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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y Oct 24. 2021

숨겨왔던 또 다른 나의 모습

Revised on Oct 24, 2021

나의 파티오라금 01 (2019, 가을)


봄이온 게 엊그제 같은데 날씨가 선선해지더니 가을이 왔다. 올해 여름은 기억이 거의 없을 정도로 빨리 지나가 버렸다. 이제 가을이 되었으니, 공기가 건조해지고 일교차가 커지기 때문에 봄, 여름과 다른 식물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게 또 가을만 즐길 수 있는 색다를 재미이다. 짧고 강렬하게 아름다우니 많은 사람들이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단풍이다. 단풍은 식물 속에 숨어있던 색들이 여름에는 엽록소의 녹색에 가렸다가 늦가을이 되어 엽록소의 분해로 인하여 녹색이 사라지며 드러나는 식물들이 가진 또 다른 본연의 색들이다. 단풍이라 하면 빨간 단풍나무의 단풍잎이나, 노란 잎의 은행나무를 가장 많이 떠올린다. 그 외에도 가을이 되면 식물들이 색을 변하는 현상을 모두 단풍(丹楓)이라 한다.


나는 그중에서도, 파티오라금(Euphorbia tirucalli, 티루칼리, 유포르비아 티루칼리)의 단풍을 가장 좋아한다. 미국에서 서부 길거리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다육과의 식물이며, 미국에서는 fire stick이라고 불리는데, 실제로 정말 불이 붙은 것만 같은 빨간색으로 물들기 때문이다.


가을이 되어 빨갛게 물이든 나의 파티오라금 02 (2019, 가을)



나의 파티오라금들 03 (2019, 가을)


파티오라금의 단풍은 낮과 밤의 온도차가 심해질수록 더욱더 빨갛게 물이 든다. 한여름에는 온몸이 초록색이었다가, 이제 밤이 선선해지기 시작하면 이 빨간색들을 어디다 숨겨 두었었는지 하루가 다르게 색이 변한다. 


가을이 되면 식물들의 또 다른 모습들이 당당하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부럽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또 다른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는 자태가 아름답다. 그래서 파티오라금의 매력에 빠졌는지 모르겠다.


식물이나 사람이나 여러 가지 모습들을 가지고 있는 것인데, 식물들과 다르게 사람들은 시간이 가면 갈수록 자신의 본모습을 숨긴다.


숨겨왔던 나의 또 다른 모습들은 나의 숨기고 싶은 과거가 될 수도 있고, 혹은 치명적인 단점, 불우한 가정환경 등과 같은 부정적인 모습들이 될 수도 있다. 반대로 정말 순수하고 어린아이 같이 웃는 모습이나, 힘들고 외롭지만 누구에게 손 내밀고 싶다고 말하지 못하는 모습과 같은 아름다운 본모습을 숨겨야 할 때도 있다.


본모습을 숨기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 사회에서 저런 모습을 보였다가는 약해 빠졌다며 손가락질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을 나는 잘 안다. 본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약하다고 말할 것이 아니라, 어떠한 나의 모습도 당당하게 드러낼 수 있는 사람이 진정으로 용기 있는 강한사람이라 말해야한다. 


나는 누군가의 진심 어린 웃음을 보았을 때, 정말 저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반대로 나는 누군가의 가장 약한 눈빛을 보았을 때 저 사람이 약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보단, 오히려 용기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에게 손잡아달라고, 위로해달라고 말해주길 바란다. 나 또한 그러한 용기를 배울 수 있게.


매년 가을 단풍이 들 때마다 나는 용기있는 식물들을 보며, 나 또한 앞으로 저렇게 당당하고 강한 생명으로 앞으로 살아갈 것을 속으로 다짐한다. 


나의 파티오라금 04 (Euphorbia tirucalli)
파티오라금이 물들기전 일러스트 이미지 (출저: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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