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통아, 어제 너를 보내고 꿈에서라도 만나야겠어서 일찍 잠들었어.
언니는 밤에 잠이 들 때도 아침에 눈을 뜰 때도 침대 끝 언저리 어딘가에 꼭 네가 있는 것 같고
오빠는 꿈에서도 너를 봤대.
출근 안 하는 주말 낮인데 네가 없는 집이 너무 쓸쓸해서 견디지 못하고 밖에 나왔어.
뭘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밖에서 시간을 오래 보낼 수 있게 영화관도 가고, 저녁도 먹으려고.
너는 강아지 별에 있으니까 이제 언니오빠랑 다 같이 다닐 수 있을 거야.
밖에 나와서 사람들이 많은 곳을 걷고 분위기 좋은 곳에서 밥도 먹고 술도 한 잔 나누면서도
언니랑 오빠는 계속 통통이 얘기만 해.
너도 준비 없이 떠난 여행인 것 같아서 왜 이렇게 빨리 가버렸냐고 오래 원망하지도 못하겠더라.
얼마나 놀라고 아팠을까 안쓰럽고 속상해서 네가 떠나던 그 순간을 얼마나 많이, 이야기하는지 몰라.
그런데 톤통, 언니는 사람이라서 네가 없는 삶이 점점 편해질 거야.
퇴근 후 부리나케 집에 달려오지 않아도 되고 비싼 약을 수소문해서 구하지 않아도 되고
부르는 게 값이라는 동물병원 문턱을 넘을 때마다 통장 잔고를 걱정하지 않아도 돼.
퇴근 후에 친구들을 만나거나 갑작스러운 회식이 생겨도 아무 걱정할 게 없지.
어떤 간식이 몸에 덜 해로울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
뭘 주면 좋아할까 이건 좋아할까 저건 싫어할까 상전 모신다면서 눈치 볼 것도 없어.
강아지 육아도 장비빨이라고 찾아 헤매던 장난감도 옷도 더 이상 보지 않아도 돼.
가고 싶은 곳이 있어도 애견동반이 되는지 용품은 있는지 같이 잘 수 있는지 잠자리는 편할지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밥 먹다 남은 고기나 당근을 어떻게 포장해 갈 수 있을까 궁리하지 않아도 돼.
황태 가시를 바르거나 닭가슴살을 물에 불려 찢거나 담백한 소고기를 만든다고 고생하지 않아도 돼.
한번 외출할 때마다 큰 다짐을 하면서 내 가방보다도 더 큰 가방을 챙기지 않아도 돼.
운전을 했으면 훨씬 편하게 다녔을 텐데 하며 장롱면허인 나를 자책하지 않아도 돼.
이렇게 네가 없는 삶은 인간인 나에게는 더 편해질 거고 금세 자연스러워질 거야.
그러니까 통통아, 너도 준비 없이 떠난 여행이라면 언니 걱정 말고 가.
아무 걱정 없이 무지개다리 건너 강아지 별로 통통통 신나게 가서
먼저 도착해 있는 아롱이랑 피피랑 푸른 잔디밭 맘껏 뛰고 뒹굴며 놀아.
네가 없는 시간에 익숙해지고 너를 그리워하고 미안해하는 그런 힘든 건 다 언니가 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