마시던 술을 주 3-5잔으로 줄였다.)
그랬더니 15잔 마시던 때는 늘 ‘취함’과 ‘숙취’사이에 있어서 체감하지 못했던 것을 느끼게 되었다고 한다. 그건 바로 술이 얼마나 자신의 몸상태를 나쁘게 했는지 깨달을 수 있는 “깨어있는 시간”이 있었다는 거다.
또 시간이 흘러 알콜에 대한 새로운 연구결과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예전엔 한 잔의 와인이나 몇 잔의 술은 건강에 좋다고 알려져있었지만 더 나은 데이터와 연구들로 새로운 소식을 접하게 됐다.
다 건강에 안 좋다는 것.
술을 많이 마시며 살아왔다면 몸이 ‘리셋’하는데 1년 이상 걸릴 수도 있다.
역시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작가는 아무나 되는 게 아닌 걸까?
그렇게 아예 술을 안 마시기로 결정하고 이어간다.
그리고 그는 술을 끊어본 후 느끼는 장점을 나눴다.
당연히 체중이 감소했고, 잠을 잘 자게 되었고, 지긋지긋한 숙취가 없어졌단다.
그런 마크 맨슨이 말하는 “예상치 못한 이득”은 무엇일까?
(1) 불안함(anxiety) 감소
술을 줄였을 때부터 술을 마신 2-3일간은 더 감정적이 되었고, 신경질적이거나 더 쉽게 흥분하고 더 부끄러워했다. 하지만 술을 끊은 후엔 안정적이 됐다. 예상치 못하게 생산성과 일에 도움이 되었다. 자기 감정을 다스리느라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고, 그 에너지를 창의성에 투자할 수 있었다.
(2) 가치와 우선 순위에 더 명확해짐
마크 맨슨은 술을 많이 마실 때는 동시에 여러 가지 프로젝트 아이디어에 흥분하고 기회를 놓치는 것에 대해 두려워했다. 그리고 새로운 아이디어에 함몰 되었다가 몇 일 후 의문을 갖으며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탔다.
술을 끊은 후에는 내가 이루고 싶은 것을 선별하고 거기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3) 적지만 더 좋은 친구들
20대에는 사회적 소외감을 피하고 싶어 마셨고, 30대에는 지루함을 이겨내기 위해 술을 마셨다. 술을 끊으니 술을 마셔야 함께 할 수 있는 (재미없는) 친구들과 멀어졌다.
만약 누군가와 함께하는 것 (혹은 어떤 것을) 즐기기 위해
술이 필요하다면,
사실 우리는 그 사람이나 그것을
실제로 즐기는 것이 아니다.
그럼 우리는 그 둘 다 멈춰야 한다.
if you need to drink to enjoy a person or a thing, you don't actually enjoy that person or thing, and you should stop doing both.
-Mark Manson
(4) 취미와 흥미가 달라짐
마크는 술을 끊기 전까지 자신이 음식과 ‘파인 다이닝’에 열정적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술을 끊고 보니 그냥 레스토랑에 가서 술 취하는 것을 즐겼던 것을 깨달았다. 연극과 라이브 쇼들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맨 정신으로 보니 그리 재밌지 않았다. 스스로 네트워킹 그룹과 파티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맨정신의 마크(자신)’는 집에서 쉬는 게 좋았다고.
타인이 볼 때는 어쩌면 더 재미 없는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일 지 모르겠지만, 지금이 훨씬 만족하고 행복하다고 한다.
(5) BETTER SEX
마지막은 빈칸은 무려 BETTER 이다. BETTER SEX
긴 말을 하지 않고 소품을 활용하고 간결히 표현한다.
부끄러운 어른들의 대사는 영어로 남기면 덜 부끄러운 마법이 존재한다.
This is a strong pipe, like a strong, firm, solid pipe.
Definitely stronger than my old pipe.
Wife seems very happy with this pipe.
술 끊은 후의 ‘파이프’를 아내가 더 좋아한단다.
…술을 마셔본 삶의 비중이 극히 적은 나에게는 ..그전이 어떤 건지 궁금할 뿐이다.
마크 맨스는 술을 끊은 시점은 결혼 후 이다. (직후는 아니다)
다른 영상에서 이야기 하는 것으로 미루어 보면 술을 끊게 된 계기 중 하나는 아마도 아내와의 행복한 결혼생활에 지장을 미치는 계기들이 있었던 것으로 유추된다.
‘난 결혼 안했는데?' 혹은 ‘안 xx 안할 건데?’ 하시는 분들을 위해 보다 젊은 미혼청년의 삶을 살펴보자.
2020년 포브스(Forbes) 유럽- 미디어&마케팅 분야에서 “30 under 30”에 선정된 1992년생 영국의 창업자이자 투자자, 스티븐 발렛(Steven Bartlett).
그는 미국과 영국 지역 탑티어 팟캐스터이자 867만 구독자를 보유한 채널 Diary of a CEO를 운영 중이다.
흥미롭게도 스티븐 발렛도 대학중퇴, 존 메이어도 마찬가지이다…
스티븐 잡스, 빌 게이츠....이쯤 되면 '대학중퇴'가 성공가도 인건가 싶다.
아빠는 늦었으니 우리 아이들은 꼭 대학교 중퇴를 권장해야 하나 고민해봐야겠다.
계기
스티븐은 정신과의사 다니엘 에이멘 박사가 출연한 에피소드에서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한다.
그가 술을 끊은 이유는 자신의 웨어러블 기기(whoop) 를 통해 와인을 마신 후 다음날의 HRV(심박변이도/Heart Rate Variability)가 현저히 떨어지는 것을 수치로 확인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평소 건강관리를 하기 때문에 좋은 날엔 140-150인 HRV가 와인 한 잔에서 세 잔을 마신 다음 날에는 30-40까지 떨어지는 걸 봤다.
그리고 자신이 아플 때, 잠을 잘 못잔 날,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날, 코로나바이러스에 걸렸던 날 비슷한 수치저하를 경험했던 것을 바탕으로 알코올이 생리학적으로 심각한 스트레스나 질병과 비슷한 반응을 일으킨다는 것을 보고 술 마시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고 한다.
심박변이도는 애플워치가 있다면 (watchOS 6 이상 + iPhone 6S 이상 + iOS 13 이상) 확인할 수 있는 수치이다.
실험정신이 있으신 분들은 한 번 체크해보세요!! 전 아직 애플워치는 사치품인가 고민이 되어서 계속 구매를 미루고 있었는데…(당근에서도).. 이 글을 준비하며 재고 중입니다. 저도 HRV가 궁금해졌거든요.
또 다른 인물은 영국의 팟캐스터/유튜버 크리스 윌리엄슨이다.
Modern Wisdom이라는 컨셉으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크리스는 313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러브 아일랜드(Love Island)라는 리얼리티 티비 프로그램에 나왔다가 셀럽의 삶에 염증을 느끼다가 팟캐스터가 된다. 그는 팟캐스트를 통해 2018년부터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을 섭외해서 대화를 나눈다. 지금까지 NYT베스트셀러 작가 100명 이상을 인터뷰 했다.
크리스 윌리암슨은 2021년에 1000일 동안 술 안 먹기에 성공했다.
그 외에도 6개월 금주를 세 번 성공했다고 한다.
특별히 알콜중독같은 문제를 겪거나 술 때문에 문제를 일으켜서가 아니라 자신의 생산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알아보고 싶었다고 한다.
출처: https://youtu.be/0E8mClIa_0I?si=J6ROjjQB7oSWRO_W
크리스는 술을 끊는 것은 자기가 찾아낸 개인의 성장/발달 전략 중 가장 파워풀한 것이라고 말한다.
술을 끊은 1000일 동안 자신이 3개의 사업을 만들고, 집을 다섯 개 구매했고, 15개 나라를 다녔다고 한다.
(술 안 마시며 저는 아이 셋을 만들고 집은 없습니다만…)
그런 그가 말하는 술을 끊은 후 얻게 된 예상치 못한 것들은 여러가지가 있었다.
생산성
술을 마시던 때엔 없었던 ‘토요일, 일요일 아침 시간’이 생겼다.
관찰력이 좋아졌고, 한 가지 일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되었고, 그래서 생산성이 좋아졌다. 크리스는 더 많은 걸 해내는 걸 좋아하고 그게 자신을 행복하게 한다고 했다.
자신감
크리스는 술을 끊으면서 사람들이 얼마나 술에 의지하는 지 알게 되었다고 한다.
술을 먹으면 사람들은 더 외향적이 되고 카리스마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술을 먹지 않은 상태라면 실제로 용기를 내어 누군가에게 다가가고 말을 걸어야 했다. 그리고 그걸 극복해서 자신감과 카리스마를 연습할 수 있었다고 한다.
습관
크리스는 말한다. 술을 끊고 나니 새로운 습관을 시작하기가 더 쉬워졌다고 한다.
만약 숙취 (혹은 늦잠)중이라면 아침에 독서나 명상을 하는 것은 불가능했을텐데 그게 가능해졌다.
처음으로 술을 마시지 않기로 한 그 때 시작된 명상은 5년 동안 자신에게 ‘배당금’을 나눠주는 최고의 일회성 투자였다고 말한다. 수면의 질이 향상된 것을 경험했고, 일이 바빠 세 네시 까지 일해야 하는 밤에도 스케쥴에 맞춰 업무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배운 것
또 그 기간 동안 ‘안 좋은 선택’이 줄으며 ‘후회’도 줄었다.
많은 인생의 성은 ‘대참사’를 피하는 것으로 이뤄낼 수 있다.
적어도 지금은 내가 어떤 실패를 하면 거기에 대해 인정하고 책임을 질 수 있다.
돈이 늘었다
술에 취에 새벽 두 시에 예거마이스터를 마시고 길거리 음식을 먹으며 택시 타고 돈을 버리지 않게 됐다.
시간이 늘었고 좀 더 생산적이 되었고, 더 좋은 습관을 얻었다는 것은
비용을 줄이기만 한 게 아니라 ‘소득’을 늘린 게 되었고,
소득을 늘릴 수 있는 능력을 증가시킬 수 있었다.
더 좋은 친구들
또 크리스는 어떤 사람과 어울릴 지 좀 더 선택적이 되었다고 한다.
어떤 사람들과 유일한 공통점은 같은 장소에 매주 함께 취하는 것 밖에 없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렇게 어떤 사람들은 자연스레 멀어졌다.
