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 위에선 딱 2개만 하면 된다. 공격 그리고 방어. 공격의 기술도 단순하다. 잽, 스트레이트, 훅, 어퍼컷이 있다. 방어 기술인 회피동작으로는 위빙과 더킹 그리고 풀백이 있다. 너무나도 심플한 공격 기술과 방어 회피 동작이지만 이 기술들이 합쳐져 버리면 절대 심플해지지 않는다. 관장님이 분명 ‘BOXING IS SIMPLE.’이라고 했는데. 이건 절대 심플이 될 수 없다. 그래서 물어보았다. 복싱이 왜 심플인지. 답은. 심플한 몇 개의 동작으로 …. 아, 그다음에 뭐라고 하셨더라. 심플한 동작으로 공격을 해서인가. 힘들 때 설명을 들으면 안 되는구나. 기억이 안 난다. 이건 다음에 물어봐야겠다.
요즘 줄넘기 너무하기 싫어요.ㅠㅠ
아무튼 몇 개 되지 않는 공격과 방어 기술이데 이것들이 합쳐지면 끝없는 기술들이 생산된다. 웬만하면 미트 연습을 할 때 공격과 방어 순서를 기억할 수 있다. 하지만 오늘은 전혀 기억을 할 수가 없었다. 원투어퍼 더킹-어퍼훅투풀백-몸어퍼어퍼훅-몸어퍼훅투-투훅투-원투훅투. 뭐, 이런 식이다. 절대 외울 수 없었다. 빠른 박자로 날아오는 미트를 두고 '어.. 다음은 뭐더라?' 이렇게 생각하는 순간. 바로 박자를 놓쳐버린다. 진짜 끝까지 따라가 보려 했는데. 쉽지 않았다. 갑자기 초급에서 중급으로 넘어간 느낌이었다.
삐그덕거리는 나를 보고 관장님이 피드백을 해주셨다. 아주 심플한 피드백이었다. “기억할 필요 없어요. 몸이 기억할 겁니다.” 이 말을 들은 순간. 더이상 기억하려고 애쓰지 않았다. 그저 눈앞에서 왔다갔다 거리는 미트를 보고 순간적으로 펀치를 날렸다. 몸이 기억할 수 있게. 몸이 기억하게. 다른 방법은 없었다. 가끔 어떤 일들은 머리로 하는 기억보다 몸이 하는 기억이 더 나을 때가 있다. 오늘처럼.
그러니...정신없는 링 위, 믿을 건 몸 기억뿐이니. 죽어라 몸을 움직여야겠다. 내일도.. .오늘 복싱일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