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생 INFJ
벚꽃 길과 영성체, 그리고 들리는 사랑 – 펀치 팬의 꿈
3월 초의 어느 밤, 나는 꿈속에서 꼬맹이가 되어 있었다.
작아진 나는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두 손을 모으고 있었고,
그 앞에 서 계신 분은 송봉모 신부님.
청년 사제의 얼굴을 한 그분은,
말없이, 다정한 눈빛으로
성체를 내 입에 넣어주셨다.
입 안에서 하느님의 몸이 조용히 녹아들 때,
내 마음 어디선가 눈물 한 방울이 피어났다.
그 순간 나는 알 수 있었다.
이건 단지 꿈이 아니라,
하늘이 보내준 은총의 장면이라는 것을.
나는 신부님의 강의를 좋아해 책을 사두었고,
그 문장들을 되새기며 하루를 견디곤 했다.
그러나 이 밤, 책도 강의도 아닌
그분의 손끝에서 건네온 성체 하나가
내 영혼을 일으켰다.
그리고 오늘, 5월 3일.
또 다른 꿈이 내게 왔다.
끝없이 이어지는 벚꽃길,
나는 나를 무척 사랑하는 여인과 함께 걸었다.
벚꽃은 눈처럼 흩날렸고,
그녀의 눈빛에는 연민과 따뜻함이 있었다.
우리는 결혼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녀는 이윽고 말했다.
“나, 미국 친정에 잠시 다녀올게.”
그 말이 꿈의 끝이었다.
나는 깨어나고, 마음은 멍하니 그 말을 오래 붙잡고 있었다.
짧은 봄처럼 아름답고,
떠남처럼 아련한 시간이었기에.
나는 펀치의 팬이다.
그녀의 노래를 매일 듣는다.
간절한 음색과 투명한 감정,
그 노래는 내 마음 깊은 곳까지 젖어든다.
꿈속의 그 여인도,
어쩌면 펀치의 노랫말이
사람의 형상을 하고 내게 다가온 것일지도 모른다.
하나는 성체를 통해 들은 사랑,
하나는 음악을 따라 들린 사랑.
둘 다, 나를 조용히 일으켜 세운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듣는다.
하느님의 숨결을,
사랑의 기척을,
벚꽃의 속삭임을,
그리고 노래처럼 다가오는 그리움을.
펀치의 노래처럼,
이 꿈도 내게 속삭인다.
지금, 여기에 살아 있으라고.
그리고 나는, 웃으며 혼잣말을 한다.
“근데 내가 진짜 결혼할 일이 있긴 할까?”
웃기고도 슬프다. 웃프다.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