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3 진실(-1)
지난 화 마지막:
아직까지도 비밀 파일은 열지 못했다.
어떤 내용이 있을지 몰라 무서웠다.
그냥 이대로 덮어두자. 어차피 3년 전 사람이니까. 지금은 아무 상관없는 사람이니까.
그렇게 생각했다.
어느 날이었다.
일이 너무 지쳐 퇴근하자마자 편의점에서 맥주를 사 왔다. 침대에 누워 멍하니 핸드폰을 보다가 SNS를 켰다.
별생각 없이 피드를 내리는데.
한동안 크게 생각하지 않았던 유미의 게시물이 눈에 들어왔다.
"유미. 그 사람 동창이었지."
순간에 심장이 멈췄다.
『까칠한 하루키 약 10년 만에 만나다! www 여전히 말수 적고 까칠한데 그래도 옛날보다는 많이 부드러워진 듯? 반가웠어 하루키. 다음에 또 보자!』
사진이 있었다.
그 사람이었다.
하루키.
3년 전에 사라진. 내가 가장 사랑했던. 그 사람이 거기 있었다.
머리가 전보다는 짧아졌고, 얼굴이 조금 부드러워졌다. 하지만 분명히 그 사람이었다. 달라진 거 하나 없는 까칠하지만 예쁜 얼굴.
그 눈. 그 표정. 그 분위기.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살아있었구나.
어딘가에서 잘 지내고 있었구나.
이제는 친구도 조금은 만날 수 있게 된 거구나.
눈물이 났다.
나도 모르게 하트를 눌렀다.
유미가 부러웠던 게 아니다. 안도였다.
그가 친구를 만나고 조금은 마음을 열면서 살고 있다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핸드폰을 내려놓고 천장을 바라봤다. 가슴이 두근거려서 참을 수가 없었다.
3년 전에 사라진 그 사람이. 내가 사랑했던 그 사람이. 지금도 어딘가에서 살고 있다는 것.
그 사실만으로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벌떡 일어나 노트북을 켰다.
USB를 꽂았다.
‘비밀. txt.’
이걸 봐도 괜찮은 걸까.
지금은 잘 살고 있는 그의 비밀을 내가 이제 와서 안다고 그를 이해할 수 있을까. 그를 이해한다 해도 결국은 3년 전 사람. 나를 벌써 잊고 잘 살고 있지 않을까. 잊지 않았다 해도 이미 떠나버린 사람을. 아니, 연락할 방법조차도.
그때 핸드폰이 울렸다.
SNS 메시지.
유미였다.
일본어로 긴 메시지가 왔다.
『혜은 씨, 오랜만이네요! 잘 지내고 계신가요?
이렇게 연락 보낼 사이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잠깐 만났던 혜은 씨가 제 게시물에 하트를 눌러준 걸 보고 갑자기 생각이 나서요!
안 그래도 한국에 곧 놀러 가는데 그때 혜은 씨한테 맛집이나 좋은 곳을 소개받으려고 했거든요 ww』
3년간 열심히 밤새 일본어를 공부한 보람이 있었다.
유미.
유미라면 그 사람 근황을 물어볼 수 있을지도.
다만 SNS로 물어보는 것보다는 직접 만나서 물어보는 게 좋을까? 아니, 내가 또 그때처럼 그에게 너무 들이대는 걸까?
여러 고민이 엄습지만 우선은 유미와 편하게 대화하는 게 먼저라고 생각했다.
나도 근황 얘기를 전했고, 유미가 한국에 온다고 할 때 얼굴을 보기로 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유미를 만났다.
연남동 근처 카페에서 마주 앉았다. 당시 잠깐 봤지만 유미는 여전히 밝고 활발했다.
내 어눌한 일본어와 번역기를 병행하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일본 얘기, 한국 얘기, 여행 얘기.
그러다 용기를 냈다.
"저, 여쭤보고 싶은 게 있는데요."
유미가 웃었다.
"하루키 얘기죠?"
들켰다.
"아, 네…"
"그럴 줄 알았어요. 게시물에 하트 누른 거 보고 '아, 혜은 씨 하루키랑 어떻게 된 걸까' 싶었거든요. 도통 말을 안 해주니까."
얼굴이 뜨거워졌다.
"그, 그게."
"괜찮아요. 물어보세요. 뭐든지."
잠시 망설이다가 물었다.
"하루키는 유학할 때 어떤 사람이었어요?"
"유학이요?"
유미가 고개를 갸웃했다.
"네. 하루키, 그 사람 유학을 했었잖아요. 일본에서."
유미의 표정이 이상해졌다.
"아, 하루키가 말을 안 했나요?"
"네?"
유미가 잠시 뜸을 들이더니 말했다.
"하루키는 유학생이 아니에요."
"네?"
*일본에서는 우리나라 ㅋㅋ,ㅎㅎ와 비슷하게 ww, 혹은 笑笑라고 넷상에서 표현합니다.
笑는 '웃음 소'자로 일본에서는 '와라'라고 부르는데 웃을 때 보통 축약해서 ww라고 쓰거나
笑笑 이렇게 한자를 붙여서 씁니다.
writer: 추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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