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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국어 교원 Mar 29. 2021

같은 몽골, 다른 몽골

몽골. 2016년 10월 기획 원고

몽골은 울란바토르 시와 여러 개의 아이막으로 나누어져 있는데요, 몽골의 아이막으로는 아르항가이(Архангай)·바양울기(Баян-Өлгий)·더르너드(Дорнод)·더르너고비(Дорноговь)·돈드고비(Дундговь)·오브스(Увс)·우브르항가이(Өвөрхангай)·헙드(Ховд)·홉스굴(Хөвсгөл)·셀렝게(Сэлэнгэ)·투브(Төв)아이막 등 총 21개가 있습니다. 또 몽골은 면적도 한반도의 7배가 넘을 정도로 넓고, 역사적으로 수많은 부족의 연합 국가 체제로 이어져 온 만큼 언어적 특징도 지역마다 다양합니다.

                          

몽골 전체 지도(출처 : 나무위키)


몽골은 언어 사용 면에서 거의 통일이 되어있다고 볼 수 있지만, 서부의 바양울기에 거주하는 카자흐 종족은 그들만의 언어가 존재합니다. 몽골어로 ‘안녕하세요?’는 ‘сайн байна уу?(샘 베노)’지만, 카자흐 어로는 ‘салеметсиз бе(사르매트시트 베)’입니다. ‘아빠, 엄마’는 몽골어로 ‘аав, ээж(아브, 에쯔)’이고 카자흐 어로는 ‘аке, ана(아카, 아나)’입니다. 이렇게 같은 키릴 문자만 사용할 뿐이지 사용하는 언어는 아예 다릅니다.


카자흐 종족은 언어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문화가 몽골족과 다릅니다. 종교도 라마 불교가 대부분인 몽골과 달리 이슬람교입니다. 카자흐 족은 대부분 어릴 때부터 카자흐 어와 몽골어를 같이 배우는데, 그들의 고향인  바양울기에서나 같은 카자흐 족과는 카자흐 어를 사용하고, 몽골 내의 다른 종족과 이야기할 때는 몽골어를 사용합니다.


부랴트 족은 원래 몽골족이지만 몽골의 격동기에 러시아에 편입되어 1958년에 부랴트 소비에트 사회주의 자치 공화국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1992년에 부랴트 공화국으로 승격되었는데요, 부랴트 족은 내몽골과 외몽골에 상당히 많이 남아 있습니다. 부랴트 족의 언어는 몽골어와 매우 가까운 언어이고 몽골어처럼 키릴 문자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부랴트 어는 사실상 몽골어의 방언이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현재 대부분의 몽골 사람들이 쓰는 할하 몽골어와는 단어와 발음 등에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몽골 인구의 대부분인 할하 몽골 족도 지역마다 방언을 씁니다. ‘아가씨! 빨리 와서 여기 위에 앉으세요’는 몽골 표준어로 ‘Хурдан ир бүсгүй, дээшээ суугаарай[후르당 이르 부스귀, 데셰 소가래]’ 이지만, 오브스 아이막에서는 ‘Түргэн ирийч сэвгэр, дээшээгээн суутан[투르근 이르치 세브게르, 데셰겐 소탕]’입니다. ‘Түргэн[투그른]’과 ‘Хурдан[후르당]’은 ‘빨리’라는 뜻이라는 것은 똑같습니다. ‘сэвгэр[세브게르]’와 ‘бүсгүй[부스귀]’도 똑같이 ‘아가씨’라는 뜻이지만 ‘сэвгэр’과 ‘Түргэн’는 일부 지역에서만 많이 쓰이는 단어라고 합니다. 또 오브스 아이막에서는 ‘아이’라는 뜻의 ‘Хүүхэд[후헤드]’를 ‘Күүкэд[쿠헤드]’라고 말합니다. 우브르항가이 아이막에서는 ‘신성한’이라는 뜻의 ‘Богд[복드]’를 ‘Богод[보고드]’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이 외에도 ‘삼촌’이라는 뜻의 ‘авга ах[아왁 아흐]’를 ‘баавай[바웨]’라고 하는데, 이 단어는 표준어로 ‘어르신’이라는 뜻입니다. ‘어리석다’라는 뜻의 ‘мангуу[망고]’도 사투리로 ‘мээрэх[메레흐]’라고 하는 등 다양한 사투리가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남한과 북한으로 나뉘어 있듯이 몽골도 내몽골과 외몽골로 나뉘어 있습니다. 외몽골은 ‘Ар монгол[아르 몽골]'이라고 하고 내몽골은 'өвөр монгол[어버르 몽골]’이라고 하는데, ‘외몽골’은 우리가 알고 있는 몽골국이고 내몽골은 중국 내의 ‘내몽골 자치구’를 지칭합니다.


외몽골과 내몽골이 분리된 배경을 살펴보면 몽골의 아픈 역사를 볼 수 있습니다. 원 제국의 분열 이후 몽골족은 점점 그 힘을 잃어 갔고, 청나라가 세워진 이후 청나라는 몽골 지역을 현재 내몽골 지역부터 나누어 접수하였습니다. 청나라는 내몽골 지역에는 한족의 이주를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외몽골은 격리하려고 하였습니다. 또 청 왕조가 쇠퇴하기 시작하자 많은 한족이 몽골 남쪽 지역으로 이주했고, 1911년 신해혁명 이후 내몽골 자치구가 형성되어 몽골은 내몽골과 외몽골로 나뉘게 되었습니다.


내몽골과 외몽골은 오랜 시간 분열되어 있던 만큼 문화나 언어도 상당히 차이가 크게 납니다. 외몽골은 러시아의 지원을 받기 시작한 후부터 러시아 문화를 많이 받아들였습니다. 그래서 자주 사용하는 단어도 몽골 고유어보다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고, 울란바토르에 처음 오는 사람은 도시 분위기가 러시아 같다고 할 정도로 건물 모습들이 러시아 건물과 유사합니다. 하지만 내몽골은 상대적으로 외부의 영향을 많이 받지 않았고 몽골 고유의 전통문화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언어 면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내몽골인들은 몽골 고유의 글자 'монгол бичиг[몽골 비치그]'를 사용하지만, 외몽골인들은 20세기 초반부터 러시아의 키릴 문자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몽골과 내몽골 자치구 지도





*이 글은 2016년에 몽골에서 국립국어원의 국외통신원으로 활동하던 당시 쓴 기사입니다.

국외통신원의 편지 (brun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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