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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y Oct 24. 2021

나의 눈을 사로잡는 식물들

Revised on Oct 24, 2021

처음 식물을 접했을 때는 잘 죽지 않고 기르기 쉽다 하는 식물들을 찾아다녔다. 그러다 이제 어느 정도 키우는 법을 익히고 나서는 흔하지 않고 남들이 갖고 있지 않은 식물들에게만 눈이 갔다.


국내에 판매하는 곳은 몇 군데 없을뿐더러, 키우기 까다로울 뿐만 아니라 돈이 있어도 구하기 힘들고, 심지어 가격도 비싼 말 그대로 희귀 식물들이었다.


심지어 몇 년 전엔 아모르로팔루스라는 희귀 식물을 너무 가지고 싶어 한 개인 블로그에서 판매한다는 글을 보고 구매하였는데, 손상 우려가 있어 택배 배송이 안된다 하여, 퇴근 후 밤 고속버스를 타고 지방으로 내려가 식물만 들고 다시 서울로 올라온 적도 있었다.


그래도 너무 아름다운 그 식물의 모습에 피곤함은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고 기쁨과 설렘만 있었다.


문제의 그 아모르포팔루스 (아모프로팔루스아트로비리디스)



나는 명품 가방이나 옷, 혹은 비싼 가전제품에는 큰 욕심이 없었으나, 희귀 식물에는 크게 욕심을 내기도 했었다. 그런데 웃기게도 지금은 희귀 식물은 사진으로 보는 것에만 만족하고 요즘은 이런 식물들도 있구나 하고 쉽게 넘어간다. 물론 가끔 정말 갖고 싶은 식물들도 있지만 돌아서면 금방 잊어버릴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제는 그런 화려하고 귀한 식물들보다 이제는 길가에 아무렇게나 놓인 거의 죽어가거나 볼품없이 버려진 것만 같은 식물들에게 눈이 간다. 심지어 지나가다가 다시 돌아와 한참을 생각한다.


‘버려진 걸까? 내가 가져가서 키울까? 그러다 주인이 찾으면 어떡하지?’


이렇게 한참을 고민하다 결국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며칠 뒤에도 그대로라면 가져가서 살려주자 하고 말이다.


비 오는 날 만난 분갈이도 채 되지 않고 시들어가는 몬스테라


항상 지나가는 길에 저 위에 몬스테라를 만났다. 저 작은 판매용 플라스틱 화분에 갇혀 숨이 막혀 보였다. 이미 잎은 노랗게 시들어가고 있었다. 긍정적으로 비를 맞게 주인이 밖으로 내놓은 거라 생각하며 며칠만 더 지켜보기로 했다.


어차피 나는 내일도 이 길을 지나갈 거니까.


가지치기와 분갈이가 된 몬스테라. 다행이다.


2-3일 뒤 몬스테라는 잎이 정리된 채로 새 화분에 자리 잡고 있었다. 저 모습을 보고 너무 기뻤다.


다행이다. 버려진 게 아녔구나.


버림받는다는 것은 누구나에게 슬프고 상처가 되는 일이다. 상대는 버린 게 아니더라도, 당하는 입장에서는 가끔 버림받았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사람도 그렇고, 동물도 그렇고, 물론 식물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그 이유를 불행하게도 버림받았다고 생각하는 나에게서 찾는다.


내가 잘못해서, 내가 실수해서, 내가 상대에게 부족하여 서라고 말이다.


나도 버림받은 적이 많다. 언젠가 내가 이러한 고민으로 슬퍼하고 있을 때, 나를 소중하게 생각해 주는 오래된 친구가 말했다.


나는 내가 사랑받지 못하는 이유가 나인 것 같았는데, 알고 보니 그게 아니더라고 말이다.


어차피 떠날 사람은 떠날 것이었고, 나를 미워할 사람은 나를 미워할 것이었다.


그 말을 듣고는 항상 웃고 있는 나의 친구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에 슬펐고, 내가 듣고 싶은 말을 항상 꼭 집어서 해주는 저 친구의 말에 고마웠다.


나는 저렇게 나를 오랫동안 사랑해 주는 사람이 바로 앞에 있는데도, 잠깐 나를 알고 상처 준 사람 때문에 나의 시간과 감정을 낭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돌아보니 정말 순수하고 소중하게 나를 바라봐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아마 그런 기억과 경험 때문에 나는 이제 길거리에서 아파 보이는, 대형마트나 꽃집에서 시들거나 상처가나 상품 가치가 떨어져 대폭 할인을 하여 판매하는 식물에게 더 눈이가나보다.


누군가는 너를 버리지 않았다는 것을, 버리지 않을 것을, 사랑하고 아껴줄 것을 알게 해주고 싶어서 말이다.


마지막으로 깡통 재떨이와 전봇대 옆을 떠나 더 좋은 자리에 안착한 몬스테라. 시든 잎은 간데없고 며칠 사이 튼튼한 잎이 두장이나 나왔다. 이제야 안심이 된다. 


이제야 안심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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