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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맘약 Oct 18. 2021

속 편한 육아를 위하여

sns, 그리고 책 육아

밀레니얼 맘에게 sns란?


아이와 하루 종일 집안에 있자니 그리고 외출이 제한되는 시대에 살자니, 엄마들이 누군가를 만날 수 있는 방법은 역시 sns를 활용하는 것뿐이다. 그리고 사실 sns는, '누군가와 이야기 나누는 단순한 수단의 기능'을 이미 넘어선 지 오래라, 이 sns를 통해 대부분의 엄마들은 많은 육아 정보를 얻고 있었다.



다행히 나는 친정 엄마에게서 많은 육아정보를 얻었다. 하지만 엄마의 육아방식은 때때로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표적으로, 엄마는 '너네들이 어릴 때 보행기를 많이 태워줬다'고 했는데 요즘의 엄마들은 보행기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보행기 사용이 아이 허리에 좋지 않다는 '삐뽀삐뽀 119'도 이미 읽은 후였다. 그래서 '역시 보행기는 필요가 없겠다'며 '요즘 엄마들은 아무도 보행기를 안 쓴다'며 엄마에게 핀잔 아닌 핀잔을 주었다. 아이를 안아주고 얼러주는 고행의 삶을 시작하였다.


고행은 힘들었다. 역시 아이를 '어딘가에 앉혀놓을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런데 아마도 그것은 보행기가 아닐 것이다. 쏘서, 점퍼루 등 북유럽에서 왔다는, 미국에서 왔다는 요즘 스타일의 승용 놀이기구들을 열심히 찾아 헤맸다.


결국은 그랬다. 아이의 허리도, 엄마의 옛날 방식도 문제가 아니었다. 그저 요즘 스타일로 육아를 하고 있다고 증명할 수 있는지, 즉 인스타에 올릴 수 있을만한지가 나의 선택에 가장 중요한 문제였던 것이다. 참~ 아이러니했다.



이런 작은 아이의 놀이기구부터 영유아 영어 교재에 이르기까지 sns를 통하여 수많은 육아 관련 정보를 접했다. 물론 그전부터 유모차, 아기띠, 기저귀, 바디워시, 쪽쪽이, 아기 침대 등 sns에서 접하고 알아보고 비교하고 구입한 것들은 수도 없이 많았고, 나아가 아이와 함께 여행하기 좋은 곳, 아기의 기념일 스타일링 정보까지 아이 관련 정보는 한도 끝도 없었다.



이쯤 되니 피곤했다. 어느 업체의 직접적인 sns 광고가 아니고서라도, 인플루언서들의 세련된 육아를 보는 것조차 부럽고 솔깃하면서도 조금 지쳤다. '아니, 아이한테 이런 것까지 해줘야 해?'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역시나 좋은 엄마, 그럴듯한 육아맘 노릇을 하고 싶었던 나는, 열심히 sns를 추종하며 살았다.


그렇게 육퇴 후 피곤한 밤을, 늘 그렇듯 온갖 온라인 정보의 홍수 속에서 헤매며 버거워하다가 문득 생각하게 되었다. 사실 온라인의 세상은 '유용하고 필수적인 정보'처럼 위장된 광고의 세상인 것 같다고. 모두가 저마다 자신의 상품을 판매하려 혈안이 되어있는 것 같다고. 돌아보면 '이건 정말 무조건 해야 하는 것'이라고 떠들썩했던 정보들도, 사실은 굳이 할 필요가 없던 것도 많았다. 심지어 틀린 사실도 있었다. 그러나 그 세상 안에 있다 보면 모두 다 해야 할 것만 같아서, 나만 아이에게 못해주는 것 같아서 조급하고 불안한 마음이 커져갔다.


그래서 나는 sns에서 멀어지기로 마음먹었다. 광고로 뒤얽힌 자본주의의 결정체, sns 세상을 종종거리며 따르기보다 그저 담담하게 나의 길을 걸어가기로. 정확한 육아 정보는 책에서 찾고, 육아의 고민은 주변의 엄마들과 함께 나눠가며 길을 찾기로.



