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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몽 Dec 16. 2020

타인의 시선과 나의 시선의 갭 차이

나만의 곱슬머리

고등학교 3학년 때였다. 우리 반에 참 엉뚱하고 재미있는 친구가 있었는데 억지로 꾸며내거나 일부러 친구들을 웃기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친구 자체의 성격이 그러했다. 가끔은 어리숙하게 엉뚱한 말을 꺼내지만 공부는 곧잘 하던 아이라 친구들 사이에서도 꽤나 인기가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 나는 가벼우면서도 무게감 있는 그 친구의 어휘력과 유머감각이 부러웠다. 어떻게 하면 친구들이 나를 스스럼없이 좋아할 수 있는지 나는 가지지 못한 그 친구의 타고난 성향이 너무도 궁금했다. 그 친구와 짝꿍이 되었던 적이 있었는데 하루는 너무 궁금해서 친구에게 물어보고야 말았다.


“난 너의 성격이 너무 부러워. 어떻게 하면 그런 성격을 가질 수 있는 거야? 나도 친구들이 거리낌 없이 나를 대해줬으면 좋겠어.”


비교적 차가운 이미지를 가졌던 나는 친한 친구들이 아니고서는 대화를 하는 친구들이 적었다. 인기 있는 친구가 되고 싶은 건 아니었지만 누구에게든 편함 사람이 되고 싶었다. 친구는 나의 말을 듣더니 의외의 말을 꺼낸다.


“난 내 성격이 너무 싫어. 한심해 보이고 항상 실수만 해서 웃음거리가 되는 거 같고. 난 오히려 네가 더 부러운데? 난 너처럼 차분하고 분위기 있는 모습을 가지고 싶어”


의외의 대답에 내가 당황할 정도였다. 선망의 대상이었던 친구의 대답으로서는 어울리지 않았다. 실수가 많아서 웃음거리가 된다고 생각했다니. 수업시간에 간혹 엉뚱한 대답으로 무료했던 시간을 즐겁게 해 주던 아이였다. 어떻게 하면 적을 만들지 않고 이야기할 수 있는지 그녀의 타고난 유머감각을 갖고 싶었다. 우리의 즐거웠던 웃음이 그녀에게는 수치스럽고 부끄러웠던 모양이다.






로라 앨렌 앤더슨 글,그림ㅣ미세기



그림책 『난 곱슬머리가 싫어!』에서는 부스스하고 우스꽝스러운 곱슬머리를 가졌다고 생각하는 아이가 나온다. 곱슬머리가 너무 싫어서 책으로 눌러도 보고 풍선으로 매달아보는 등 곱슬머리를 펴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 한다. 그러다 곱슬머리가 그토록 부러워하던 생머리 소녀를 만나게 되는데 생머리 소녀는 어떻게 한 올도 꼬불거리지 않는지 자신의 머리카락을 한탄스러워한다. 그러면서 곱슬머리 아이와는 달리 머리카락을 곱슬거리게 하기 위해 빙글빙글 돌리기 시작한다.



내가 너무도 싫어하는 나의 부족한 면이 누군가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 될 수가 있다. 내가 부러워했던 친구의 유머감이 친구에게는 한심스러운 모습이었듯이 사교적이지 못해 조용히 지냈던 내 모습이 그 친구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타인에게는 관대한 기준이 스스로에게는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타인의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았을 때 나도 꽤 괜찮은 사람일지도 모른다. 내가 싫어했던 나의 모습을 누군가 부러워한다면 나는 내 모습을 계속 싫어할 수 있을까?


내가 생각하는 나의 곱슬머리는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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