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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도 모르게 웃음이 줄었다

괜찮은 척하는 사람들의 밤에 대하여

by 추설

퇴근길 엘리베이터 안에서,
휴대폰 화면을 보고 있던 나와 눈이 마주친 사람은
서로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였다.
그 짧은 순간이 이상하게 마음에 남았다.
우리 모두, 웃는 게 조금 힘든 시기를 살고 있는 것 같았다.


“괜찮아요.”
이 말이 너무 익숙해져서
이제는 정말 괜찮은 사람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퇴근 후 문을 닫고 불을 끄면,
괜찮다는 말이 벗겨진 자리에
조용한 공허함이 남는다.

누군가는 나를 밝은 사람이라 말하고,
누군가는 단단하다고 말한다.
그 말들이 감사하면서도 조금은 낯설다.
그렇게 보이기 위해 매일 애쓰고 있으니까.

가끔은 그냥 이렇게 말하고 싶다.


“나도 지친다.”
“나도 오늘은 아무 말 하기 싫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말을 꺼내면 세상이 무너질 것만 같다.
그래서 또 웃는다.
내가 무너지면 누군가가 더 힘들어질 것 같아서.

요즘은, 괜찮은 척 대신 조용히 걷는다.
길가의 커피 냄새나 빗방울이 닿는 공기의 온도 같은 것들에
잠시 마음을 묻는다.
그럴 때면 아주 잠깐,
‘그래도 나 아직 살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괜찮지 않다는 걸 인정하는 순간부터
조금씩 괜찮아지는 게 아닐까.
그게 진짜 어른이 되는 일이라면,
나는 오늘도 그 연습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일은 조금 더 솔직해지고 싶다.
누가 묻거든 이렇게 말해보려 한다.


“응, 오늘은 그냥 그런 날이야. 그래도 괜찮아질 거야.”



표지.jpg 작가의 첫 출간 도서 『세상에 없던 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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