그래서 결국 지금의 나는 어떻게 되었을까?


역시나 오늘도 sns를 뒤적인다. 어쩔 수 없다. 육아의 고민을 나누려는 주변의 엄마들은 동네 놀이터보다 맘 카페에 더 많고, 정확한 육아 정보를 찾기 위해 책을 선택하는 것 또한 선배맘들에게 추천을 받아야 하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왠지 조금은 부끄럽지만 합리화는 아니다.)


그리웠던 지인의 소식을 보며 멀리서 응원하고, 나 또한 치열한 육아 일상을 올리며 응원받는 게, 역시나 코시국 집콕 주부의 삶에 더 잔잔하고 편하고 따뜻한 미소를 전해준다. SNS 최고!


역시 sns는 그 존재와 기능, 수단 자체의 문제가 아니었다. sns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한 것. 다만 내가 이 화려하게 휘몰아치는 세계에서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는, '스스로 육아에 대해 올곧은 신념을 갖고 내가 정말 필요한 것과 필요하지 않은 것을 적절히 구분하며 알맞은 것만 알맞게 취하면 될 것'일 테다.


그저 부러워하지 말 것. 아니 부러운 마음은 자연스러우니, 부럽긴 부럽더라도 sns에서 만나는 그는 그대로 현실의 나는 나대로 인정하고 존중할 것. 그리고 편안히 취하고 소통할 것.




대망의 책 육아


누워만 있던 아이가 일어나서 걷고 뛰더니, 사회적이고 인간적인 상호작용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옹알이가 발전해 언어다운 언어로 대화를 시도하자, 이제는 엄마의 노릇에도 한 단계 발전이 필요함을 느꼈다. 지금껏 노력해온 '먹여주고 재워주고 똥을 닦아주는 것'이 엄마 역할의 전부가 아니었음을, 앞으론 아이를 '인간다운 인간'으로 잘 빚어야 함을 느꼈다. 그러기 위해선 단순한 돌봄에서 나아가, '인간이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모든 행위를 가르친다'는 뜻의 교육을 해야 했다.


사실 학창 시절을 치열하게 공부하며 살았던 터라 아이에게는 입시에 매달리는 삶을 주고 싶지 않았다. 아이에게 학습 같은 교육은 절대 하지 않고, 엄마의 여유로운 마음과 태도로 아이를 기다려주겠다 마음먹었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스스로 선택해서 집중하고 노력할 수 있을 때까지 그저 가능한 한 많이 놀게 해 주리라. 그리고 늘 아이를 존중하며 사랑해 주리라


그러나, 게으른 엄마 때문에 우리 아이만 뒤쳐졌다는 원망은 듣고 싶지 않았다. 아니 그렇게 되는 건 또 내 자존심에 심각한 금이 갈 일이었다. 그러니 스스로의 기준에 알맞은 중용의 길을 찾고 걸어야 했다. 그 길이 무언지 알기 위해, 엄마가 먼저 '공부를 위한 공부'를 시작해야 했다.



멀리 보기 위해 지도를 찾았다. 그 첫 번째 노력은 온라인 바다를 탐색하는 것이었다. 역시나, 이 무지한 엄마를 향해 모든 정보들이 "'PICK ME! PICK ME!'를 외쳤다. 다 좋아 보이고 다 필요해 보였다. 이럴 줄은 예상했지만? 아니 절대 예상하지 못했다. 이 정도일 줄은 전혀 몰랐다. 유아교육의 시장은 참말로 어마무시하였다.


절대로 나는 '엄마의 불안함을 자극하는 회사들의 상술에 휘둘리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각종 매체를 통해, '유아교육 베이비 페어(유교전)가 늘 성행하고 많은 엄마들이 거기에서 이런저런 자료를 비교한다는 사실'을 보며, 그 공간에 있는 모두를 참 줏대 없고 유난스럽다 생각하였다. '아니, 아이가 이제 겨우 2살밖에 안되었는데 그런 자리에서 설명들을 듣고 있다니?' 그건 거의 올림픽공원에서 진행되는 메가스터디 입시설명회와 같았다. 저렇게 유난스런 엄마들 아래서 공부할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참 힘들고 고생스럽겠구나 생각하였다.



