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브루잉하는 작가의 아침

커피 향과 문장의 온도

by Itz토퍼
by ChatGPT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일상의 조각들이 이제는 모두 원고지 위에 놓인 듯하다.


평소의 사소한 습관들이 글을 쓰고 다듬는 과정과 겹쳐 보일 때면, 창작이라는 행위가 멀리 있는 것이 아님을 실감한다. 원두가 쉬고 있는 유리병을 열 때 터져 나오는 향기가 온 서재를 채우듯, 일상의 아주 작은 발견들이 커다란 영감으로 부풀어 오르는 경이로움에 매료되곤 한다. 이른 아침, 나에게 의식과도 같은 드립 커피를 내리는 시간 역시 이 예민하고도 즐거운 시선을 피하지 못했다.


가족들에게 아침의 정적을 가장 먼저 깨우는 것은 알람 소리가 아니라, 서재에서 원두가 갈리는 소리다. 아직 세상이 완전히 깨어나기 전, 책상 앞에서 조심스레 핸드밀을 돌리면 고요 속에서 사각거리는 마찰음이 퍼진다. 나는 이 소리를 들으며 오늘 하루를 어떻게 지낼지, 그리고 어떤 문장을 건져 올릴 수 있을지를 가늠해 본다.


커피를 내리는 일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물을 끓여 붓는 행위는 마지막 단계일 뿐, 그 이전에는 수많은 선택과 판단이 개입된다. 원두의 상태를 살피고, 습도와 온도를 감각적으로 재며, 오늘의 컨디션에 맞는 추출 방식을 설계한다. 나에게 글을 쓰는 행위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 매일 같은 언어를 사용하지만, 매번 다른 하루를 통과한 내가 문장 앞에 앉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마주하는 선택은 언제나 ‘분쇄도’다.


원두를 얼마나 곱게, 혹은 거칠게 갈 것인가. 분쇄도가 달라지면 물이 머무는 시간이 달라지고, 그 시간의 차이는 곧 맛의 차이로 이어진다. 글쓰기에서의 분쇄도는 단어를 다루는 태도와 닮았다. 너무 거친 단어는 생각의 표면만 스치고 지나가 독자의 마음에 스며들지 못한다. 반대로 지나치게 잘게 부서진 문장은 의미가 과다 추출되어 읽는 이를 피로하게 만든다. 그래서 작가는 언제나 묻는다. 이 사유는 이 정도의 입자로 쪼개는 것이 적절한가. 그 적정함을 찾는 감각은 결국 수많은 실패를 통해서만 길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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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를 나만의 색으로 물들이며 ‘나답게’ 걸어가는 글무리 작가 Itz토퍼입니다. 오늘 당신의 하루에도 작은 위로와 빛이 스며들길 바라며, 제 속의 글무리들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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