그렇게 진정한 친구라면 자신이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걸 지지해줄 것이고, 만약에 자기 친구들이 자기파괴적인 활동을 할 때만 함께 있고 싶어한다면, 어쩌면 자신에게 더 좋은 친구들이 필요한 거라고.
정신적 예리함
크리스는 3개월 정도 지난 후, 시간이 지날수록 기억력과 언어능력, 창의력이 예상보다 많이 좋아졌다는 걸 발견했다.
그 전까지 씌워있던 ‘브레인 포그(Brain Fog)’ 가 걷혀지고 처음으로 안경을 쓰고 잘 보게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고 한다.
잘 생각해보면 ‘숙취(hangover)는 반나절 동안의 ‘급성 자발적 우울증(acute self-induced depression)’ 같은 거다. 오랫동안 좀 더 안정적인 정서/기분을 원해왔는데 지금까지 반복적인 숙취를 통한 ‘리셋’이 자기 행복을 제한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고 깨달았다. 그렇게 안 좋은 일을 겪게 되었을 때도 훨씬 더 나은 회복탄력성을 갖게 된 것 같았다.
자기성찰과 솔직함 personal integrity
또 자기 행동을 더 돌아보고 동기를 살펴보게 되었다.
몇주 간격으로 ‘술 때문에’ 라고 변명할 수 있었던 것들이 사라져서 더 높은 기준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었다.
연애에 미치는 영향
미혼인 크리스는 술이 연애에 미치는 영향도 다뤘다.
대부분의 데이트는 바(BAR)나 레스토랑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술을 마시지 않는 게 어떤 여자들을 불편하게 한 건 사실이라고. 하지만 자신이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을 싫어하는 여자들이 있었던 것처럼 술 마시지 않는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하지만 술을 마시지 않는다는 건 내가 더 큰 목표가 있고 미래의 그걸 위해 현재의 어떤 것들을 희생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표시이다. 그래서 다른 친구들과 달라보였을 거다. 왜 어떤 사람이 숙취보다는 목표를 좇는지 이해할 수 없는 여자라면 그런 여자는 내가 원하는 연애 대상이 아니란다.
크리스는 말한다.
솔직히 술을 끊는 건 제 삶을 바꿨습니다.
모든 방면에서 개선이 있었고,
모든 것이 복합적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나아졌어요.
“Honestly, stop drinking has changed my life. everything improved and got exponentially better as it compounded more and more and more. “
크리스는 술 때문에 큰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다. 하지만 삶 속에서 술을 없애 보니 삶이 얼마나 좋아질 수 있는 지 알게 되었다.
술을 끊는 것은
제가 더 균형잡히고 더 자신감있고
행복하고 더 성공적이 될 수 있게 해주었고,
스스로를 더 자랑스럽게 생각하게 했습니다.
완전한 금주를 할 필요가 있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만약 할 수 있다면 그게 당신의 삶을 바꿀 겁니다.
i never had a bad relationship with alcohol. but you don't know how good life could be until you take it away. stopping drinking has got me to a place where i'm more balanced and confident and happy and successful and a lot more proud of myself.
you don't have to try sobriety but if you do it might just change your life
어느 새 초등학생의 직업선호도/장래희망 중 3위가 유튜버/크리에이터가 되었다.
(참고: 2022년 한국직업능력연구원. 1위는 운동선수, 2위는 교사, 4위가 의사 5위는 경찰관이다)
20만~8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들이 이런 메시지를 전한다는 건 참 멋기기도 신선하기도 하다.
혹시라도 이 글을 읽는 초등학교 교사님들께서 아이들에게 음주 예방(?) 교육을 할 때 활용하실 수 있으면 좋겠다.
앞서 말한 세 명의 인물은 긍정적 목표를 가지고 실험하고 술을 끊게 된 이야기를 들려줬다.
한편 이번에 자료 조사를 하며 이 주제와 무관한 팟캐스트를 듣고 있던 중 알게 된 멋진 여성의 이야기가 있다.
저스티스 디펜스(Justice Defense)의 창립자이자 CEO인 레일라 미켈웨이트이다.
그녀는 2006년부터 성착취와 인신매매와 싸우고 있고, 세상에서 가장 큰 대형 포르노 사이트인 *허브와 싸우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참고기사:(1) https://www.wsj.com/arts-culture/books/takedown-review-the-seedy-side-of-the-internet-97c6dd77 (2) https://www.spectator.co.uk/article/a-david-and-goliath-battle-involving-a-billion-dollar-pornography-website/
그녀는 플레이보이(Playboy) 맨션에서 신년파티(New Year’s Party)를 보내는 등 헐리우드의 화려한 삶을 쫓아다니며 20대를 보냈다. 그러다 어느 날, 파티 후 역겨운 냄새가 나는 호텔 카페트 바닥 위에 쓰러져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술을 끊었다고 한다.
십여년 전 알던 지인도 유학생활 중에 클럽에서 건네받은 술잔 이후, 원치 않는 상대와 원치 않는 행위를 하던 중 의식을 차린 안타까운 경험을 나눴던 게 기억이 난다.
그런 그녀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새로운 ‘미션’을 가지고 살아가게 된다.
그렇게 그녀가 창립한 단체를 통해 전세계에서 가장 큰 포르노 사이트인 *허브를 대상으로 법적공방을 벌이며 최근에 91% 이상의 콘텐츠를 삭제시키는 것에 성공하는 성과를 거둔다. 소위 야동사이트/성인물사이트에서 공공연히 미성년부터 아동의 성추행/성폭행 영상이 유통되는 것에 초점을 두고 법적 대응을 하고 있다.
영화 배우나 뮤지션들은 어떨까?
역시 술을 끊고 살아가는 이들이 있었다.
영화계를 살펴봤다.
흥미롭게도 마블 유니버스의 히어로들이 대거 보인다.
닉 퓨리 역의 새뮤엘 잭슨(Samuel Jackson), <아이언맨> 로버트 다우니 쥬니어(Robert Downey Jr.), <스파이더맨> 톰 홀란드(Tom Holland), 타노스 역의 조쉬 브롤린(Joshi Brolin). 마블 유니버스에선 '베놈venom', DC 유니버스에선 다크나이트의 악역 베인Bane을 맡은 톰 하디(Tom Hardy)도 있다.
그 외에도 <해리포터>의 대니얼 래드클리프(Daniel Radcliffe)도 있었는데 어린 나이에 겪은 유명세에서 오는 압박을 이겨내고자 술에 의지하게 되었고, 행복하기 위해 술을 마셨는데 마셔도 행복해지지 않는 것을 알게 됐다며, 2012년까지 알콜중독에 시달리다가 금주를 시작했다고 한다.
<왕좌의 게임>의 '존 스노우' 역 키트 해링턴도, <가십걸>의 블레이크 라이블리, 브래드 피트도...
영화 <마스크>, <브루스 올마이티>의 코미디로 유명했다가 급진지한 철학적 배우로 거듭난 짐 캐리도 이 금주배우 명단에 포함된다.
전직미식축구선수이자 TV호스트, '똘끼충만'한 배우 하면 떠오르는 테리 크루즈(Terry Crews)도 의외의 인물로 포함된다.
(안 마셔도 "미친" 테리를 감당하기 어려운데, 술 취하면 감당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그 외에도 <프린세스 다이어리>,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앤 해서웨이 (2019년부터 시작),
(아이러니하게도) 영화 <행오버>로 유명한 브래들리 쿠퍼(19년차),
콜린 퍼렐 (12년 성공), 드루 베리모어 등도 있다.
다음은 음악계를 살펴보자.
뮤지션들 중에서 유명한 이름들을 볼 수 있었다.
그 중 가장 예외의 인물은 랩퍼 에미넴.
우리나라에선 ‘해피’라는 곡으로 유명한 다재다능한 아티스트 퍼렐 윌리암스가 있었다.
레이디가가, 시아(SIA), 핑크, ‘블랙 아이드 피스’의 퍼기(Fergie), 밴드 ‘킬러스’의 이름도 얼굴 도 꽃인 보컬 브랜든 플라워스(Brandon Flowers).
“뮤지션 (혹은 락커)는 술이지! “라고 생각해왔다면 그건 필수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오아시스의 노엘 갤러거(Noel Gallagher) 등도 4년 동안 매일 술을 마셨다며 2024년부터 신년파티에 술 대신 ‘페퍼민트 티’를 내놓으며 금주하는 뮤지션으로 살아가고 있나보다.
그 전 세대 아티스트들도 찾아볼 수 있었다.
에릭 클랩톤(Eric Clapton), 호텔 켈리포니아로 유명한 밴드 ‘이글스’의 기타리스트 조 월쉬 (Joe Walsh), 빌리 조엘(Billy Joel) 다.
1970년대의 유명 록밴드 더 도어스(The Doors)의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1947-2016)도 1993년부터 죽기전까지 금주에 성공를 했다. 밴드 메탈리카의 제임스 헷필드(James Hetfield)도 2001년에 약 15년 이상 재활(금주) 성공한 이력이 있었으나 2019년에 실패(?)후 다시 재활시작 중이다.
손 끝 하나로 소리를 표현해야 하는 연주가라면 장기적인 음주가 뇌에 미치는 영향 때문에 점점 연주할 수 없는 자기 곡들이 늘어날 수도 있다. 오히려 술 때문에 예술가로서의 수명이 줄어들 수 있다.
앞서 언급된 사람들 중 어떤 이들은 어쩌면 다시 술을 마시는 삶으로 돌아갈지도 모른다. 많은 이들이 그렇다.
장르를 문학으로 바꿔보자.
<위대한 개츠비(The Great Gatsby)>의 저자 F. Scott Fizgerald 도 44세의 알콜남용으로 심장마비를 맞이했다, 알려지지 않은 이유로 거리를 헤매다 40세에 사망한 에드가 앨런 포(Edgar Allan Poe)의 사인도 알콜 금단 현상을 겪다가 이라는 주장이 있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의 테네시 윌리엄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어니스트 헤밍웨이도 술을 사랑하던 이로서 마지막 챕터가 아름답지 못했다.
어떤 이들은 그런 말로를 경험하기 전에 술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를 발견하고 술을 끊거나 줄인다. 그리고 앞서 말한 사람들이 경험하는 개선을 체험하는 것 같다.
다른 글에서도 넌지시 얘기한 바 있지만,
나는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다.
무주(無酒)기간이 인생의 99%이다. 소수점을 늘리면 99.375%까지 내려간다.
대학생일 때도, 군복무 중에도, 수습사원일 때부터 10년 이상 근무한 중견사원이 된 지금까지.
난 누군가의 권유로 술을 마셔본 적이 없다.
