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oy Oct 24. 2021

식물의 가지치기와 생장점

더욱 멀리 뻗어나가기 위한 준비 

가드닝을 시작하고, 어느 정도 식물을 키우다 보면 이제 '가지치기'라는 단어를 배우게 된다.


'가지치기'란 식물의 *생장점을 잘라주는 것을 말하며, 식물의 생장점을 잘라주어 식물의 높이를 조절하기도 하고 수형이나 풍성함 같은 모양을 잡기도 한다. 식물의 가치 치기의 시기와 방법은 나무마다 다르며, 보통 나무들은 휴면기(=주로 겨울)에 가지치기를 해준다. 또한 허브류의 식물은 자라는 환경에 따라 다르지만, 실내에서 키울 시엔 보통 시기 상관없으며, 실외에서는 봄~가을까지 수확 가능하다.


*생장점이란?

  생장점 (生長點, Growing Point) : [명사] [식물 ] 식물의 줄기나 뿌리 끝에 있으며 생장을 현저하게 하고 있는 부분


생장점을 자르기 전 나의 유칼립투스
맨 위 가운데 생장점을 자른 나의 유칼립투스


하늘높이 뻗어나가는 식물의 맨 위에 자리 잡은 생장점을 자르면 식물은 더 이상 키를 키우지 않는다. 즉 이 말은 위로 자라려고 하는 식물의 본능을 자름으로써 죽이는 것이다. 이를 통하여 식물은 위로 성장하려는 힘을 잃어버렸기에, 그 힘을 이제 옆으로 자라는데 쓴다. 


생장점이 잘려 이제 더 이상 식물은 키를 키울 수 없지만, 이제 식물은 옆가지들로 영양을 보내고 기둥 가지가 더 단단해지고 두꺼워져 풍성한 수형의 나무가 될 준비를 한다. 이렇게 하나둘씩 식물을 배우다 보면 자연이 주는 선물에 참 감사하게 된다. 해준 것도 없이 가져만 가는 나에게 배로 돌려준다.


사실 실수로 생장점이 부러진 나의 유칼립투스


사실 위에 생장점 예시로 올린 사진 중 위의 사진은 실수로 생장점을 부렸뜨린 경우다. 나의 부주의로 키가 더 자랄 수 있는 유칼립투스의 생장점이 잘려버렸다. 생장점이 부러진 위 유칼립투스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인간에 의하여 더 이상 높이 자랄 수는 없게 되었지만 , 그런 인간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풍성한 곁가지들과 강한 바람에 흔들려도 쓰러지지 않는 목대를 형성함으로써 자신의 단점을 지워버렸다.


우연히 부러진 유칼립투스의 생장점을 통하여 이렇게 가지치기의 중요성을 깨닫는다. 무조건 위로만 자라려고 그곳에만 에너지를 쏟아붓게 되면, 곁가지들은 풍성해지지 않고 제일 중요한 기둥은 키에 비해 한없이 얇고 빈약하다. 나중에는 지지대가 없으면 살짝만 바람이 불면 쓰러져버린다.


다행인 것은, 식물과는 다르게 우리는 우리가 생장점을 직접 자를 수 있는 선택권이 있다. 직접 나 자신을 가지치기하여 누구보다 풍성하고 튼튼한 사람이 될 수 있는 선택권이 있다. 중요하지 않은 생장점을 가지치기하여 정말 중요한 곳에 나의 에너지를 보내야 한다. 의미 없고 가치 없는 곳에 나의 소중한 에너지와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면, 하루빨리 그곳의 생장점을 잘라버려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어떠한 강풍이 오더라도 버틸 수 있고, 지지대가 없어도 스스로 설 수 있다. 실수했다면 후회의 성장점을 잘라 용기을 배로 키운다. 실패의 성장점을 잘라 후에 나의 경험이 더욱 단단해질 수 있도록, 굳은 마음이 멀리 뻗어나갈 수 있게 나의 수형을 다듬어 보자. 

이전 20화 화분과 마음에 핀 곰팡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