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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hilelife Apr 26. 2024

매일을 환히 밝히는 3+1 법칙

논어 학이 4


1. 하루를 제대로 사는 것은 어렵다.

 




얼마 전, 체중계에 올라가 보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내 예상을 훨씬 웃도는 몸무게였던 것입니다. 체중계의 숫자는 이전의 내 몸무게를 훌쩍 넘어가더니 일의 자리 숫자가 9를 넘었습니다. 십의 자리마저 바뀔 듯 말 듯 합니다.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긴장감! 


다행히 십의 자리 숫자는 그대로인 채 체중계의 숫자판이 멈추었습니다. 그제야 휴, 안도의 한숨을 쉽니다. 도대체 내 체중은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하루가 피곤하다며 근무시간 중간중간 먹었던 과자들, 저녁식사 준비 전에 힘들다고 간식으로 먹었던 육개장 컵라면, 그러고 나서도 배가 터질 것처럼 먹어댔던 저녁밥. 밤 9시 넘어 후식으로 먹는 케이크와 쿠키. 돌아보니 살이 안찔래야 안 찔 수 없는 내 모습들만 스캔됩니다.


사실 체중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저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과자를 끊어야겠다.', '운동을 하겠다.' 갖은 다짐들로 가족들 앞에서 다이어트를 천명했습니다. 그러나 사실 제대로 실천한 날은 하루도 없었지요. 오히려 과자를 안 먹어야지 하면서 더욱 찾아 먹고, 운동해야지 하면서 더욱 운동을 기피하게 되더라고요.


믿을 구석도 있었습니다.  0.2Kg씩 매일 조금씩 증가했던 체중인지라, 오늘 0.2Kg을 빼면 다시 어제의 체중으로 되돌아갈 수 있었으니까요. 하루 식사량을 조금만 줄여도 하루 0.5Kg쯤 빼는 것이야 식은 죽 먹기라는 생각이었지요.


그러나 그것은 오만이자 오판이었습니다. 0.2Kg은 쉽게 뺄 수 있으니 한 번에 몰아서 뺄 수 있다고 생각하고는 다이어트는 자꾸만 내일로 미루었습니다. 내일의 나에게 다이어트를 강요하고는 오늘의 나는 당장 먹어도 된다는 것이 저의 논리였습니다. 


그러나 내일의 나는 오늘의 내가 되고, 오늘의 나는 다시 내일의 나에게 다이어트를 미룹니다. 결코 다이어트하는 '내일의 나'는 만나지 못한 채 시간만 흘렀습니다. 


그러다 드디어! 아, 피하고 싶었던 미래의 내 모습을 맞닥뜨리고 말았습니다. 매일 모인 0.2Kg은 무려 5kg이 되고 말았습니다. 지금, 체중계의 눈금은 내게 선언하고 있었습니다. '너, 지금, 바로 오늘, 잘못 살고 있다'고 말입니다.




2.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




매 순간의 저는 이렇습니다. 오늘 당장의 편안함을 위해서 자꾸만 미래의 나에게 책임을 전가합니다. 마치 미래의 나는 지금의 나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인 것처럼 말이에요.


이런 순간들은 모이고 모여 하루가 되고, 달이 되고, 해가 됩니다. 결국 미래의 어느 순간에는 내가 미루어온 지질한 나의 모습을 반드시 만나게 되어 있는 것입니다.


어떤 이는 이를 '동시성의 원리'라고 표현합니다. 현재의 내 행동으로 인하여 미래의 내가 형성된다는 것을 아주 간결하게 설명하는 말입니다.


위기감이 느껴진 지금에서야 진지하게 고민해 봅니다. 도대체 저는 무엇이 부족하여 자꾸만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놓치게 되는 것일까요?


그러고 보면, 나는 '다이어트해야겠어'하면서도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놓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과자나 빵은 어떻게 제어할지, 하루에 몇 끼를 어떻게 먹을지, 운동은 어떻게 할지 말입니다.


구체적인 계획이 없으니 순간순간 나 자신이 '다이어터'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인지하지 못하니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 아니었을까요.


