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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적작가 Aug 02. 2024

day04. 어정쩡한 펀치에서 벗어나는 법

미친 몸무게라 복싱 시작합니다:1


복싱 일지:08.01. 목


원투원투. 펀치가 복싱의 전부가 아니었다. 그럼, 뭐가 더 필요할까. 입력된 기술을 이해하고 몸이 그대로 출력할 수 있게 만드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 정도야 뭘. 주먹으로 펀치를 날리는 데 얼마나 대단한 능력이 필요하겠어. 이런 가벼운 마음이라면 당황할 수 있다. 내가 그랬다. 복싱이 쉬울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 정도까지 출력이 안 돼서 버벅거릴 줄은 몰랐다.



처음 배우는 모든 운동이 그럴까? 음, 아마도 그렇겠지. 처음이니깐. 초보는 기본자세가 제일 어렵다. 왜 이리 몸이 제멋대로인지 모르겠다. 머리로는 알겠다. 단지 팔과 다리가 이해하기를 거부한다. 휴, 안 되겠다. 양심에 찔린다. 사실은 양발, 골반, 어깨, 얼굴, 눈. 다 말을 듣지 않는다. 하나를 배우면 둘을 놓친다. 펀치를 날릴 때 눈은 앞을 계속 봐야 한다. 당연한 것이다. 내 앞에 있는 상대선수를 봐야 하니깐. 다른 곳을 보면 그 순간 상대방의 주먹이 내 얼굴로 날아올 테니깐. 너무 당연해서 기술이라고 말할 수도 없는 기초 중에 기초이다. 그런데 그게 잘 안 된다. 한 3번 중에 2번은 자꾸 다른 곳을 본다. K.O. 당하기 딱 좋은 순간인 것이다. 그런데 눈만 말을 듣지 않을까. 설마? 눈과 세트로 어깨도 말썽이다. 자꾸 돌아간다. 제발 방황 좀 하지 말자. 여기서 끝? 실망시켜 드리지 않을게요. 눈, 어깨, 그리고… 다음은 바로.


이 멋진 글러브가 멋진 펀치를 날려야 될 텐데...  ;;


손목이다. 복싱은 가드를 올린 상태에서 펀치를 뻗고 당연히 다시 돌아와야 한다. 이때 손목 위치가 바뀌면 안 된다. 손목 안쪽이 내 눈앞이 아니라 반대쪽 손목을 보고 있어야 한다. 역시 머리로는 너무 잘 알고 있다. 알고 있는데 왜일까. 왜 자꾸 손목 안쪽이 내 눈앞에 있을까. 하하하. 정신 차리자 손목아, 어깨야. 앞 좀 계속 보고 있자 눈아. K.O. 당하기 싫잖니 너도. 손목 관절 운동은 복싱 운동 전후에만 하자. 알아 들었지? 부디 알아 들었길 바란다.



다행히 복싱 4일 차인 지금은 눈, 어깨, 손목이 정신을 차렸다. 어떻게 차렸는지 그 비밀을 공개하자면. 거울을 보고 연습하는 거다. 이것도 너무 당연한가. 하지만 거울을 보고 연습하라는 것은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니다. 사실 입력과 출력이 자동화가 될 때까지 끝까지 반복 연습을 하라는 말이다. 이때 자동화를 좀 더 빠르게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스스로 하는 피드백이다. 거울에 비친 펀치자세가 이상하다면 그러니깐 좀 어정쩡하다면 멋이 좀 부족하다면 펀치를 계속 날리기만 하면 안 된다. 내 펀치가 왜 어색한지. 왜 멋이 없는지. 어떻게 해야 어정쩡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를 찾아야 한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펀치를 멋있게 치는 나를 만날 수 있다.



그러니 평일에 빠지지 말고 복싱 체육관에 가자. 근육통이 하루 쉬라고 유혹을 해도 넘어가지 말자. 금요일 하루 남았다. 하루만 나가면 주말이다. 5일 연속 출석을 하면 맛있는 음식 먹게 해 줄게. 냉장고에 막걸리도 있다. 그러니 내일 꼭 운동하러 가는 거다. 오늘의 복싱일지 끝.     



내일도 운동하러 가자!


사진출처:내 폰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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