응? 그런데 사실, 나야말로 최고의 유난 맘이었다. 아이가 1살 때, 100일이 조금 지났을 무렵 처음으로 전집을 구입하였다. 유교전에 참여하는 엄마들을 탓하면서 유교전에는 절대 참여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애초에 나는 이미 인터넷으로 전집 한 질을 턱 하니 구입한 후였던 것이다.


물론 처음엔 바둥바둥 거리는 100일의 아이와 뭐를 하고 놀아줄지 몰라 토이북이 있는 전집을 산 것이었다. 이게 가장 편한 놀이법이라 생각하고 구입한 것이었다. 음, 그렇다. 이래도 저래도 이것은 다 합리화이다. 유교전에 가는 모든 엄마들의 욕망은 어쩌면 처음부터 내 속에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나는 또 줄기차게 합리화를 한다. '유교전에 가면 이것저것 사느라 300만 원은 썼을 텐데, 나는 분별력 있게 딱 하나만 비교하고 골랐지. 그래서 1/10 가격에 전집을 샀지'라고. 그러면서 '앞으로도 유교전엔 참여하지 말아야지'


하지만, 그렇게 엉겁결에 시작된 우리 집 유아교육, 책 육아는 그 후로도 꾸준히 계속되었다고 한다.



사실 아이가 책을 잘 보면 엄마 입장에서는 무조건 좋을 수밖에 없다. 비록 스스로는 아이를 절대 입시에 내몰기 않겠다고 했지만, 만약 아이가 알아서 공부를 잘한다면? 그건 그저 흐뭇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뭐 이건 정말로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닌가?


아이가 자연스럽게 알아서 공부를 잘하려면? 가장 쉬운 방법은 역시 책을 읽는 것일 테다. 책만 좋아한다면 세상의 모든 지식과 정보에 자동으로 익숙해지고, 더욱더 관심이 생기고, 더욱더 알고 싶고, 그래서 더욱더 책을 읽고 싶고 그렇게 선순환되는 게 아닐까? (이 엄마 정말로 여유로운 마음과 태도를 갖고 있는 것 맞나요?)



사실 여기까지 생각이 안 가더라도, 엄마 입장에서 책 육아는 가장 쉬운 육아법이었다.


사실은 정말로 정말로 아이를 마음껏 놀게 해 주고 많은 것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었으나, 그러려면 시간이 많이 들었고 무엇보다 돈이 많이 들었다. 백분위 120%, 알맞게 평범한 우리의 형편엔 돈이 너무 많이 드는 육아는 부담스럽다. 가끔 맛있는 것을 먹고, 가끔 여행을 가고, 1년에 두어 번 호캉스를 즐길 수는 있지만 매번 좋은 곳, 새로운 곳에 갈 수는 없는 일이니 말이다. 더군다나 코로나 팬데믹은 우리 모두의 발목을 묶어 놓았으니, 이젠 정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훌쩍 멀리 떠나서 새로운 경험을 쌓는 것'이 쉽지가 않다.


그러니 좋은 것을 해주고는 싶은데, 그렇다고 상술에 흔들리기는 싫으면서도, 사교육이라기보다는 자연스런 엄마의 노고가 들어가는 것 같으면서도, 아이와 상호작용을 해주고 아이에게 새로운 세계를 접할 수 있게 해주는 이 '책 육아'야 말로 이 시대가 요구하는 가장 알맞은 교육법인 것 같다.



3살인 우리 아이는 책을 참 좋아한다. 내가 집안일을 하느라 바쁠 때, 스스로 그림책을 펴서 '그림'을 읽고 있는다. 그 모습이 정말 예쁘다. 그렇게 책에 얼굴을 파묻은 아이를 보며 엄마의 입에는 자연스레 미소가 떠오른다. 그리고 엄마는 생각한다. 이러한 아름다운 광경이 10 후에도 20 후에도 계속 이어지기를. 치열한 세상의 욕망과 너그러운 엄마의 소망을 담아, 책이 아이의 좋은 친구가 되기를 사랑을 담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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