소위 실세였던 회사의 ㅇㅇ부서장, ㅇㅇ팀장부터 심지어 사장까지,
누가 권해도 ‘거절하기 어려워 마신 적’은 없다.
물론 입사 이후 거의 모든 저녁회식에서 누군가는 내 의지를 꺾으려 했다.
(점심에도 반주(飯酒)하는 선배들이 있으면 점심시간에도....)
10여년 전 입사시기에는 개콘에서 <거지의 품격> 이란 코너가 있었다.
당시 개그맨 허경완은 ‘궁금해요? 그럼 500원만.’ 이란 유행어를 남겼다.
그 때 난 생각했다.
한 사람의 신념을 바꾸려면 적어도 500억원 이상의 가치는 부여해야 하는 게 아닐까?
“내가 술 먹으면 좋겠어요? 그럼 500억만”
나는 술을 마시지 않겠다는 소신이 있었고, 그 소신엔 적어도 500억의 가치를 부여했다.
500억 정도 있으면 술병이 나도 좀 덜 불안하려나 싶어서 대충 정해본 금액이다.
그리고 만약 타인의 강요나 권유로 시작한 술이 내 건강을 앗아간다면...?
499억원을 치료비로 써도 되돌릴 수 없는 ‘잃은’ 건강을 아쉬워 살고 싶진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술을 마시지 않아서 나를 자를 정도의 회사라면 그 회사는 내가 다니지 않아도 되는 회사라고 생각했다.
개인의 업무능력을 음주의지 혹은 주량으로 판단하는 회사라면 문제가 있는 회사이다.
그런 경영지침을 가진 회사가 잘 되면 얼마나 잘되겠나? 이런 생각을 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나에게 술을 권하는 사람도 사람이다.
나도 연배도 직급은 다르겠지만 나와 본질적으로 같은 인간이다.
그리고 인간은 대부분의 상황에서는 거절해도 되는 대상이다.
그리고 막상 ‘개겨본 사람’ 알겠지만, 상대도 내가 ‘자기 맘대로 되지 않는 사람’이라는 판단이 서면
굴복하지 않는 대상을 계속 굴복시키려고 하기보다는 자기한테 잘 맞춰주는 사람에게 간다.
그렇게 의외로 편한 삶을 선사 받기도 한다.
술자리에 덜 초대 받으면서 생기는 내 시간도 소중하다.
평일이든 주말이든 '시간외근무' 수당을 주는 것도 아닌 업무 외 저녁 시간이다.
남의 돈으로 술 마시면서 고기 몇 점 더 얻어 먹는 게 이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이 역시 돈으로 살 수 없는 시간을 ‘산’ 셈이다.
그렇게 결혼 하기 전 독거청년의 시절 회사생활에서 퇴근 후의 ‘내 시간’을 부서회식이 아닌 ‘소모임’에서 보내게 되는 시간은 극히 적었다. 월요일 농구동호회, 그리고 가끔 있는 팀, 부서 회식이 전부였다.
술 안 먹으니깐 회식도 1차까지만 함께 하고, 집에 일찍 가라고 해준다.
물론 일은 잘 해야한다.
그래야 ‘술은 안 먹는데 일 잘하는 애’가 될 수 있다.
그러면 그게 시간이 흘러 ‘술 안 먹어서 컨디션 안 좋은 날이 없는 안정적인 퍼포먼스를 내는 애’가 된다.
어떤 사람들은 그런 '특이한 애'가 알고 싶다며 점심을 같이 먹자고 한다.
점심 같이 먹으면서 진솔한 얘기 똑같이 하면 된다.
그렇게 맨정신에 우정을 나눌 수 있는 직장동료/선후배가 생기기도 한다.
그럼 굳이 ‘술 안 먹는다고 왕따’가 아니다.
이런 캐릭터가 확립이 되면 의외의 아군들도 생긴다.
술 안 먹는 사람들, 술 안 좋아하는데 억지로 먹는 사람들이 주변에 나타난다.
회식 자리에는 그렇게 술 취하고 싶지 않은 선배들이 내 옆자리를 선점하기도 한다.
그렇게 본의 아니게 회식자리에 술 싫어하는 (=술 취한 다른 사람들을 싫어하는) 여선배님들의 비율이 현저히 높은 테이블을 만들어내는 효과도 있다.
술을 마셔서 ‘초대받지 않는’ 자리도 있을 거다.
그렇지만 분명 술을 안 마시는 희소인(稀少人)으로 살아가면 희소가치가 높아지는 장점도 있다.
35세에 결혼한 내가 만약 애주가였다면 결혼을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아내는 '남편감 필수조건'에 '건강한 습관'이란 항목을 적고 ‘술, 담배를 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적어놓은 공책을 보여줬다. 술 마시고 담배 폈으면 지금 살고 있는 사람과 연을 맺지 못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사회 속에서 만나기 쉬운 것은 ‘포섭’ 혹은 ‘회유’이다.
‘왜 너만 다르게 살려고 해? (우리랑 같아지자)’
기억나는 회유 멘트들 중 하나가 있다.
“술을 마셔야 하고 싶은 말도 하고 진심도 털어놓을 수 있지”
그런데 난 맨 정신에도 할 말을 하는 사람이었다.
꼭 술을 마셔야 진심을 털어놓을 수 있다고 하는 건 내게는 ‘약함’으로 들렸다.
중고등학교 시절 일본에서 만든 만화, 애니메이션 작품을 하나 두 개 좋아한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 기억에 남는 대사들이 있을 거다.
그리고 가장 유치한 것 같으면서도 뇌리에 남는 것 중 하나는 바로
“(나는 더) 강해지고 싶어 (強くなりたい)"
나에게 내 의지와 상관없이 바뀌어 가는 환경 속에서 살아남는 것은 강해지는 것의 일환이었다.
그리고 진심을 이야기할 수 있는 것도 마찬가지.
하지만 어떤 음료에 기대어야만 진심을 이야기할 수 있다고 한다면 그건 나에게 ‘멋진 것’의 반대.
나에게 설득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전-혀.
술을 마셔야 진심을 드러낼 수 있다면 상대를 위해 술자리에는 기꺼이 함께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맨정신으로 진심을 이야기할 수 있으니 술이 필요하지 않다.
자산이랄게 없는 가정에서 자라면 가장 큰 자산은 건강한 신체이다.
건강한 신체는 그저 군살 없고 근육질에 운동능력이 뛰어난 몸만 말하는 게 아니다.
사무직도 지식노동자로 분류할 수 있다면 노동력의 핵심은 두뇌를 포함한다.
어려운 과학적 지식을 늘어놓지 않더라도 술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다.
가진 게 별로 없는 신입사원으로서 술을 먹는다는 건 자기가 가진 가장 큰 자산에 타격을 주는 일로 느껴졌다.
물론 같이 ‘유해물질’을 나눔으로서 생기는 유대감, 돈독한 온정이 생길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도 잘 이해한다. 함께 생명력을 불태우는 동료의식이라고 생각하는만큼 그게 나쁘다고 왈가왈부하고 싶지는 않다.
아무튼 나는 그런 관점에서 술을 마시지 않는 회사원으로 살아가고 있다.
내 몸은 소중하니깐.
“야, 니 몸만 소중해?! 난 선배들이 따라주는 술 다 받아마셨어 !!”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들의 ‘격려’에 힘입어 내 손으로 술잔을 옮기고 입을 벌려 술을 내 몸 안으로 넣는 일을 반복한다고 가정해보자. 그 순간을 함께 해주는 것을 반복하면서 정이 돈독해 지기는 할 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런 삶을 10년, 15년, 20년, 회사생활 내내 같이 하다가 내가 아프게 된다면 그들은 나에게 치료비를 지원해줄까?
아마 아닐거다.
의료보험과 내 통장의 잔액이 책임져야할 부분일 거다.
만약이라도 회사를 다니다가 혹시 음주사고로 죽게 되면 회식자리를 함께한 이들은 하나 둘 부조금은 낼 거다. 5만원에서 10만원 사이.
하지만 나는 죽고 나서 받을 돈에는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니 인센티브가 되지 않는다.
회사에서도 후배들이 입사 후 수습기간 중에 회식을 경험하고 퇴사를 하는 일도 두 어번 있었다.
안타까운 마음에 남사스러움을 무릅쓰고 단톡방에 내가 어떻게 술을 안 먹고 계속 다니고 있는지, 안 마신다고 회사에서 해고하지 못한다는 것들을 알려줬다.
그 중에 한 후배는 위염이 심해서 의사선생님께서 절대로 마시면 안된다고 진단을 받은 상태에서 입사를 했다. 그리고 내가 술을 마시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상담(?)을 요청해서 격려해줬던 일도 있다.
지금은 결혼해서 두 아이의 엄마가 되기 까지 그렇게 술 권유가 심한 사회생활에서 무주無酒의 삶을 잘 살아내고 있다.
초창기에는 아프다며 술을 거절하는 후배들에게 ‘소독을 해주면 된다며 술을 권하는 4,50대 선배들도 있었지만 코로나 후에 달라진 회식문화와 더불어 요즘은 사라졌길 바란다.
나는 앞서 술을 마시지 않는 삶이 99%라고 했다.
그럼 나머지 0.625%는 뭔가 궁금하신 분들이 혹시 있을까 싶기도 하다. \
친한 친구들 중 나만큼 극단적은 아니더라도 거의 마시지 않는 친구들도 있고,
어떤 친구는 ‘술을 음식으로 음미하는 건 좋아해’ 라는 친구도 있었다.
취직 후 1년차, 서른이 된 해, 아주 인생에 특별한 시기를 겪고 있던 나는 스스로 금기시 하던 것에 대한 도전이자 실험을 해본 본 적이 있다.
계기:
한 프리랜서가 우리 회사와 용역계약이 있는 업체의 부도덕한 임금 관리로 급여를 제대로 받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도와준 일이 있다. 그 일을 계기로 한동안 친구처럼 지내던 사람이 있었다.
내 인생에서 드문 캐릭터로 담배도 피고 남자친구와 동거 중이라는 그녀와 어쩌다가 저녁식사를 하게 되었다. 그녀는 내가 술을 마시지 않으니 혼자 와인 한 병을 다 마셨다. 그렇게 술에 취에 길에서 드러눕고 의식을 잃는 등 위급한 건지 아닌지 긴장되는 상황을 선사한 인물이다. 그렇게 인사불성이 된 여자를 엎어 데려다주는 등 그 0.625% 외에선 상상 조차 할 수 없었던 귀찮은 일이 있던 시절이다.
