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은 '재난지역', 내 워치는 '시어머니'

건강의 역설: 건강 강박이 낳은 '웃픈' 역설에 대하여

by Itz토퍼

젊음과 늙음을 떠나, 새해를 맞이하고 한 살을 더 먹을 때면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예전보다 건강에 유난히 민감해진다는 사실입니다. 특히 노년을 향해 내리막길을 달려가는 나이가 되면 그 민감함은 더욱 예민해집니다.


그 이면에는 결국 ‘나이 탓’에 대한 두려움이 깊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겠죠. 몸 어딘가에 작은 적신호만 켜져도 우리는 곧장 스스로에게 묻곤 합니다. “이게 다 나이 때문인가?” 젊을 때는 웬만한 이상 신호쯤이야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있는 막연한 믿음이 있었지만, 나이가 들수록 사소한 불편 하나조차 평생 짊어질 지병이 될 것 같은 염려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결국 이러한 마음가짐의 변화는 자신을 철저히 ‘관리하는 인간’으로 만들게 되죠. 어느 순간부터 먹는 것은 꼼꼼히 계산하기 시작하고, 체중계 숫자는 수시로 확인하게 됩니다. 숫자가 유지되면 안심하지만, 조금이라도 늘거나 줄면 ‘혹시나’ 하는 불필요한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뭅니다. 일상의 루틴을 점검하고 교정하는 작업도 멈추지 않게 되죠.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관리하면 할수록 몸이 점점 말을 듣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이게 뭔 일이야?” 어디가 어떻게 잘못된 것인지는 몰라도 분명 뭔가 역설의 법칙이 작용하고 있다는 불안한 예감이 듭니다.


특히 갈등을 조장한 주범은 바로 ‘체중’입니다. 체중계에 나타난 숫자가 전보다 조금이라도 줄어들면 왠지 건강해진 기분이 들고, 조금만 늘어나도 생활 습관은 물론 건강 자체에 큰 결함이 생긴 것 같은 불안함이 밀려오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여름, 일본 여행을 다녀온 후 체중이 갑자기 크게 늘었습니다. 여행 기간 동안 육식 위주로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은 탓입니다. 또 한 가지 핑계 같은 이유는, 함께했던 가족과 지인들이 음식 주문을 너무 많이 하는 바람에 식성 좋고 잘 먹는 제가 뒷감당을 하느라 무리를 했다는 점입니다.


돌아온 후 과체중으로 인해 운동은 고사하고 호흡까지 힘들어졌습니다. 결국 자신에게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루틴을 교정해 운동 시간을 늘리고 식사량을 줄였습니다. 주말엔 아주 강도 높은 100km 이상의 장거리 라이딩을 통해 하루에도 1kg 가까이 무리한 감량을 시도하였습니다. 물론 대부분이 수분이죠. 그런데 그 효과도 그때뿐, 어찌 된 일인지 시간이 지나면서 체중은 오히려 더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솔직히 말해 현재 여행 전보다 무려 8kg이 넘게 늘었는데, 더 큰 고민은 이 상황이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입니다.

by Gemini

결국 “더 적게 먹으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밥과 국그릇 사이즈를 교체하며 식사량을 대폭 줄였고, 운동량도 더 늘렸습니다. 몸도 처음에는 꽤 협조적이었습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숫자가 눈에 띄게 내려갔습니다. 저는 그것을 의지의 승리라고 착각하며 기뻐했습니다. 하지만 제 몸은 그때 제가 먼저 내린 비상사태에 대비해서 나름대로 비상회의를 열고 있었나 봅니다.


“이 사람, 요즘 식량 사정이 아주 안 좋은가 보다. 이전 같지 않아.”


“앞으로 언제 또 굶길지 모르니 미리 철저하게 대비해야겠어.”


그렇게 제 몸은 다이어트를 세련된 라이프스타일이 아니라, 생존을 위협하는 ‘재난 상황’으로 인식해 버렸습니다. 그 이후부터는 이상한 일들이 벌어졌습니다. 예전보다 줄어든 식사량에도 금세 ‘배둘레햄’이 더 굵어지기 시작했고, 아무리 강도 높은 운동을 해도 몸무게는 요지부동이었습니다. 마치 몸이 저에게 이렇게 항의하는 것만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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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를 나만의 색으로 물들이며 ‘나답게’ 걸어가는 글무리 작가 Itz토퍼입니다. 오늘 당신의 하루에도 작은 위로와 빛이 스며들길 바라며, 제 속의 글무리들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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