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의 역설
혹시 세상에서 제일 슬픈 ‘로그아웃’ 이야기를 들어보셨나요?
평생을 “그 애가 내 첫사랑이야”라며 가슴에 품고 살았는데, 중년이 된 어느 날 동창회에서 만난 그녀. 안부를 묻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되묻는 거죠.
“미안한데… 누구시더라?”
네, 그렇습니다. 첫사랑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유통기한 지난 짝사랑이었고, 심지어 상대의 기억 속에선 ‘삭제된 데이터’였다는 사실. 이 비대칭의 비극은 내 뜨거웠던 고백이 허공을 가르는 ‘일방통행’이었음을 깨닫는 순간, 코끝 찡한 코미디가 됩니다.
이처럼 사랑의 비극은 상대의 ‘반응’에 의해 가장 처절하게 드러나곤 하죠. 그런데 웃픈 사실은, 지금 우리가 스마트폰을 쥐고 맺는 수많은 ‘랜선 인연’들이 이 응답 없는 짝사랑과 참 많이 닮아 있다는 겁니다. 솔직히 이 말을 하면서도 가슴 한편이 꽤 아릿해집니다.
‘인맥 부자’의 밤은 낮보다 외롭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X, 브런치, 네이버, 웨이신까지… 저는 자고 일어나는 순간은 물론, 잠드는 찰나에도 수천 명의 이웃과 팔로워들에게 둘러싸여 있습니다. 화면 속에서는 모두가 내 친구 같고, 내가 올린 점심 메뉴나 소소한 사진 한 장에도 뜨거운 반응이 쏟아집니다. 팔로워 숫자는 곧 나의 사회적 증거가 되고, ‘좋아요’가 쌓이면 잠시나마 세상의 중심에 선 듯한 달콤한 위안이 찾아오기도 하죠.
그런데 문제의 시험대는 ‘새벽 2시’에 찾아옵니다. 갑자기 눈물이 쏟아질 만큼 힘든 일이 생겼을 때, 혹은 당장 마음의 빗장을 풀고 속내를 털어놓고 싶은 순간, 망설임 없이 연락할 수 있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요?
수천 명의 팔로워 중 내 SOS에 즉각 답해 줄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일 겁니다. 실시간 접속을 알리는 초록색 불빛은 곳곳에서 깜빡이는데, 정작 내 고독에는 침묵하는 타인들. 숫자가 늘어날수록 관계의 밀도는 마치 제 아메리카노 잔에 물을 너무 많이 탄 것처럼 묽어지기만 합니다. 커피도 물도 아닌, 그저 밍밍한 액체가 되어버린 관계들 말입니다.
바로 여기서 ‘연결의 역설’이 시작됩니다. 온라인의 화려한 연결이 오히려 오프라인의 적막을 더 견디기 힘들게 만드는 역설 말입니다.
관계 경제의 습격과 ‘거리의 악사’가 된 작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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