(다른 사유로 기록하고 싶지 않은 시절이자 잊고 싶은 시절이라 길게 쓰지 않겠다.)
혼자 사서 마셔본 맥주든 친구가 권하는 와인이든 브랜드를 가릴 것 없이 썼다.
어떤 친구는 스파클링 와인은 괜찮지 않겠냐며 권했지만, 레드고 화이트이고 와인도 모두 쓴 맛 뿐이었다.
당시 서울에 거주하는 프랑스 친구들과 종종 어울렸던 시절이었다.
주말에 모이면 한강공원에서 앉아서 와인을 종이컵에 따라 마시는 문화가 있는 친구들이었다.
그 멤버들 중 누군가 생일이 되면 파티를 한다며 저녁에는 BAR로 갔다.
그렇게 서른이 되어 처음으로 들어가봤던 바(BAR)에서 보니 술은 양도 적은데 가격도 비싸다.
한 잔, 두 잔, 세 잔 … 그렇게 많이 마시면서 총액이 올라가는 음료는 또 없다.
콜라, 사이다, 커피를 술 마시는 것처럼 많이 마시는 건 본 적이 없다.
(아..우유? 라면 가능하려나..?)
음주실험의 장소가 바가 되니 다양한 선택지가 있었다.
그나마 ‘이건 향이 있구나- ‘ 하며 맛이란 게 느껴지는 건 예거마이스터 (도수 35%)정도
꿀이 들어가면 더 맛있으려나 싶어 시도해본 잭 다니엘스 허니 (역시 35%)
하지만 이 역시 맛…이랄게 느껴지지 않았다.
내가 사먹는 것도 남이 사주는 것도 그렇게 계속 마셔봤다.
취하면 기분이 좋아지는 건가 싶었지만 나는 취하지도 않았다.
너무 비효율적이었다.
돈은 돈대로 쓰고, 맛은 없고, 그렇다고 취하지도 않으니 기분이 좋아지는 것도 느끼지 못하겠고.
집에 가서 자려니 잠은 안 오고.
마시는 친구들을 이해하고 공감대를 형성해보자는 취지의 30세 독거청년의 일탈적 과학실험은 커다란 의문만 남겼다.
도대체 왜 마시는 거지?!!!
누군가에게 길게 설명해본 적은 없다.
아마 이번 글을 통해 종합해보게 되는 것 같다.
(1) 멋없어…
내가 기억하는 할아버지의 여러 모습 중, 매끼 ‘반주’를 하시던 모습이 있다.
(어느 시점에서인가 교회를 다니시기 시작하며 술을 드시지 않게 되셨다. )
형사셨던 작은 할아버지도 명절 때만 되면 거하게 취해서 친척 누군가와 큰 소리로 싸우셨던 모습이 기억난다.
친척어른들의 술 취한 모습은 어린 나의 눈에서 멋있는 게 아니었다.
얼굴을 붉어지고 목소리는 커지고 눈이 충혈되고 발음은 점점 더 이상해졌다.
비교적 유교적 사상이 강한 집에서 자란 나는 어른을 공경해야 한다고 배웠다.
하지만 술취한 어른들은 존경할만한 구석을 찾을 수 없었다.
(2) 쓴 게 싫다.
초등학생 시절 할아버지 댁에서 제사가 아직 치뤄지던 때이다.
큰 삼촌이 장난으로 내 물잔에 따라 놓은 소주를 물인 줄 알고 입이 댔다.
쓰고 이상한 냄새가 났다.
인생은 쓴데 먹는 거라도 달아야지- 하던 개똥철학은 꽤나 일찍 시작되서 몸에도 안 좋고 쓰기까지 한 것을 먹는 것에 끌리지 않았다.
쓴 걸 억지로 먹어야 한다면 건강에 좋은 녹색채소이다.
난 쌈채소도 샐러드도 잘 먹는다.
(3) 과학적 사고: 일관성
시대의 흐름 때문이었을 수 있겠지만, 장래희망을 그리는 숙제에서 초등학교 때 과학자가 되고 싶다고 했나보다. 나는 과학적인 것과 일관성이 중요했던 학생이었다. 과학을 좋아하던 초등학생 시절부터 음주가 건강에 해가 되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런 나에게는 “어렸을 때 몸에 좋지 않다면, 어른이 되어서도 몸에 안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다.
술도 담배도, 어렸을 때 교육자료에서 배운 내용들이
(4)반발심: 성격이 안 좋은 가보다
공교육시스템에서 술과 담배는 세트로 ‘어렸을 때 하면 안되는 것’으로 교육 받았다.
이것들을 하면 ‘나쁜 학생’, 또는 불량학생으로 분류되었다.
난 “나쁜” 학생이 되고 싶지 않았다.
혼나는 것도 싫고 남이 뭐라고 하는 것도 싫었다.
(오죽하면 2학년 때 젓가락 집는 법을 맹연습한 것도 구구단을 외운 것도 아버지 잔소리가 듣기 싫어서였다. 어쩌면 내가 술을 안 먹는 이유는 성격이 드러워서… 반항심이 강해서인가?
나이가 자랄수록 술이 마시고 싶지 않았던 것 남이 강요했기 때문에 싫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반발심이 오히려 나의 금주를 이어갈 수 있게 해줬는지도?)
종합:
돈도 없는 애가 내 돈 내고 몸에 안 좋고 중독성이 높은 걸 사먹는 건 비합리적이라고 생각해서이다.
두뇌를 비롯한 내 신체는 부모님에게서 물려 받은 것이기도 하지만 내가 평생 아껴써야 하는 큰 자산이다.
외국어를 더 배우려해도, 악기를 더 잘 치고 싶으려해도, 일을 더 잘하려 해도 필수불가결한 최소한의 자산이다.
부동산이 없어도 살 수 있지만 내 '몸'이 없이는 내가 먹고 살 수 없지 않은가...
그럼 과학적으로 술은 우리에게 무슨 영향을 미치는 걸까?
폭음이 나쁜 것은 당연히 모두가 알고 있는 듯 하다.
그럼 일주일에 한 두번 마시는 건 건강에 해가 될까?
일주일에 한 두 번 마시는 와인은 건강에 도움이 될까?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술을 끊고 나면 어떤 걸 느낄까?
다시 존 메이어의 인터뷰로 돌아가보자.
존 메이어의 주관적인 느낌은 다음과 같은 묘사를 통해 전해진다..
맨 처음엔 이 레벨/수치가 내려가요.
그리고 처음엔 좀 지루한 것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계속 버티면, 이 (굴곡이 크던) 전체적인 선(그래프)가 펴집니다.
조금 낮아져요.
그래서 처음엔 “어?? 그 고점..기분 좋은 high가 없네?’ 하죠..
하지만 조금 더 버티면 이 전체적인 선이 위로 올라 옵니다.
작가 마크 맨슨은 Sober Life(술 마시지 않는 삶)에 대해 이렇게 표현한다.
술마시지 않는 삶은 역설적입니다.
제 삶은 ‘boring’ 합니다.
매일 같은 걸 하죠.
하지만 적어도 제 10년의 커리어 중 가장 재미있게 보내고 있습니다.
전 더 적은 사람들을 만나고 더 적은 일들을 하죠.
하지만 전 과거의 어떤 때보다 더 만족감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A sober life is paradoxical.
My life is boring. I do the same thing almost every day.
Yet I can honestly say that this is the most fun I've had in my career in the last 10 years.
I see fewer people and I do fewer things than ever.
Yet I'm more content and satisfied than ever.
밖에서 볼 때는 재미없어 보이고 따분해보일지 모르겠지만, 참 이상하게도 전 더 만족하고 행복합니다.
Overall, from the outside, my life probably appears a lot more boring and dull, but strangely, I'm way more satisfied and happy.
그러고보니 술을 마시지 않는다고 하면 그럼 주말에 뭐하는지 묻는 직장선배들이 꽤 있었다.
술 안 먹으면 재미없어서 무슨 맛으로 사냐?
그런데 난 많은 것들이 재미있었다.
음악도 좋고, 영화도 재미있었고, 기타치는 것도, 친구들과 만나서 돌아다니고 수다 떠는 것도 좋았다.
심지어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할 때 보이는 하루 하루 다른 하늘의 색깔, 구름의 모양과 질감이 다른 것도 다 나에겐 ‘우와…’의 포인트가 될 수 있었다.
주5일 매일 매일 출근을 하고 있었지만, 똑같은 하루는 하나도 없다고 느낄 정도로 자세히 살펴보면 삶은 늘 다른 구석을 찾을 수 있었다.
아침 루틴으로 수영을 할 때도 사내 체력단력실에서 운동을 할 때도 책을 읽을 때도 ‘지루함’은 날 습격한 적이 없는 것 같다.
어쩌면 내가 느끼지 못한 그 지루함은 어쩌면 존 메이어가 말한 ‘전체적인 선(Baseline)’이 올라와 있어서 인 건 아닌가 생각해본다.
대학졸업 후, 약 10개월간 프리랜서 겸 ‘취준생’의 삶을 살아온 나는 10여년간 월요병 없는 직장인이다.
10개월간 안정적인 수입이 없이 살아가다가 통장잔액이 23,000원 정도 남았을 때, 지금의 회사에 최종 합격했다. 최종 2,3차 면접까지 가던 중에는 두 세 개의 회사에서 주는 면접비가 ‘파산’을 면할 수 있게 해줬다.
안정적인 수입이 노예근성을 키운다며 적극적인 투자를 권유하는 사람도 많이 봤지만, 노예가 되는지 아닌지는 안정적인 수입이 있는지 아닌지의 문제가 아니이다. 인생의 목표나 핵심, 중점가치가 무엇인지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파이프라인, 패시브인컴, 배당금으로 평생 일할 필요가 없이 사는 경제적 자유를 누리더라도 정신적으로 그런 수입원에 ‘노예’가 될 수 있다. 본질이 다른 질문이다.
마찬가지이다.
술이 없으면 인생이 재미가 없다고 말하는 회사 선배님들은 어쩌면 술의 노예가 된 건 아닐까?
술이 없으면 살 수 없다고 말하는 건 어쩌면 .....
마시는 이가 술의 주인이 아니라....
술이 마시는 이의 주인이 되는 ......
주종관계가 뒤밖인 중독의 관계를 설명하는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이제 과학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 한다.
모든 정신질환을 끝내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가진 미국의 정신과의사 다니엘 에이멘 박사의 말로 시작해보려한다.
