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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적작가 Aug 08. 2024

day08. 마지막이야. 다 쏟아내!

미친 몸무게라 복싱 시작합니다:1

복싱 일지: 24.08.07. 수


"다 쏟아내."라는 말을 홀라당 까먹고 살고 있었다. 하지만 이젠 적어도 복싱 운동을 하는 날에는 기억할 수 있다. "마지막이야. 다 쏟아내!" 주문 외우듯이 말이다.



너무나도 피곤하고 힘든 수요일 밤이지만 체육관에 왔다. 마지막 운동은 링 위에서 하는 매트 연습이다. 글러브를 끼고 관장님과 일대일 복싱연습을 한다. 3분 운동, 30초 휴식을 3세트를 한다. 1세트는 어리바리 복싱이다. 나름 1 세트라 자세는 그럭저럭 안정적이고 체력은 아직 팔팔하다. 단지 아직 몸이 덜 풀려서 그런지 글러브가 매트에 맞는 소리가 별로다. 자꾸만 민망하게 '틱', '픽' 이런 소리를 낸다. 의지 열정 체력은 좋은데 정확도가 좀 떨어진다. 참 아쉬운 1세트이다. 길고 긴 3분이 끝나고 휴식시간을 알리는 삑 소리가 나면 관장님에게서 냉큼 멀어진다.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숨을 고르며 링 위를 걸어 다닌다.



주먹을 쥐어보며 화이팅을 외쳐본다.


삑. 달디단 휴식시간이 끝나는 소리다. 30초 휴식인데. 가끔은 정말 의심스럽다. 30초가 너무 짧다. 2세트가 시작되면 어느 정도 몸이 풀린 상태다. 그래서일까 기술이 막 들어온다. 원투-원투. 쨉쨉-스트레이트. 오른쪽으로 피했다가 스트레이트. 왼쪽으로 피했다가 또다시 스트레이트. 가드 올리고 간격 유지. 다시 앞으로 나가면서 원투-배. 원투-배-?. 어.. 관장님 이건 뭘까요? 어퍼컷이요. 아, 그 어퍼컷. 새로운 기술이 또 들어온다.



이쯤에서 한번 다리 꼬이고 휘청이고 난리가 아니다. 펀치 속도는 느려지고 타격 강도는 말랑이로 변한다.  복싱 기술을 연속으로 10초쯤 했을까? 10분이 아니고 10초인데 나의 숨소리는 아주 거칠다. 100 미터를 전력 질주한 듯한 숨소리다. 헉헉! 학학! 숨소리가 거친 만큼 얼굴에 땀이 많이 난다. 근데 1도 신경이 안 쓰인다. 눈앞에서 돌아다니는 매트를 보고 주먹을 날리다 보면 정신이 없다. 땀? 대충 팔에 걸쳐있는 옷으로 한번 쓰-윽. 이거면 된다. '쓰-윽'을 몇 번 하다 보면 또다시 들리는 소리. 삐-익. 이제 마지막 3세트이다.



죽음의 3세트. 이미 다리는 풀렸고 숨소리는 더 거칠어져 있다. 이놈의 체력. 으악! 소리가 절로 나온다. 이럴 때도 관장님은 기술을 쓴다. 복싱 기술이 아니라 체력의 한계를 끌어올리는 기술이다. '잘하고 있어요.' '다시 한번 더.' '가드 올리고.' 그리고 '마지막이야. 다 쏟아내.' 관장님의 기술은 상급의 상급의 상상상급이다. 마지막이야 다 쏟아내를 듣고 나 포기할래요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 역시 이 말을 듣는 순간 없던 체력을 쥐어짜네 마지막 펀치를 팍팍 팍팍 날렸다. 세상에나 기분이 너무 좋다. 다 쏟아낸다는 것이 이런 느낌이었지. 얼마 만에 느껴보는 건지. 복싱 연습이 끝나고 집에 와서도 계속 생각이 났다.


다 쏟아내고 링 밖으로 나와 누워버렀어요. ::


너무나도 피곤하고 힘든 수요일 밤. 링 위에서 복싱 연습을 하다. 느슨해진 정신을 흔들어 깨울 인생명언을 만났다. 힘들지만 아쉬움이 남지 않기 위해선 마지막 순간에 다 쏟아내야 한다. 끝까지 다. 그러면 짜릿함을 느낄 수 있다. 아쉬움을 남기지 않을 수 있다. 내가 좋아진다. 내일도 마지막에 다 쏟아내고 싶다. 그러려면 빠지지 말고 복싱하러 와야겠지. 오늘 복싱 일지 끝.



팔을 들 힘도 없어요  체력 정말 부끄럽다.;;




사진출처: 내 폰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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