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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용섭 Jul 23. 2021

이순신 장군, 단성에서 머물다

지리산권 충무공 이순신 백의종군로 - 열 번 째 이야기

(10)산청군 단성면 창촌리 금만마을~단성교     

[이사재. 경남 산청군 단성명 사월리 남사예담촌 마을 뒤에 있다. 이순신 장군이 하룻밤 묵고 간 것으로 고증되고 있는 곳이다]

 

이순신 장군이 백의종군 임지인 합천으로 가기 위해 비를 맞으며 단성을 지날 때(음력 6월 1~2일)처럼, 그 길을 따라 답사하기로 한 7월 26일(음력 6월 6일) 역시 장마철 한중간의 날이라, 비를 맞으며 걸을 거라 예상했었다. 하지만 일기예보와는 달리 이날은 흰구름 사이사이 푸른 하늘이 열렸고, 불볕더위 속을 걸어야 했다.       

이번 구간은 단성면 금만마을에서 산길구간을 걸어 남사마을에 이른 뒤, 단성면사무소-단성교에 이르는 노정으로 이루어진다. 지리산의 동쪽 관문이라 할 수 있는 단성교까지 ‘지리산권’의 선(線)을 잇다보니 약 12km에 이르는 비교적 짧은 거리가 되었다.      


금만마을에서 송덕사에 이르는 길은(2,2km) 산자락 깊숙한 곳의 마을을 잇는 시멘트 포장도로로 이어져 있다. 길 곳곳에 ‘이순신 백의종군 도보탐방로’ ‘고난의 길’ 안내표시판이 세워져 있어 답사에 큰 도움을 준다. 다만 풀어놓은 개 네댓 마리가 길을 막고 정신없이 짖는 곳이 있어 신경이 몹시 쓰였다. 송덕사에 이르니 해맑은 모습의 비구니스님이 미소로 인사를 건넨다. 절집 왼쪽 언덕으로 올라 밤나무와 감나무 사이의 숲길을 잠시 걸으면 길리마을 삼거리에 닿는다. 길 위에는 장맛비에 떨어진 흑갈색 밤꽃들의 무덤이 있는가 하면, 아직 채 여물지도 않은 연녹색의 자그마한 밤송이도 떨어져 있다. 세월은 그렇게 흐르고 있었다. 남사저수지에서는 왼쪽 숲속 길로 들어서야 한다. 작은 계곡과 함께 이어지는 길을 진행하여 삼거리 이정표를 만나면, 길은 오른쪽으로 내려서며 키 큰 밤나무가 있는 외딴 건물에 닿는다. 시멘트 포장도로로 이어지는 길을 내려서자, 20번국도(지리산대로)와 남사마을(예담촌)이 정면으로 보인다. 그런데 질주하는 차량을 피해 갓길도 없는 도로를 걸어야하는 일이 걱정이다. 백의종군로의 동선을 하천(남사천) 건너편의 뚝방길로 잇기 위해서 ‘호암교’를 건너도록 하다 보니, 이 다리로 가기 위해서 지리산 가는 방향으로 도로를 따라 약 200m 이동하여야 하는 것이다. 길이 무척 위험하니 진행에 주의를 요한다. 호암교를 건너면 길은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남사천 뚝방길을 따라 남사마을로 향한다. 이순신 장군이 유숙한 곳으로 고증된 ‘박호원의 농사 짓는 종의 집’이 있었던 곳에는 현재 ‘이사재(尼泗齋)’라는 재실이 있고, 입구에 백의종군 유숙지 안내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남사예담촌으로 잘 알려진 남사마을에는 최근 많은 변화가 있었던 듯하다. 언제부터인가 도로(20번국도)를 가로지르는 육교가 세워져 있고, 산자락 중턱의 정자까지 다녀올 수 있도록 탐방로가 조성되어 있다. 하지만 길 생각으로 가득한 백의종군로 순례자에게는 관광객들로 몹시 붐비는 이곳의 분위기도 쉽게 끼어들지 못하고 있다. 그나저나 도로를 따라 걸어야 하는 저 500m를 어떻게 지나야 할까? 그만큼 이곳의 도로를 따라 걷는 답사는 위험하였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궁리 끝에 이사재 앞 남사천을 따라 조성된 ‘예담길’을 걸어 다리(초포동교)를 건넌 후, 왼쪽으로 이어지는 뚝방길(지리산대로 2883번길)을 걷기로 했다.  이 길은 20번국도 남사교 아래를 지나 선형(線形) 개선 전의 옛 국도와 만나며, 트랙에서 안내하는 백의종군로 동선과 이어진다. 옛 도로로 따라 진행하다가 왼쪽 국도 아래 통로를 지나면 오래된 느티나무가 있는 도평마을에 이르고,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20번국도 상의 살고개를 넘어선다. 고개를 내려서자 ‘대소헌 조종도 선생 세거지’ 입석을 만난다. 대소헌은 정유재란 당시 함양군수로 있으면서 황석산성을 지키다가 순절한 인물이다.


[단성 사월리에서 면소재지로 오는 도중에 있다. 목숨을 버리먀 황석산성을 사수한 정유재란의 영웅이다.]


백의종군로는 삼우당 문익점 선생 ‘면화시배유지’ 앞을 지나 단성면소재지로 이어지며, 단성고교 앞에 이르자 단성교가 지척이다. 이순신 장군이 ‘합천으로 백의종군 하러 가는 노정’ 상의 지리산권 백의종군로는 단성교에서 마무리한다. 이번 구간 답사는 약 3시간 30분 소요된다. 참고로 필자는 남사마을에 차를 주차해 두고 산길구간(5km)을 걸어 금만마을로 이동한 후 답사를 시작하였다 4시간 40분 걸렸다. 원지터미널(16:10, 18:00)이나 단성면사무소 앞(16:35, 18:25)에서 덕산 행 버스를 타고 남사마을에 내려 차량회수를 할 수 있다. (2020년 7월 기사)


[적벽산 피암터널. 단성교 건너 산청군 원지에 있다. 이 길이 개통되지 않아 백의종군로는 사진 왼쪽의 산길로 답사했으나, 이제 터널 완공으로 손쉽게 창안마을로 이어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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