그는 한 팟캐스트에서 자신이 출연한 회차에 왜 귀 기울여야 하는 지 설명해달라는 호스트의 요청에 이렇게 답변을 한다.
“....건강한 인지능력을 추가적으로 10년 유지할 수 있고, 더 나은 경제, 건강, Love Life
우리는 뇌에 대해 이야기 할 것이기 때문이죠. 뇌는 우리가 하는 모든 것들과 연관됩니다. 우리의 생각, 기분,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법…
10 extra years of cognitive performance in their life. better love, better money, Better Health, because your brain we're going to talk about, is involved in everything you do, how you think, how you feel, how you act, how you get along with other people,
and my goal is to end- it's going to sound huge and it is and it's going to sound impossible but it's not- my goal is to end mental illness by creating a revolution in brain health. (Dr. Daniel Amen)
그런 그는 알콜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알코올은 우리에게 거짓말을 합니다.
알코올은 뇌를 손상시킵니다.
아주 소량의 알코올이라도 뇌에서 정보전송을 담당하는 신경세포들의 ‘고속도로’와 같은 백질(白质/White Matter)에 지장을 줍니다.
전 그 무엇도 제 뇌의 고속도로를 망치는 것을 원치 않아요.”
*회질(gray matter)이 신경세포(neuron/뉴런)이고 백질이 ‘연결고리’ 섬유들이다.
우선 모두가 궁금해하던 그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시작해보자.
위에서 아주 간단하게 설명된 것을 좀 더 정확하게 살펴보자.
알콜을 많이 마시면 신경퇴행이 일어난다.
(신경퇴행이라고해서 류마티즘이 떠오르는 사람도 있겠지만, 신경퇴행성질환은 훨씬 더 무서운 것들을 떠올려야 한다 - 알콜성 치매, 파킨슨 병, 알츠파이머 병 등이 있다. )
정확한 부위는 Neocortex/신피질이다.
뇌의 외측 레이어에 있고 기억과 관련된 부분이며 우리가 생각하고 계획하고 원초적인 충동(Primitive Drive)을 조절하는 능력을 담당한다. 매일 두 세잔 씩 마시는 건 논란의 여지 없이 몸(뇌)에 좋지 않다.
그렇다면 ‘적당한 음주’ 혹은 ‘소량의 음주’가 장기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어떨까?
2022년 3월 영국에서 낸 논문이 드디어 이 질문에 대답을 한다.
알콜 섭취와 뇌 구조에 대한 관계를 36,678명의 30대 이상의 건강한 중년층이 참여한 이미징 데이터를 통해 분석한 결과이다.
알콜섭취는 전반적인 뇌 수축의 효과가 있고 하루에 한 두잔 역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준다.
신피질이 얇아지는 것이 확인되었다. 즉 신피질과 뇌 다른 부위의 신경세포들이 감소한다는 것이다.
하루에 한 두 잔을 마시건, 주말에 14잔을 마시건, 한 주에 7~14잔을 마시건 뇌를 살펴보면 뇌의 신경퇴행이 발생하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참고자료: https://www.nature.com/articles/s41467-022-287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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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분 좋게 취하는 경험을 하지 못해서 과학적인 설명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알콜이 몸에 들어와 분해되고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봤다.
알콜은 수용성(water-soluble)이기도 하며 지용성(fat-soluble)이기도 하다.
그래서 다른 물질보다 쉽게 세포벽을 뚫고 다닐 수 있다고 한다.
어떤 약물들은 세포표면의 수용체들에 결합하여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알콜은 세포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다른 장기들로 쉽게 이동할 수 있다.
알콜은 입과 목에서 ‘자극제’로 작용할 수 있다.
상처에 소독을 위해 알콜을 사용해본 사람이 있다면 다 공감할 수 있을 정보이다.
살균효과가 지니고 있는 것은 박테리아를 죽일 수 있는 능력인데, 장내 건강한 박테리아도 같이 죽일 수 있다는 게 함정이다.
알콜로 손상된 세포가 스스로를 자가복구하려는 시도 중에 DNA변화가 발생할 수 있고 그게 암으로 발전할 수 있는 단계가 될 수 있다.
체내로 들어오는 알콜은 ‘아세트알데하이드’라는 화학물질로 전환될 수 있는데, 그건 세포 내부의 DNA를 손상시킬 수 있고, 실험 동물에서 암을 유발하는 것을 확인했다.
(아세트알데하이드는 세포를 죽인다..)
알콜 섭취는 세포 내에서 ‘산화 스트레스’를 유발하여 세포는 반응성이 높은 활성산소 분자를 생성한다. 이런 분자들은 세포 내부에 손상을 일으켜 암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알콜과 부산물은 간에도 손상을 줄 수 있고 염증과 ‘흉터’(간병변)을 유발할 수 있다.
간세포가 손상을 복구하려고 하면 DNA에서 ‘실수’가 발생하여 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 뿐만 아니다.
다른 유해 화학물질에도 영향을 미쳐 담배 연기에 포함된 화학물질 같은 유해 화학물질이 상부 소화관의 세포에 더 쉽게 침투할 수 있도록 돕는다.
흡연과 음주를 함께 할 경우, 입이나 목 부위에 암 유발가능성이 올라가는 이유이다.
알콜은 일부 유해 화학물질을 분해하거나 제거하는 능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
또 알콜은 엽산과 같은 일부 영양소의 흡수 능력에 영향을 미친다.
엽산은 신체 세포가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데, 술을 자주 마시는 사람의 경우, 보편적으로 낮은 엽산섭취량 위에 흡수율도 낮아진다.
낮은 엽산 수치는 유방암이나 대장암 등의 일부 암 발생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
알콜은 에스트로겐 수치를 증가시킬 수 있는데 이게 여성에게는 유방암 발병위험에 영향을 미치고,
남성의 경우, 알콜로 인한 간기능 저하가 여유증(女乳症/gynecomastia)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 매커니즘: 테스토스테론/남성호르몬을 분해하는 효소의 활동을 증가시키고 에스트로겐 분해를 방해한다. 체내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 수치가 상승한다.)
대학생 때 지하철 광고와 BBC다큐에서 본 것이 나의 금주유지에 또 다른 임팩트로 작용했다.
우선 생명연장, 수명연장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연구가 이뤄지던 NAD(Nicotinamide Adenine Dinucleotide) 의 관점에서 시작해보자.
세포에서 세포대사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이 NAD는 코엔자임(coenzyme) 보(조역할을 하는)효소이다.
알콜/에탄올이 몸에 들어오면 NAD와 관련된 생화학적 통로가 에탄올을 아세트알데하이드( acetaldehyde)로 분해/전환시킨다.
에탄올 자체도 몸에 안 좋지만 아세트알데하이드는 특히 안 좋다.
그냥 독이다. 세포를 죽인다. 종류를 구분할 거 없이 모든 세포를 차별하지 않고 손상시키고 죽인다.
우리 몸은 NAD와 관련된 경로들을 통해 아세트알데하이드를 아세테이트/(아세트산염/초산염)으로 전환 시킨다. 아세트산염은 우리 몸이 연료/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있다.
그런거 이 NAD, 좀 더 정확히 말하면 NAD-NADH 비율이 이 에탄올의 대사율에 영향을 미친다.
만약 우리 몸이 에탄올의 아세트알데하이드를 아세테이트로 빨리 전환시키지 못하면 우리 몸에는 아세트산염이 누적되어 몸에 피해를 준다.
그게 이뤄지는 장기가 바로 간이다.
간의 세포들이 이 전환작업을 한다.
하지만 이 작업을 하는 세포들이 대사작용 중에 아세트알데하이드에 노출이 된다는 뜻이다.
알콜이 미치는 영향에 대한 팟캐스트의 스탠포드 대학의 신경과학자 앤드류 휴버맨의 표현을 빌리면 이렇게 된다.
“여러분이 알콜을 섭취할 때, 네, 즉 독을 섭취 할 때,
그 독은 더 안 좋은 독으로 전환되고,
그 안 좋은 독의 일부만 에너지, ATP를 생성하기 위한
칼로리의 일종으로 전환 됩니다.”
(So the key thing to understand here is that when you ingest alcohol, you are, yes, ingesting a poison, and that poison is converted into an even worse poison in your body, and some percentage of that worse poison is converted into a form of calories that you can use to generate energy, generate ATP.)
그럼 술이 지나가는 또 다른 통로인 장은 어떨까?
알콜은 장내 미생물애게도 영향을 끼친다.
지난 십 여년 전부터 각광받고 있는 마이크로바이옴, 장내미생물 들은 면역 기능 외에도 기분에도 영향을 미친다. 앞서 다뤘듯이 알콜은 모든 박테리아들을 무차별적으로 죽인다.
한편 알콜 대사가 일어나는 장은 사이토카인cytokine과 종양괴사인자(tumor necrosis factor)alpha 등 염증성 분자들을 방출한다. 이 염증들은 장 (gut lining)에 영향을 미쳐 장누수 증후군 (Leaky-Gut Syndrome)을 유발한다고 한다. 나쁜 박테리아가 알콜섭취 때문에 혈류로 흘러들어가는 경우도 생긴다.
이 아세트알데하이드라는 ‘독poison’이 술을 마시는 사람의 "취하는 기분"에 영양을 미치는 것이었다.
자주 술을 마시는 사람들 혹은 유전적으로 알콜중독/알콜의존증에 대한 유전적 소인이 있는 사람들은 술을 마실 때 더 힘이 넘치고 기분이 좋은 시간이 더 길다.
주기적으로/정기적으로 마시는 사람(매일 한 두잔이나 목요일부터 일요일에만 마시는 사람들)이라면 기분이 좋아진다.
가끔 마시는 사람이라면 ‘기분이 좋은’ 시간이 더 짧고, 피곤하거나 운동이나 언어능력 저하가 나타난다.
이건 알콜이 독이고 그 영향/효과가 각각 다르기 때문에 이런 효과가 지속 되는 시간을 가지고 자주 마시거나 알콜의존증에 유전적 소인이 있는 지 예측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술을 마실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은 알콜의존증에 대한 유전적 소인이 있는 지 더 조심할 필요가 있다.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약 5%의 원숭이는 처음 알콜을 접했을 때 기절할 때까지 마시는 게 관찰된 바 있기도 하다.)
생화학적 효과를 살펴보자.
알코올은 결국 장으로 흘러 들어가고 생성된 아세트알데하이드의 일부는 두뇌로 도달한다.