'지금'이 아니면 안 되었습니다. '지금'을 잘 살아야 '미래'의 나를 하루라도 빨리 현실로 데려올 수 있다는 것을 체중계의 눈금을 보고 나서야 화들짝 놀라 깨닫게 됩니다.


오늘 내가 해야 할 일을 놓치지 않는 삶, 미래의 나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않는 일상을 보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래서 하루를 경영하는 비법을 한 번 찾아보았습니다.




3. 하루에 3가지, 더 나은 나를 만드는 비법




하루를 제대로 살아내기란, 나뿐 아니라 모든 이들에게 어려운 일인가 봅니다. 자기 계발서적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영역 중 하나가 바로 '하루'를 사는 방법인 것을 보면요.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하루 경영의 비법은 바로 모닝루틴입니다. 저도 여러 책을 보며 다양한 모닝루틴을 따라 실행해 보려 했지만 아침 일찍 하루를 시작하는 것은 실상 제게는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거의 자정까지 잠을 자지 않는 아이들을 독촉해서 겨우 잠자리에 들게 하고 간단하게 주변 정리를 하고 나면 저의 취침시간은 자정을 넘길 때가 많습니다. 늦게 자니 일찍 일어나는 것은 고통이 될 수밖에요.


그래도 의지를 가지고 새벽 5시에 일어나 명상과 요가와 독서를 해보았지만, 모닝루틴 일주일 만에 면역력 약화로 독감에 앓아눕고 말았습니다.  


게다가 새벽 5시에 일어난 날은 저녁 식사 후 나도 모르게 쓰러져 잠들어버리고 맙니다. 아이들의 숙제를 봐주기는커녕, 이 닦기와 샤워마저 못합니다. 출근복장인 채로 늦잠까지 늘어지게 자다 일어나 보면 자괴감마저 들었습니다. 그리하여 과감히 모닝루틴은 접기로 했습니다.  


모닝루틴 말고, 일과 중에 실천할 수 있는 하루 경영의 비법이 없을까 생각하며 책을 찾아 읽던 중, 도널드 밀러의 <무기가 되는 알고리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무기가 되는 알고리즘>에 소개되어 있는 하루 경영의 팁은 매우 간단합니다. 미래의 나의 발전을 위해 오늘 반드시 수행해야 하는 중요한 일은 무엇인지 생각해 본 뒤, 작업 목록 세 가지만 작성합니다. 그리고 매일 이 세 가지를 가장 먼저 수행하는 것입니다.


저자는 과업을 정할 때, 더도 말고 단 '세 가지'만 작성하라고 조언합니다. 욕심을 부려 과업을 네 가지, 다섯 가지 이상 정하게 되면 과업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져 수행하지 못할 확률이 높다고 말입니다.


그런데 참, 세 가지 항목으로 하루를 경영한다니,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습니다. 이 기시감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다가 아차! 했습니다. <논어>가 떠올랐기 때문이지요. 


<논어>에서도 스스로 세 가지 과업을 정해두고 매일 점검했던 증자가(曾子)가 등장합니다. 증자는 공자의 제자들 중에서도 그 수준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 인물입니다. 공자의 가르침을 잘 배워 후대에 전수해 준 인물로도 인정받고 있지요.


이렇게 높은 수준의 학식을 갖춘 증자는 자기 관리가 철저했던 것 같습니다. 자기만의 하루 관리 비법을 이렇게 <논어>에 남길 정도라면요. 역시, <논어>는 정말이지 동양사상 최초의 자기 계발 서적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다면, 공자의 수준 높은 제자, 증자가 날마다 지켜야 한다고 계획을 세우고 점검하였던 세 가지 항목은 무엇이었을까요?




4. 증자의 하루 3가지 경영 비법





 身, 乎, 乎, 乎.

증자왈  오일삼성오신,  위인모이불충호,  여붕우교이불신호,  전불습호.


증자가 말하였다.

“나는 날마다 세 가지로 나 자신을 돌아본다.

