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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혹박 Apr 11. 2021

부록; 뉴질랜드의 주거 문화

보고, 듣고, 주워 들어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에서의

 뉴질랜드에서 'house'라고 하면 주로 단독주택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잔디가 깔린 마당을 가진 1층짜리 목조 주택에서 산다. 겉으로 보기에 벽돌집인 것처럼 보이더라도 그것은 모양내기 용으로 벽돌을 붙인 것으로서 기본 골조는 모두 나무이다. 2층짜리 고급 주택도 심심찮게 눈에 띄는데 내가 사는 도시의 경우 뉴질랜드 달러로 백만 불 (약 한화 8억 원) 전후라고 들었다. 경제 수도인 오클랜드의 경우에는 두 배가 넘는다고 한다. 1950년대쯤 지어진 오래된 주택은 단열에 취약해 춥다고는 하지만 예스럽고 고풍스러운 멋도 있고 구조도 특이하고 신선해서 보는 재미가 있다. 반면, 최근 뉴질랜드의 건설업이 성행하여 최신의 타운하우스 형 (단독주택이 한 채 들어서 있던 땅에 2층짜리 주택 2개를 맞붙여 짓는 형태)의 주택이 대거 들어서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뉴질랜드의 주 산업인 관광산업과 교육산업 (유학원 및 어학원)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정부 정책에 의해서인지, 주택 시장의 자발적인 작동에 의해서인지 몰라도 뉴질랜드의 건설업은 몇 년째 붐을 이루고 있다.      


 부동산의 매매 및 임대는 트레이드 미 (https://www.trademe.co.nz/)라는 사이트를 통해 이루어진다. 매매의 경우 대개는 옥션의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부동산 중개 회사의 대부분의 매물이 트레이드 미 사이트에 올라와 있어서 임대차 계약을 앞둔 세입자들은 모두 트레이드 미를 찾는다.


 뉴질랜드는 전세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임차료를 내는데 급여를 주 단위로 받기 때문에 임차료도 주 단위로 지불한다. 내가 사는 동네의 경우 방 3개 정도의 주택 임차료가 적게는 주 300불에서 많게는 주 800불 정도 한다. 역시 오클랜드의 임차료는 두 배 정도가 많다고 한다. 임차료 외에 계약 시 4주 치 렌트 피를 보증금 조로 지불하고 그 후 렌트 피는 모두 선불이다. 우리 집은 주당 520불이므로 월로 환산하면 평균 2,340불 정도 되므로 한화로 약 190만 원 정도가 월세인 셈이다. 월세에 익숙하지 않은 나로서는 200만 원에 가까운 임차료를 매달 낸다는 것이 무척 아깝다.   


 주택을 임차하여 살고 있으면 집주인 또는 대리인인 부동산 중개업자는 세 달에 한 번 집 상태 검사 (인스펙션)를 나올 수 있다. 그 덕분에 세입자들은 세 달에 한 번은 꼭 대청소를 하게 되는 셈이다. 이사를 나가는 경우에도 인스펙션을 받아야 하는데 그때 집 상태에 따라 4주 치에 해당하는 보증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로 인한 분쟁이 잦아서 이를 해결해주는 정부 기관이 별도로 있을 정도이다.  


 이사를 갈 때에는 물론 이사 서비스가 있기는 하지만 서민들은 트레일러를 빌려 자기 차에 연결하여 짐을 싣고 내리기를 수 십 번씩 한다. 뉴질랜드는 최저 임금이 세계 최고 수준이기 때문에 전적으로 인력만 투입되는 이사 비용 같은 노동 서비스의 가격이 무척 비싸기 때문이다. 그래서 트레일러를 가지고 있는 사람도 많고 근처 주유소에서도 쉽게 빌릴 수 있다. 


 영어권 국가가 대부분 그렇듯 뉴질랜드도 카펫 생활을 하기 때문에 히터를 난방 도구로 주로 사용한다. 전기로 히터를 사용하여야 하기 때문에 전기 요금이 많이 나올 뿐 아니라 히터를 아무리 켜도 온돌의 온기만큼 데워지지는 않기 때문에 한국에 비하면 많이 춥지도 않은 뉴질랜드의 겨울은 한국 사람들에게는 참 힘들다. 카펫에 적응하는 것도 쉽지 않아 나무 바닥이었으면 좋았을 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나무 바닥인 경우에는 겨울에 더 춥다고 하니 지금 우리 집에 만족해야겠다. 


 여름에는 모기장이 없어 파리가 제 집 드나들듯이 한다. 한국인 가정의 집에 가보면 한국인 업자로부터 한국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모기장을 달아놨다. 그러나 대부분은 모기장 없이 여름을 난다. 김치찌개나 된장찌개를 끓여 먹을 때 유독 파리가 많이 꼬였다. 한 번은 파가 너무 많아서 짜증이 난다고 어떤 키위를 만났을 때 얘기했더니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 할머니가 말씀하시길, 파리가 들어왔으면 다시 나갈 것이다. 나갈 수 있게 창문을 열어놓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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