두뇌에는 혈액-뇌 장벽 ( blood-brain barrier /BBB)라는 것이 있어서 대부분의 것들이 이걸 통과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알콜은 수용성이면서도 지용성이기 때문에 이 ‘방어벽’을 뚫고 뇌로 들어간다.
뇌는 여러가지 종류의 세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뉴런, 신경세포,신경세포 사이의 교세포(glial cell)
첫 잔, 두번째 잔을 마신 후에 일어나는 일은 전두엽(prefrontal cortex)의 뉴런들의 활동이 약간 억제/제한 된다.
이 부분은 사고와 계획에 관여하는 신피질 영역이고 충동적 행동을 억제하는데 관여한 다. 전전두엽피질에서 Top-down Inhibiton/’하향식 억제’를 제공한다.
평소에 충동적 행동이나 생각 패턴을 억제하는 GABA(Gamma-Aminobutyric Acid)라고 불리는 신경전달물질을 방출된다. 우리 ‘마음 속의 브레이크 패달’ 같은 겁니다.
그리고 전전두엽 피질이 차단되면 점점 생각없이 말하고 행동하게 (할 수 있게) 된다.
아마 이게 내성적인 사람들이 술에 취했을 때 누리는 ‘자유로움’(?)의 효과가 아닐까 생각된다.
통제/억제하는 능력을 억제해서 자유로워지는 것 같은 거다. 물론 ‘for the moment’ 이다.
한 편 이 하향식 억제를 방해하면서 ‘유연한 행동/선택’을 하는 영역에도 영향을 미친다.
어떤 일을 마주할 때 이렇게 말하거나 저렇게 말하고 여러 선택지를 떠올릴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사고를 하는 영역이 ‘문을 닫아서’ 말하고 싶은대로 말한다는 거다.
문제는 지속적인 알콜섭취는 뇌의 GABA 시스템의 ‘적응’으로 이어진다.
섭취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GABA의 생성이 감소한다는 의미이다
그렇게 ‘절제를 담당하는 시스템’이 고장나서 아래 두 가지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한다. .
(처음 술을 마셨을 때보다) 술을 더 많이 마셔야 기분이 좋아지는 부작용
술을 마시지 않았는데도 충동적인 행동을 보이는 부작용
요약해보자.
술이 기분에 미치는 영향은 GABA에 미치는 효과이다.
단기적으로는 GABA의 진정과 억제 효과를 통해 긴장이 풀리고 마취 효과가 있고 초조함이 감소할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뇌의 자연적 GABA 체계를 변화시켜 중독/의존으로 이어지고, 알콜 섭취를 할 수 없을 때의 금단현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특히 ADHD가 있다면 술을 더 멀리하는 게 좋다.
알콜 자체가 충동억제 능력에 미치는 영향 위에 ADHD 환자들이 먹는 약물 효과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감정조절부터 수면의 질을 저하시키는 문제, 장기적인 인지능력 저하와 알콜의존증에 빠질 수 있다.
우리 몸 안에 술이 한 잔이라도 들어가면 수면상태는 나빠진다.
잠이 안와서 술을 마신다는 게 수면의 질을 저하시킨다는 함정이 있었다.
아. 떠오르는 친구가 있다.
자신이 성인ADHD라며 치료를 받고 있다면서 한창 유전적 요인에 대해 이야기를 했었는데, 인스타그램에서 술을 마시며 라이브 클럽에서 찍은 영상들을 올렸던 기억이...
Q. 레드와인 한잔은 건강에 좋은 거 아니에요?
술자리에서 자주 들리는 말이었다.
하지만 살펴보니 참 안타깝게도 술을 마시고 싶은 사람들이 혹하기 쉬운 잘못된 정보이다.
레드와인에 풍부하다는 ‘폴리페놀 (레스베라트롤)’을 섭취해서 심장병 위험을 낮추려면 하루 100잔 이상을 마셔한다는 연구가 있다. 100잔을 마시는 동안 신체의 다른 여러 부분에 미치는 전체적인 해가 훨씬 더 클 수 밖에 없다고 한다.
*한국어 기사 : 링크 https://kormedi.com/1708898/
한 때 지방이 많은 음식을 먹는 프랑스 인들의 심장병 발병률이 상대적으로 더 낮은 걸 레드와인/적포도주 때문이라는 통념이 있었다. 그런 과거의 지식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프랑스 사람들은 와인만 좋아하는 게 아니라 치즈도 좋아한다.
그리고 과학계가 지방에 대해 잘못 알고 있던 것들도 최근 들어 많이 드러나고 있다.
프랑스인들이 와인 때문에 건강하다라는 결론은 프랑스 와인 수출량 증가에 도움이 되는 마케팅효과의 여파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적당한 음주가 건강에 좋다'는 류의 연구에 주류업계의 로비가 있었다는 게 드러난 사건도 있었다.
미국에서 적당한 음주가 건강에 이롭다는 가설을 입증하려는 취지의 임상시험이 있었는데 국립 알콜남용 및 알콜 중독 연구소(NIAAA/National Institute of Alcohol Abuse and Alcoholism)가 주류 제조업체에 연구비를 구걸하고 그 대가로 업계의 요구사항을 반영했다는 뉴욕타임즈의 보도가 있었다.
음주에 취약할 수 있는 참가자는 배제하고 남녀성비를 동일하게 하지 않았으며 심부전 위험은 평가대상에서 제외하는 식으로 연구가 설계된 문제점이 드러난 바 있다.
https://kormedi.com/1227804/?utm_source=1708898&utm_medium=related_news
한편 세포단위에서는 일어나는 흥미로운 현상들이 의외의 영역에서 발현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술을 마시면 습관적 행동을 제어하는 신경회로의 연결지점인 시냅스의 수가 증가한다.
뇌의 신경회로가 ‘성장’해서 기존의 습관을 실행하게 하는 반면 행동을 제어하는 ‘회로’내 시냅수의 감소를 일으킨다.
이 말은 (평소의) 습관적인 행동을 하는 것을 강화한다는 거다.
떠오르는 사례들이 있다.
예를 들면 인사불성이 될 정도로 만취하여도 집으로 돌아가게 하는 ‘귀소본능’...
( 물론 판단력이 저하되어 자기 집이 아닌 옆동 혹은 옆층에서 문을 두드리며 심야에 민폐를 끼치는 주인공이 되거나, ‘무사 귀가’라는 습관적 행동을 완수하지 못하고 운동능력이 저하되어 바닥에 쓰러지게 되는 경우로 이어지기도 하는 것 같다. )
술을 마시는 게 습관이 된 사람에게는 1차, 2차, 3차, 4차…로 반복되는 순환으로 이어질 수도 있겠다.
그래서인가? 수십전 군대에서 피던 담배를 끊었다고 한 회사 지인도 술만 마시면 그렇게 담배가 피고 싶다고 했던 게 기억이 난다.
(혹시 독서가 습관이신 작가/독자님들 중 술에 취해 독서를 하신 분이 있다면 꼭 제보해주시길 바랍니다…)
"아, 스트레스 받아. 술 땡기네"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서 술을 마시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술과 스트레스에 대한 연구에서도 역설적인 내용이 있었다.
요즘 자주 들리는 단어 중 하나이다. 도파민 말고 세로토닌이다.
행복과 관련된 것처럼 널리 알려진 신경조절제(euromodulator) 세로토닌.
술을 마시면 세로토닌 방출을 제어하는 뉴런의 활동에도 극적인 변화가 생긴다.
행복감과 관련된 신경 회로의 활동을 변화시킨다.
시냅스 사이에 독소로 작용하는 아세트알데하이드이 세로토닌과 관련된 뉴런과 다른 뉴런들에게도 영향을 미쳐 이런 '기분 회로’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
처음엔 Hyperactive/과활성화를 시킨다.
그래서 처음 몇 모금은 사람들이 말이 많아지게 하고 기분이 좋아진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술을 더 많이 마시거나 알콜의 분해되기 시작하면서 세로토닌 레벨과 관련 회로들의 활동은 감소하게 되어 기분이 나쁘게 된다.
보편적으로 사람들은 이 때 술을 더 마셔서 그 기분을 회복시키고 싶어하지만, 보통 술을 더 마셔도 처음 마실 때의 그 기분을 회복할 수 없다.
마시면 마실수록 두뇌 앞쪽과 운동녕력을 제어하는 부분이 ‘셧다운’ 되기 시작하며 말을 흐리게 되고 기절 하기도 한다.
그러나 특정 유전적 소인을 지녔거나 장기적으로 음주를 한 사람의 경우, 마시면 마실수록 기분이 좋아진다. 물론 이들도 임계치가 있지만 보통 사람들에 비해 높다.
*소위 술이 쎄다고 하는 사람들이 이 부류인 것 같다..
그런데 과학적으로는 이런 사람들이 더 알콜의존증/알콜중독에 빠지기 쉽다고 한다.
필름이 끊길 때까지 마시는 사람들이 주의 해야 하는 부분
영어로는 black out, 한국표현으로는 ‘필름이 끊긴다’이다.
기억생성을 담당하는 해마의 뉴런들이 기능하지 않아서 어떤 일을 했는지 기억을 할 수 없다.
아직까지는 혈액검사를 통해 알콜중독 성향이 있는 지 검사하는 기술은 없다.
만약 술을 마시면서 필름이 끊긴 적이 있다면, 특히 여러 차례 반복되었다면, 주의할 필요가 있겠다.
한편 술 취해져서 기분이 좋아지는 것 맞으니 결국 술 마시는 장점이 있는 건가 싶었다.
하지만 여기엔 또 다른 함정이 있었다.
바로 주기적인/장기적인 음주습관이 술을 마시지 않은 상태, 평소의 스트레스 레벨을 높인다는 사실이다.
즉 이렇게 주기적인 음주 습관이 있는 사람들은 술을 마시지 않으면 평소에도 스트레스를 더 받은 상태와 비슷하고 술을 더 마셔야 기분이 좋아질 수 있는 거다.
기분 좋아지려고 마시는 술, 스트레스 해소하려고 마시는 술.
그런데 오랜 기간 동안 마시다보니 술을 마시지 않은 '평소'의 스트레스 베이스라인(baselien)이 훨씬 위로 올라와 있게 된다니.
이런 아이러니가 또 없다.
아, 어쩌면 같은 분야의 업무를 하던 선배와 나의 차이가 그저 스트레스를 덜 받는 성격/천성/철학 차이가 아니라 알콜이 미친 코르티솔 레벨이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겠다.
몸에 안 좋은 거면 왜 나이가 들어서 마셔도 되는 거지?