남을 위하여 일하며 진심을 다 했는가,

벗과 사귀면서 믿음을 주었는가,

배운 것을 익혔는가.

하고 말이다."




증자는 '날마다' '세 가지'를 가지고 자신을 돌아본다고 하였습니다. 즉, 하루에 번은 반드시 자신이 정한 세 가지 과업을 이루었는지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는 말입니다. 우리보다 이천여 년 전에 살았던 증자, 이 증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 세 가지는 무엇이었을까요?


가장 첫 번째는 자신의 직업 분야에 대한 항목입니다. 증자는 자신의 직업에 있어서 '진심'을 기준으로 세웠습니다. ' 忠 (충성 충)'이란 내 온 마음을 오롯이 집중시키는 것이거든요. 내가 얼마나 진심을 다하여 일하였나를 돌아보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인간관계 분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증자는 인간관계에 있어서는 '믿음(信 믿을 신)'을 중시하였습니다. 다른 이와 인간관계를 맺을 때, 내가 상대에 얼마나 신뢰롭게 행동했는지 점검하는 것입니다. 약속을 하면 반드시 지키고, 헛된 말을 하지 않는 증자의 모습이 연상됩니다.


세 번째는 자기 계발 분야입니다. 증자가 표현한 '전해받은 것'이란 바로 배움입니다. 배움을 전달받고 스스로 복습(習 익힐 습)하여 자기의 지식으로 만들었는지 확인해 본다는 내용입니다. 끊임없이 자기 계발을 하며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는 증자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정리하자면, 증자는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세 가지 분야를 직업, 인간관계, 자기 계발 부분으로 정한 뒤 여기에 각각 진실함, 신뢰, 복습이라는 세 가지 가치를 가장 중요한 것으로 꼽았습니다


증자는 이 세 가지를 날마다 돌아보고 점검하며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이 없는지 살폈지요.


증자가 돌이켜 보았던 세 가지의 항목은 매우 훌륭합니다. 모든 일에 자신의 진심을 다 하였던 증자의 모습이 지금의 저와는 정말 비교되어 스스로 부끄럽습니다. 


게다가 '날마다' 반성을 했다고 하니 그것 또한 저와 매우 다릅니다. 매번 작심삼일도 못 가는 저이니까요. 꾸준함도 역시 공자의 제자답습니다.


도널드 밀러와 증자가 이야기한 '하루 세 가지'의 법칙을 정리해 보자면 이렇습니다. 매일 자신이 꼭 해야 하는 중요한 과업 세 가지를 정해 무조건 실행에 옮깁니다. 날마다 하루를 돌아보고 부족한 부분은 성찰하여 다음날 더욱 알차게 나만의 과업을 완수합니다.


무릎을 치고서 나도 해봐야겠구나 싶다가, 막상 실행에 옮기려 하니 선뜻 움직일 수가 없습니다. 무언가 빠져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작심삼일'도 어려워하는 내가 날마다 이것을 실천할 수 있을까요? 어쩐지 힘들고 어려울 것만 같아 시작조차 막막합니다.


공자였다면, 제게 어떤 조언을 하셨을까요? 




5. 나를 이끌어주는 원동력, 즐거움(樂 즐거울 락)





공자 선생님이 떡볶이를 먹는 장면을 상상해 보신 적 있나요? 저는 이 글을 쓰면서 처음 상상해 보았습니다. 공자와 증자가 한상에 앉아 떡볶이를 먹는 모습, 어떨까요?


공자는 아마도 떡볶이를 먹을 때 아주 '즐겁게' 드실 것입니다. 그 순간 가장 최상의 음식을 먹는 것처럼 맛과 향을 음미하며 드시겠지요. 


하루 세 가지로 자신을 돌아보았던 증자. 성실하게 하루를 경영하였던 증자가 떡볶이를 먹는 모습을 상상해 보면 이렇습니다. 증자는 매우 열심히, 꾸준히 한 입 한 입 떡볶이를 먹고 있습니다. 떡볶이가 어떻게 이렇게 만들어졌을까 레시피도 진지하게 찾아봅니다. 


