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말하는 나의 성격은 나다움인가, 아픔인가
요즘 우리는 자신을 소개할 때 심리학 용어를 꽤 자연스럽게 사용합니다.
“저는 T예요”, “저는 원래 불안장애가 좀 있어요” 같은 말이 더 이상 어색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성격과 정신건강은 쌍둥이처럼 닮아 있어서, 그 경계를 구분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특히 “나다움”이라는 말은 말하기도 쉽고 듣기에는 편안하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를 가볍게 넘기기엔 꽤 복잡한 질문이 있습니다.
최근 우리 사회를 보면 심리학 언어가 일상 깊숙이 스며들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MBTI로 서로를 구분하는 장면은 이제 너무나 흔합니다. 누군가는 자신을 “불안 장애가 있다”고 설명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ADHD라서 그렇다”고 말합니다.
이런 표현들은 분명 자신을 소개하고 스스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조금만 자신이 속한 인간관계라는 울타리를 벗어나면 그 반응은 전혀 달라집니다. 단지, 그들은 상대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만 받아들인다는 사실입니다. 긍정적이라고 예상할 필요조차 없이, ‘뭔 말이야’ 혹은 ‘문제가 있군’이라는 반응입니다. 왜냐하면 성격이나 정신건강을 전문가의 진단이나 조언 없이 함부로 연결하는 태도는 매우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지인 간에도 무책임하게 던지는 심리학적 꼬리표는 상대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언어 및 정신적 폭력이, 자신에게는 성장을 가로막는 족쇄가 되기 때문입니다. 타인의 복잡한 내면을 "너는 성격이 병적이다"라고 단정 짓는 순간, 우리는 한 인간의 인격을 지우고 오직 '질병'으로만 그를 바라보게 됩니다. 또한 자신의 문제를 "이건 내 성격이 아니라 병 때문이야"라고 지나치게 의존하는 태도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의지마저 꺾어버립니다.
문제는 이 혼란이 개인의 자기 설명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는 종종 책임의 문제로 이어집니다. 우리가 뉴스에서 자주 접하는 음주운전이나 직장 내 갑질 사례에서도 “원래 성격이 불 같아서 그랬다”는 말이 빠지지 않고 등장합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정치인들의 욕설 논란과 인식공격성 망언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보면 더 자세히 알 수 있죠. 타인의 잘못은 ‘증상’이라며 비난하면서, 자신의 행동 앞에서는 ‘성격 탓’이라며 이해를 구합니다. 이런 이중적인 태도는 어디에서 비롯된 걸까요?
성격이 증상이 되고, 증상이 성격처럼 포장되는 이 모호한 지점에서, 우리는 다시 한번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어디까지가 ‘나다움’이고, 어디부터가 도움이 필요한 상태일까요?
성격과 정신건강은 연결되어 있다: 연속선 위의 스펙트럼
심리학에서는 성격과 정신건강을 완전히 분리된 것으로 보지 않습니다. 현대 심리학은 사람을 “정상”과 “비정상”으로 단순하게 나누지 않습니다. 대신, 정도의 차이로 이해합니다. 이를 ‘차원적 관점’이라고 부릅니다.
시험 점수를 떠올려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59.9점은 불합격이고 60점은 합격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의 실력이 0.1점 차이로 갑자기 완전히 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성격과 정신건강도 마찬가지입니다. 흰색과 검은색 사이에 수많은 회색이 존재하듯, 이 둘 역시 하나의 연속선 위에 놓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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