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 9

by 조영진

폐선의 꿈



늙은 부력이

낯선 중력에 기울었다


출렁임의 끝이

격랑의 난바다이기를







내 생의 마지막 시간을 의사의 손이나 판단에 맡기고 싶지 않다.

이러저러한 수술을 받으며 심장 박동을 연장하다가 병원 침대에 누워 생을 마감하 일은 끔찍한 일이다. 아버지가 그런 방식으로 돌아가시는 걸 목도하는 일은 고통스러웠다.


아버지는 돌아가시기 수개월 전, 나에게 당신이 올해를 넘기지 못할 것 같다고 내게 말한 적 있다. 그러면서 "내가 죽으면..." 이라는 말로 무슨 말인가를 이어가려 할 때 나는 그런 소리 하지 마라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버렸다.

그때가 아버지와 나의 이성이 깃든 마지막 대화였다. 나는 그때 아버지 말씀을 끝까지 들었어야 했다. 아버지의 마지막 말씀을.


얼마 후 아버지는 뇌출혈로 병원 입원, 수술, 요양원 입소, 재수술을 반복했다. 섬망 증상이라고 의료진들이 간단히 정의해 버리는 이상 행동으로 아버지는 남은 시간의 대부분을 침대에 묶여 지냈다.

아버지가 묶인 줄을 풀어달라며 짐승처럼 포효하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본 적 있다.


닳고 닳은 육신이 허물어져 갈 때,

내가 일구어온 영역에서 내 마지막 시간을 영위하다가 소멸하고 싶다. 이성이 꺼져갈 때

그것이 한 줌밖에 남지 않았음을 예감할 수 있다면, 내 마지막을 내가 결정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아버지에게는 나와 마지막 대화를 나눌 때가 그때였을 것이다.


바로 옆에 있지만 바다의 부력은 먼 기억이 되었고, 중력이 지배하는 낯선 땅에서 늙은 배는 기울어져 삭아가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 바다의 들숨 날숨 숨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었는데, 자신에게 남은 이성의 양을 가늠하는 것 같았다.

배에게 부력이 아닌 중력이라니. 저 배도 자신의 바다에서 침몰하는 것으로 끝내고 싶었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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