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꼭꼭 책 씹어먹기

by 직진언니
pinterst


2026년 2월 10일 6:19am​



명절 연휴 동안 읽고 싶었던 책을 릴레이로 읽기 위해서 도서관에서 다섯 권의 책을 빌려 왔다. 차분히 앉아 책을 읽기 시작하는데 왠지 모르게 조급한 마음이 들었다. 600 페이지가 넘는 책도 있고 1000 페이지가 넘는 책도 있기 때문에 연휴 동안 이 책을 다 읽을 수 있을까라는 무의식이 마음을 급하게 했던 것 같다.

몇 달 전, 속독에 대해서 강의를 한다는 글을 보았다. 속독에 대해서 강의를 한다? 호기심이 발동했다. 우선은 강의 신청서를 접수하고 피드백을 기다렸다. 매주 토요일, 2시간 동안 특정 장소에 모여서 속독을 교육해 주는 프로그램이었고 한 달 가격이 약 250,000 원이었다. 대기업이 임원 출신의 어떤 여성이 운영을 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매주 2시간씩 한 달이면 8시간, 그 8시간에 25만 원을 지불하면서까지 속독을 배워야 할 필요가 있을까 고민했다. 결국 그 프로그램은 참여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많은 책들을 굉장히 밀도 있게 매일매일 읽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책을 읽는 속도가 빨라지는 것을 스스로 느끼게 되었다. 속독이라는 게 어떤 것인지 공부해 보지 않았지만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책을 읽는 근육이 붙어서 독서 속도가 빨라지는구나, 운동과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책을 꼭 빨리 읽어야 될까? 물론 읽고 싶은 책이 많기 때문에 속독을 하면 여러 권의 책을 단시간 내에 읽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책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내 안에 추적 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인가라는 부분에 있어서는 사실 의문이다. 마치 급하게 음식을 먹으면 체하는 것처럼 소화 자체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월든>에서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제대로 된 독서는 참된 책을 참된 정신으로 읽는 고귀한 운동이라고 한다. 운동선수가 훈련을 참고 견디고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 의지를 평생 일관하듯이, 책이 쓰였을 때와 마찬가지로 시간을 들여 차분하게 정성껏 독서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읽고 싶은 책이 밀려 있다 보니 빠르게 읽고 새로운 책으로 넘어가야지. 나는 항상 급한 마음이 있었는데 그렇게 빠르게 있는 독서의 방식이 궁극적으로 내 안에 책이 전달하고자 하는 가치를 담을 수 있게 해줄까라는 부분에 있어서는 정답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이번 명절에도 읽기 위해 도서관에서 대출해 온 책이 많지만 다 읽지 못하면 반납을 하고 말겠다는 결심으로 차분하게 정독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독서는 그 읽는 행위 자체로 굉장한 힐링이 되고 의미가 있지만 책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내 안에 축적하고 삶에 적용할 때 독서의 효과가 극대화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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