공자와 증자의 가장 큰 차이, 무엇일까요? 네, 그것은 바로 감정입니다. 긍정적인 감정, 즐거운 감정입니다. 논어 전편을 읽다 보면, 공자가 인간의 긍정적인 감정에 대해 중요하게 여기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학이편의 가장 첫 번째 문장에도 '감정'이 강조되어 있음을 우리는 앞서 살펴보았습니다. '배운 뒤에 수시로 연습하여 내 것으로 익힌다면, 정말 즐겁지 않겠니?'라고 하셨던 말씀이 기억나실 것입니다. 이처럼 공자는 인간의 감정 중에서도 즐겁고 기쁜 감정에 주목하였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공자는 '열심히'만을 강조하는 분이 아니셨습니다. 과정을 즐겁게 밟아나가다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성장하게 되는 것, 그것이 공자가 바라는 가장 이상적인 공부 방식이었습니다.


<습관의 디테일>을 지은 BJ포그에 의하면, 습관의 변화에는 긍정적인 감정이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말합니다. '우리는 부정적인 감정이 아니라 긍정적인 감정에 의해 가장 잘 변화한다.'는 것이 포그의 의견입니다. 


나쁜 습관을 제어하기 위해 동기를 감소시키려고 스스로를 비난하면 오히려 자존감이 꺾이고,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는 길을 스스로 포기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지요.


일견 이성적인 판단능력과 큰 관련이 있을 법한 공부는 물론이고 습관 형성 또한 감정과 연결되어 있다니 신기하기도 합니다. 습관이든 공부든 모두 인간의 긍정적인 감정에 좋은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요.


공자가 인간의 긍정적인 감정에 주목하고 그러한 감정을 적극 지지하였던 것은 인간에 대한 공자의 깊은 통찰력을 보여주는 사례라 생각됩니다.


그래서 결론지었습니다. 

"즐거움을 느껴라!"

실천을 어려워하는 제게 공자는 아마 이렇게 조언해 주실 것이라고 말이지요.


스스로 칭찬하기, 나에게 보상하기, 나를 예뻐해 주기. 아주 작은 성취라도 내가 나를 인정해 준다면 지속가능할 수 있지 않을까요? '작심삼일'이 될 것이 '작심일주일'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세 가지의 항목을 정하고 여기에 즐거운 감정을 더하여 실행해 보는 것. 이것이 바로 '3+1'입니다.




6. 나의 매일을 3+1 세일 코너에 던져놓지 마세요.




시간이 모이면 하루가 됩니다. 하루가 모이면 한 달이 됩니다. 한 '달'이 모이면 한 '해'가 되지요. 우리는 흐르는 시간을 살며 '달'과 '해'라는 우주를 품습니다. 


나이 들수록, 더 많은 은하계가 우리 안에 차곡차곡 쌓입니다. 우리는 모두 무수한 달과 해를 품으며 그만큼 더 확장하고 더 성장하는 존재이지요.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내 안에 더 큰 성장을 이루어낼 수 있는 힘이 축적되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인간은 자연스럽게 그러한 존재로 태어났으니까요.


내일의 나를 믿고 오늘부터 당장 시작해 보겠습니다. 내가 정한 중요한 세 가지 과업을 정해 노트에 적어봅니다. 가족, 꿈, 건강 이렇게 세 가지 항목을 정해 나만의 가치를 찾아보겠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한 즐거움' 추가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지요. 매일의 과업을 수행하면 나의 두 손으로 내 어깨를 감싸 안아줄 것입니다. 나를 안아주면 안아줄수록, 내 몸무게는 줄어들고 내 마음은 더 튼실해지겠지요.


대형 마트에 3+1이라고 크게 적힌 세일코너의 물건처럼, 마구잡이로 쌓아 올리는 '매일'은 더 이상 없어야겠습니다. 대신 날마다 정갈하게 또박또박 내 마음에 새겨 넣은 또 다른 '3+1'을 실천하며 살아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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