이번 조사를 통해 초등학교 때 갖고 있던 질문에 대한 부분적인 답변을 찾았다.
가족력과 상관없이 13-15세 정도부터 술을 마시기 시작할 경우, 장기적인 알콜의존증의 가능성이 증가한다.
즉 음주 시작 나이가 어리면 어릴수록 알콜중독성향이 더 강해진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대부분의 경우, 21세가 법적으로 음주가 가능한 나이인데 한국의 19세에 비교했을 때 미국이 더 높은 기준을 가지고 있고, 이런 연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잠재적 알콜중독자들을 양성하는 게 아닌가 우려가 되기도 했다.
물론 이런 것 외에도 앞서다룬 유전적 소인 등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21세 이후 술을 마시기 시작해도 알콜의존증이 생길 확률이 높은 사람이 있다고 한다.
통계부터 보자.
51%의 미국인은 알콜이 암의 발생율을 높인다는 것을 모른다고 한다.
미국 암 연구 협회(American Association for Cancer Research)의 Cancer Progress Report (2024) 에 의하면 암의 5%이상이 알콜음료/음주를 원인으로 한다.
수정가능한 위험인자(Modifiable Risk Factor) 중, 즉 후천적인 요소들 중, 흡연 (19.3%), 비만(7.6%)의 뒤를 따른 세번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참고 관련 기사 : https://nypost.com/2024/09/28/health/drinking-alcohol-is-linked-to-six-types-of-cancer-experts-say-its-toxic
한편 미국 암학회 (American Cancer Society)는 알콜이 7가지 종류의 암 발생률을 높인다고 발표한 바 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간암 외에도 구강암, 인두(pharynx), 성대/후두암, 식도암, 대장암 및 직장암부터 얼핏 볼 땐 상관없을 것 같은 유방암도 포함한다.
그러고보니 최근에 옆자리의 애주가로 유명하셨던 미혼의 선배님께서 유방암 의심소견으로 조직검사를 받고 계셨다.
참고자료: https://www.cancer.org/cancer/risk-prevention/diet-physical-activity/alcohol-use-and-cancer.html
그럼 각 부위별 얼마만큼 증가하는 지 궁금하다.
유방암과 알콜
알콜을 대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아세트알데하이드는 DNA 메틸화를 일으키고 유전자 발현(gene expression)을 바꿀 수 있다.
유방조직은 이런 변화에 취약하다고 하는데, 그래서 알콜섭취와 유방암이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런 변화는 암발생 위험을 매10그램 섭취 마다 4~13% 증가 시킨다고 한다.
알콜의 발암효과는 세포 주기(cell cycle)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되어 있다.
알콜은 면역 체계가 종양을 감지하고 퇴치하는 능력을 방해하여 암 위험을 더욱 증가 시킨다.
하루 10~15그램 (맥주 한 잔 혹은 와인 한잔)을 섭취하는 것도 담배 10개피를 피우는 것만큼 해로울 수 있다는 주장도 있었다.
참고자료: <Moderate Alcohol Consumption and the Risk of Breast Cancer> - https://www.nejm.org/doi/10.1056/NEJM198705073161902?url_ver=Z39.88-2003%F0%9D%94%AFid=ori:rid:crossref.org%F0%9D%94%AFdat=cr_pub%20%200pubmed
모유수유와 유방암
그러고보니 유방암하면 떠오르는 게 있다.
육아 중 아빠가 언급하고 싶은 유방암 발생 위험 감소요인이 있다.
그건 모유수유와 유방암 발생위험 감소의 관계이다.
서울대학교병원의 연구를 보면 모유 수유 기간이 길수록 유방암 발생위험이 감소했다.
수유기간이 12~24개월일 경우 11개월 이하에 비해 46% 감소했고, 25~45개월 일 경우 54%가 감소했다.
모유수유기간이 5~10개월인 경우, 1~4개월에 비해 유방암 발생위험이 40% 감소했다.
미국의 데이터를 보자.
모유 수유는 매 12개월마다 유방암 위험을 4.3% 감소시키며, 출산당 7.0%의 위험감소와 추가적으로 적용된다고 한다. 모유 수유는 주로 삼중 음성(Triple-negative) 유방암의 위험을 20% 낮추고, BRCA1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진 사람들에서는 22%에서 50%까지 위험을 감소시킨다고 한다.
출산할 때마다 7.0% 감소하는 것 외에도 모유수유기간 12개월 마다 유방암발생 위험이 4.3% 감소된다니.
아이셋을 낳은 나의 아내는 단순계산을 하면... 7x3=21% ....4.3%x3 12.9% ...33.9% 감소된 것인가..
이 글을 읽고 계신 분이 계시다면 고된 그 기간이 엄마의 몸에 좋은 효과를 주고 있다는 상상하기 어려운 과학적 사실에 조금 이라도 위로를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참고자료: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9972148/#:~:text=Breastfeeding%20reduces%20the%20risk%20of%20breast%20cancer%20by%204.3%25%20for,mutations%20(22%E2%80%9350%25).
지난 글에서 알콜프리 맥주에 대해 말한 바 있지만, 무알콜과 알콜프리 중 한 쪽은 소량의 알코올을 함유하고 있다. 그래서 임신 중엔 '무알콜 맥주가 있잖아' 하며 마시는 건 위험할 수 있다.
태아 알콜 증후군이라는 것 때문이다.
알콜이 태반을 통해 태아에게 전달되어 뇌발달, 신체구조에 손상을 일으켜서 지능저하 부터 얼굴 변형, 심장 결함, 성장 지연, 운동 발달 문제 등 여러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알콜은 호르몬 조절에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호르몬은 임신에 영향을 미친다.
남성과 여성에게 모두 알콜섭취는 불임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는 익히 알려져 왔다.
여성에게 배란-수정-착상에 중요한 호르몬 균형에 영향을 미친다.
월경주기 불규칙, 난소기능 저하, 자궁내막증 위험이 증가한다.
덴마크에서 이뤄진 2016년 연구에 따르면 일주일에 14잔 이상 마시는 여성은 금주하는 여성에 비해 임신능력(?)이 18%감소한 것으로 나타났고, 호주의 2018년 연구에 따르면 일주일에 5잔 이상 마시는 남성의 정자수 감소, 운동성 저하부터 발기 부전까지 관련된다.
참고자료: (1)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5007353/ (2) https://www.ivf.com.au/planning-for-pregnancy/male-fertility/male-fertility-factors#:~:text=And%20that%20will%20take%20us,once%20or%20twice%20a%20week.
<브레인 에너지>의 저자인 크리스토퍼 팔머는 맥린 병원(McLean Hospital)의 대사 정신건강 프로그램(Metabolic and Mental Health Program)의 설립자이자 이사, 대학원 및 평생교육과의 이사, Harvard Medical School의 정신과 조교수이다.
그는 정신질환과 미토콘드리아의 건강을 연관지어 문제를 해석한다. 그런 그는 알콜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알콜은 미토콘드리아를 표적으로 삼습니다.
알콜중독(poisoning)은 미토콘드리아 붕괴 및 장애로 인해 발생합니다.
Alcohol targets mitochondria, and alcohol poisoning is due to mitochondrial disruption and impairment.
지난 글에서 언급했듯이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이상, 대사질환은 암세포의 시작이라는 주장이 있었다.
이는 알콜과 암과의 관계에서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한다.
미토콘드리아에 초점을 맞추고 살펴보자.
알콜은 세포벽을 넘나드는데 미토콘드리아의 내부막과 외부막에 손상을 준다.
그로 인해 이온불균형, ATP 합성감소, 세포 내 칼슘 축적 등이 발생 할 수 있다. (특히 세포 내 칼슘 축적은 세포 사멸을 유도 할 수도 있다.)
알콜은 세포 손상, 대사장애, 산화 스트레스에 영향을 미친다.
미토콘드리아 기능이 저하 되서 에너지 생산이 감소한다.
또 세포 대사를 방해하여 지방산 산화와 산화적 인산화를 방해할 수 있어 지방이 축적되고 비알콜성 기방간 등 대사 질환을 초래할 수 있다.
산화스트레스가 증가한다는 것은 활성산소종의 생성을 촉진하여 세포손상, 염증 DNA변이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미토콘드리아의 관점에서 발생하는 질환만 살펴보자.
알콜성 간질환(+ 비알콜성 지방간), 심혈관 질환, 신경퇴행성 질환 (알콜성 치매, 파킨슨 병, 알츠파이머 병)의 위험을 증가시킨다.
마무리하며 다시 알콜섭취의 부정적 효과를 요약해보자.
알콜은 세포 건강, 스트레스, 장내 미생물, 호르몬 조절에 영향을 미친다.
앤드류 휴버맨 박사는 말한다.
알콜은 전혀 마시지 않는 것이
적당히 마시는 것보다 건강에 좋다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음주에 관대한 우리나라이기에
권위자의 목소리를 빌려야 무게가 실릴까 싶어 그의 대사를 인용한다.
어렸을 때는 ‘술을 마시면 나쁜 학생’이라는 단순한 공식이 있었지만, 어른이 되니 ‘술이 기호’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공감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과학적으로 ‘몸에 안 좋은 물질’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이 바뀌지는 않았다.
회사생활 10년이면 30대였던 선배가 40대가 되고, 40대였던 선배는 50대가 되는 걸 볼 수 있다.
50대였던 선배들이 은퇴하는 것을 보기도 했다.
내가 신입사원일 때 팀, 부장님들부터 본부장, 사장님들을 물론 함께 농구동호회를 하며 친해진 선배들 중에는 술을 아주 좋아하던 사람들이 있다.
신입사원이던 첫 해, 나의 팀장은 건강검진에서 간수치가 너무 높아 위험하다거나 하는 경고를 듣고 그제서야 금주/절주를 시작했다. 특히 체력이 좋아 주량이 “쎄던” 30대 중반의 선배들은 30대 후반 혹은 40대 초반부터 점심 식사 때 물을 따를 때 손이 떨리는 걸 볼 수 있었다. 40대에서 50대가 된 선배들 중에도 그런 사람들을 간간히 볼 수 있었다.
혹시라도 우연 혹은 운명적으로 이 글을 만나 평소에 알지 못했던 사실을 알게 되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결심을 하게 된 독자가 있다면 다음 내용이 희망을 줄 수 있겠다.
(그런 독자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럼 앞서 언급된 존 메이어, 마크 맨슨, 스티븐 발렛, 크리스 윌리엄슨과 같은 사람들처럼 술을 끊게 되면 신체 기능은 얼마나 회복될 수 있을까?
