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바다가 보고 싶어지는 밤이 있다.
너울지는 파도를 보는 게 좋았고, 북적이는 사람들만 봐도 좋았다가 이제는 그저 바다 내음만 느껴져도 이상하리만큼 마음이 편해진다.
떠나고 싶은 무언가에서 멀어졌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에게는 꽤 큰 위로가 된다. 는 말을 위안 삼아 바다가 품은 텅 빈 공간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깔고 앉은 수많은 모래알들이 얼마나 고운지, 저쪽에서 반짝거리는 조약돌이 혹시나 용왕님의 보석은 아닐지, 구름이 바다에 빠지면 솜사탕처럼 사라지려나.
고작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여행 기분이나 내보겠다는 현대인의 굳은 결심일지도 모르지만, 왜 하필 바다였을까.
자연이라면 산도 있고 계곡도 있고 하늘도 있는걸.
매번 바다를 향해 갈 때마다 그 이유를 찾아보려고 했는데 한 백번쯤 바다를 품어보니 어렴풋이 알겠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고요를 지닌 것은 바다뿐이라 무던히 닮고 싶었던 마음. 떠나고 싶었던 무언가 들이 그보다 넓은 심해 속으로 깊이 잠겨 버리길 바라는 마음. 시끄러운 생각들이 출렁이는 파도에 쓸려가 버리기를 바라는 마음.
그래서 나의 밤은 오늘도 바다를 찾아가 눈에 가득 고요를 담아 온다.
가득 물들면 한낮의 소란도 조금은 쉬워지지 않을까 싶어서.
당신의 고요는 무엇을 견디게 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