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상대방을 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란 걸 알게 됐을 때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나 자신도 잘 모르면서 정말로 그 사람을 모두 안다고 생각했는지. 어떤 작가의 책에 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심연이 존재한다는 문구를 읽었다. 아주 멀리서 그 사람의 일부분은 볼 수 있겠지만 완전히 건너가 그 사람이 되어볼 순 없다. 구덩이나 골짜기가 아니라 심연이기 때문에.
하지만 말이라는 것에는 묘한 힘이 있어서 그것이 쌓일수록 생각은 확신이 되고 확신은 사실이 된다. 물론 스스로의 착각이지만 머릿속에서는 그것을 믿는다. 내가 보고 들은 상대방의 모습이 진짜고 전부일거라는 생각이 쉽게 자리를 잡는다. 그 이후로는 상대방이 하는 말을 내가 머리 속에 만들어놓은 그 사람의 모습을 통해서 듣고 해석한다. 오해가 생길 수 있지만 매번 그 사람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 보다 간편한 방법이기 때문에 이런 일은 드물지 않게 생긴다.
우리는 상대방이 떠나고서 내가 만든 그 사람의 모습을 의심한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볼 시간이 사라진 후에야 마음 속에 남은 기억의 조각이라도 찾아본다. 내가 생각한 그 사람의 모양에 맞춰서 끼워넣은 그저그런 기억들 말고 거들떠보지 않아 마음의 바닥에 굴러다니던 것들을 주워본다. 아, 이것도 있었는데. 이건 뭐였어? 라고 물어보고 싶지만 그 사람은 이미 내 앞에 없다.
사실 정말로 대답이 궁금하다기보다 자세히 살펴보지 않았던 그 사람을 딱 한번이라도 더 보고 싶어서, 그냥 내가 해주고 싶은 마지막 말이 있어서 마음속으로 여러번 불러보지만 여전히 답은 없다. 시간이 내 마음속에 있던 그 사람의 모양을 흩트려버리고 매정하게 작은 기억들까지도 모두 빼앗아버리고 나면 그 자리에는 빈 공간만 썰렁히 남는다.
진짜 너를 안다고 생각했는데, 이해하고 공감한다고 믿었는데, 너의 기억도 영원히 지키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게 참 서글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