동물이나 인간이 2개월에서 6개월 이상 술을 끊으면 신경회로들이 복구될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수년간 다량의 술을 마시던 사람에게 완벽한 회복은 일어나지 않는다. 일부 복구되기도 한다고 한다.)
나처럼 얼굴에 철판 깔고 거절하는 것이 너무 어려운 분들이 적용할 수 있는 영양학적 정보도 남긴다.
(아는 이들에게는 이미 상식이겠지만) 술을 마시기 전에 음식을 먼저 먹으면 알콜흡수속도를 낮출 수 있다.
이미 마신 후에 음식을 먹는 건 상쇄시키는 효과가 없다. (음식을 먹은 후 추가로 섭취하는 알콜에 대해서는 지연효과가 있을 수 있겠다.)
알콜이 미치는 모든 부정적인 영향을 상쇄시킬 수 없겠지만 엽산과 B12를 챙겨 먹는 게 세포건강에 필수인 만큼 건강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조언도 찾아볼 수 있었다.
알콜이 망가뜨린 장내미생물의 균형은 (설탕을 넣지 않은) 발효식품을 통해 복구시키는 노력을 해볼 수 있겠다.
2025년 새로운 한 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 중에 ‘금주 혹은 절주‘가 있으신 분들에게는 이번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 글을 맺는다.
*완독자 선물은 문서 최하단에*
참고자료:
- Associations between alcohol consumption and gray and white matter volumes in the UK Biobank (Nature Communications)
- Gut Microbiota at the Intersection of Alcohol, Brain, and the Liver (Journal of Clinical Medicine)
- Tolerance to alcohol: A critical yet understudied factor in alcohol addiction (Pharmacology Biochemistry and Behavior)
- Associations Between Drinking and Cortical Thickness in Younger Adult Drinkers: Findings From the Human Connectome Project (Alcoholism: Clinical and Experimental Research)- Moderate Alcohol Consumption and the Risk of Breast Cancer (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 Can alcohol promote aromatization of androgens to estrogens? A review (Alcohol)
내가 술을 마시지 않는 이유가 종교적인 신념 때문은 아니라고 말한바 있다.
논란이 있는 주제, 토론에 흥미를 느끼는 나는 그럼 기독교 경전의 성경에서 술에 대해 뭐라고 말하는지 온라인 성경의 검색기능을 활용해 여러 구절들을 살펴본 적이 있다.
성경에서 ‘술을 아예 마시지 말라’고 한 적이 없다며 술을 권했던 사람들이 아예 틀린 말을 한 건 아니다.
지역에 따라 우리나라처럼 식용가능한 물을 얻기 어렵기도 하니 이해할만 하다.
유대인들의 지혜를 살펴본다고 자주 읽어본 지혜서 중 하나인 ‘잠언’은 이렇게 말한다.
(개신교나 천주교 성경에도 공통적으로 포함된 구약의 책이다)
포도주는 사람을 거만하게 하고
독주는 사람을 떠들어대게 하니
술에 취하는 사람은 지혜롭지 못한 자이다.
Drinking too much makes you loud and foolish.
It's stupid to get drunk.
- 잠언 20:1
이 구절이 지혜로운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은 내가 마시지 않은 이유에 동기부여를 더할 수 있겠다.
술을 즐겨하는 자*와 고기를 탐하는 자로 더불어 사귀지* 말라
Do not carouse with drunkards or feast with gluttons
- 잠언 23:20 (KRV & NLT)-
*”술을 즐겨하는 자”, “사귀지 말라”로 번역된 부분이 좀 엄격하다 싶어 여러 번역본을 찾아봤다.
Be not among drunkards or among gluttonous eaters of meat (ESV)
Do not be with heavy drinkers of wine, Or with gluttonous eaters of meat (NASB2020)
Do not join those who drink too much wine or gorge themselves on meat (NIV)
Do not associate with heavy drinkers of wine, Or with gluttonous eaters of meat, (AMP)
“술을 즐겨하는 자”는 ‘너무 많이 마시는 사람’,‘술주정꾼’, ‘헤비 드링커’라는 의미이다.
“사귀지 말라”는 친구가 되지 말라- 가 아니라, 진탕 취한 사람들 사이에서 함께 어울리는 것에 대한 경고로 해석해도 되겠다.
“재앙이 누구에게 있느냐?
근심이 누구에게 있느냐?
다툼이 누구에게 있느냐?
원망이 누구에게 있느냐?
까닭 없이 맞는 자가 누구냐?
눈이 붉은 자가 누구냐?
술에 잠긴 자에게 있으며,
섞은 술을 찾으려고 가는 자에게 있느니라...
그것은 뱀같이 물 것이요
독사같이 쏠 것이며...”
잠언 23:29-35
10여년 간의 회사생활을 통해 간접체험한 바이다.
술 취해서 생길 수 있는 일들이 많이 나열 되어있다.
음주운전, 교통사고, 싸움, 폭력… 다 발생하는 일이다.
‘섞은 술’로 번역된 단어를 보니 ‘폭탄주’, ‘쏘맥’이 떠오른다.
그 예전에도 이미 폭탄주의 효과는 알려져 있었나보다.
잠언은 또 통치자에게는 술이 합당하지 않다고 말한다.
“르무엘아 왕에게는 포도주가 합당하지 아니하고,
방백들에게는 독주가 마땅하지 아니하니라.
술을 마시고 법을 잊어버려
모든 학대받는 자의 권리를 굽게 할까 두려우니라.”
It is not for kings, O Lemuel, it is not for kings to drink wine, or for rulers to take strong drink, lets they drink and forget what has been decreed and pervert the rights of all the afflicted.”
- (잠언 31:4-5 ESV)
조금 더 쉬워서 선호하는 NLT 버전을 보자.
It is not for kings, O Lemuel, to guzzle wine. Rulers should not crave alcohol.
For if they drink, they may forget the law and not give justice to the oppressed.
술독에 빠지면 정해진 법을 잊고 억압받는 약자들에게 정의를 구현하지 못하게 될 것을 경고한다.
아직까지는 정치계 진출의 목표는 없지만 .....
족보상으로는 ㅇㅇ왕 ㅇㅇㅇ파 ㅇㅇ대손인 빙산에게
‘왕’의 기준을 적용시켜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구약의 다른 구절들도 찾아보았다.
이사야서는 이렇게 말한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독주를 찾으며
밤이 깊도록 포도주에 취하는 자들에게 화 있을진저.
- 이사야 5:11-
What sorrow for those who get up early in the morning looking for a drink of alcohol and spend long evenings drinking wine to make themselves flaming drunk. (NLT)
화가 있을 거라는 말의 화(禍)는 재앙 화이다.
또 지도자들이 술 취하는 것이 판단력과 ‘영적 분별력(?)’을 해친다고 경고한다.
이들 또한 포도주로 인하여 비틀거리며
독주로 인하여 잘못하며,
제사장과 선지자도 독주로 인하여 잘못하고,
포도주로 인하여 비틀거리며,
독주로 인하여 잘못하며,
환상을 잘못 풀며,
판단할 때에 흔들거리나니.”
(이사야 28:7)
음행과 포도주와 새 포도주가 마음을 빼앗느니라.
-호세아 4:11 -
술을 이용해 다른 사람을 유혹하거나 해치는 행위를 경고하기도 한다.
“이웃에게 술을 마시게 하며 자기의 분노를 더하여
그들로 취하게 하고
그들의 하체를 보려 하는 자에게 화 있을진저.
-하박국 2:15 (개역한글) -
하체를 본다는 게 뭔말인가 잘 다가오지 않아 영어를 살펴봤다.
What sorrow awaits you who make your neighbors drunk!
You force your cup on them
so you can gloat over their shameful nakedness. (NLT)
그들이 너를 보고
‘홧김에 이웃에게 술을 퍼 먹이고
술에 취하여 곯아떨어지게 하고는,
그 알몸을 헤쳐 보는 자야,
너는 망한다!’ 할 것이다
(새번역)
성경 속의 유명인물 아브라함, 노아, 요셉, 다니엘부터 예수가 포도주를 마셨다고 그걸 본받으라는 말은 없다. 하지만 위와 같이 경고하는 구절들은 찾아볼 수 있었다.
신약성서에서도 마찬가지다.
로마서에서 논리적인 설득을 펴내려가는 사도 바울이라는 사람은 이렇게 말한다.
낮의 빛 가운데 사는 사람들처럼 단정하게 행동해야 합니다.
흥청망청 먹고 마시며 술 취하지 말고
음란과 방탕과 싸움과 시기하는 일을 버리십시오.
그렇게 “기독교인은 술을 마시지 말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은 방향성은 명확하지만 구체적인 적용은 유연하다고 할 수 있다.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고 해서
그것이 다 유익한 것이 아니며
또 그것이 다 덕을 세우는 것도 아닙니다.
누구든지 자기 유익을 생각하지 말고
남의 유익을 생각해야 합니다.
(고린도전서 10장 23-24절)
예전에 이 질문에 대해서도 파고들어본 적이 있지만 본 글의 취지와는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관련 구절을 남기고 생략합니다. 스스로 결론을 내리고자 하면 일단 다음 구절들을 다 읽어보고 종합하여 결정하기 바랍니다.
(참고: 로마서 14장 15-21절, 고린도전서 9장 19-23절, 고린도전서 10장 23-24절, 갈라디아서 5:11-21절)
실제 당시의 기독교인들이 어떤 음식을 먹어도 되는 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고, 사도바울은 여기에 대해 답변을 여러 차례 했다고 합니다.
완독자선물:
<먼지가 되어 (MR) 빙산 ver.>
https://youtu.be/2wjAv8e9qYI?si=Q_EqUXtI6v0nVvda
작업로그:
12/27 23:30 부터 열심히 영상제작 중…. 내일 해가 뜨기 전까지 완성 후 공개 목표..)
12/28 01:00 업데이트 … 거의 다 했는데 중간에 튕겨서 다시 50% 대에서 작업 중…..)
04:09 업로드 중…. 3시에 다 끝냈는데 iPad 용량이 부족한 건지 또 튕겨서….다시 작업…해서 올렸네요. …
P.S= 노래가사 중 “내 조금한 공간 속에..”
“조그만”=조그마한 인줄 알고 부르고 있었는데
가사를 찾아보니 조금한이던데..
( 조금=彫金)? 아시는 분...?!
혹시 그런 뜻일까요.?
원곡은 김광석 님이 아니라 이미키 님이셨군요.
https://www.youtube.com/watch?v=4ZysDn7OEJ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