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일출의 불화살에 튕겨나 실타래 잡으며 장수의 축복을 받다.
불안한 걸음마도 황홀한 첫키스도 우리는 함께 했다.
회색 아파트에도 연기 뿜는 자동차에도 함께였으나 언제나 내가 승자다.
위대한 태양의 후예 자부심으로 자라고 자란 몸짓으로 너의 두 배쯤은 거뜬하다.
치솟은 넉넉한 가슴으로 너를 발끝부터 껴안는다.
더이상 자라지 못하고 때로는 너를 놓쳐버리는 시간들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는 공기 속에서 점점 소멸하는 나를 내려보는 너의 시선
깎이고 깎여가는 살점 어루만지려 내민 너의 손조차 닿질 않는다.
네가 먼저 움직이지 않으면 닿을 수 없는 나의 비애
넌 나야, 두려워하지마 건네는 위로에도 눈물 흘리지 못한다.
듣지 못하는 둥글어진 귀는 너의 다리 밑으로 사라진다.
신의 자비로 세상이 차갑게 붉어지는 어스름
태어난 순간처럼 마지막으로 힘껏 몸을 부풀린다.
머잖아 어둠으로 사라질 나를 위로하는 너를 우습게 길어진 긴 다리로 우러러본다.
너의 눈물 한 방울 가슴에 받으며 보지 못하는 미소 짓는다.
그래, 난 너였구나.
너의 두 발에서 태어나 다시 두 발로 돌아가는 너는 내 운명
나는 네 그림자
내일 다시 만날 난 너의 운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