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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지코에서 가을을

EP. 4

by 추설

“어? 별이네요. 서울에서도 별이 보이네요.”

나는 무심코 하늘을 올려다보며 시선을 옮겼다.
“어디요? 진짜 보여요?”

그는 손끝으로 하늘 어딘가를 가리켰다.
“저쪽.”

나는 그의 손끝을 따라 시선을 옮겨가다가, 손끝이 도착한 지점에서 말했다.
“휴... 그건, 위성이에요.
그러면 그렇지.
이 도심 한복판에서 별이 보일 리가.”

그는 잠시 그곳을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그래도 예쁘잖아요.
별이나 위성이나, 어차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건 아니고.
빛나면 그걸로 충분하죠.”

나는 그를 다시 봤다.
위성을 보는 사람의 얼굴 같지 않았다.

별. 확실히 별을 본 사람에 얼굴이었다.

“... 생각보다 그런 말도 할 줄 아는 사람이네요.”

그는 위쪽을 향한 시선은 그대로 두고 물었다.
“무슨 말이요?”

“그냥… 예술하는 사람답다고 생각했어요.
확실히, 말이 좀 다르긴 하네요.”

그가 시선을 내렸다.
처음으로, 목소리에서 감정이 느껴졌다.
“그런 식으로 구분하지는 마세요. ‘다르다’는 말,
저한테는 별로 듣기 좋은 말은 아니거든요.”

나는 말을 잃었다.
조금 전에 위성을 말하던 그 목소리와는 전혀 달랐다.
나는 시선을 내려 그에게 아주 조용히 사과를 건넸다.
“미안해요. 그럴 뜻은 아니었어요.”

그는 짧게 숨을 뱉으며 말했다.
“아니에요. 나도 예민하게 반응했네요.
별일도 아닌데 괜히 불쾌하게 굴었죠.”

그의 말은 여전히 단조로웠지만, 그 안에 담긴 무게는 달랐다.
나는 그 틈을 들여다보고 싶었다.
그가 무심한 얼굴 아래에 감추고 있는 진짜 마음을.

나는 망설이듯 입을 열었다.
"저기... 뭐 하나만 더 물어봐도 괜찮을까요?
실례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는 곧장, 짧게 말을 잘랐다.
"실례인 걸 알면, 안 하는 게 낫지 않아요?"

말문이 막혔다. 입술이 저절로 다물어졌다.
그런 나를 보더니, 그는 눈치를 보듯 시선을 옆으로 흘렸다.

잠시 조용한 정적.
그리고, 마치 지는 사람처럼 말했다.
"알았어요. 물어보세요. 대체 뭘 그렇게 궁금해하는 건지, 나도 궁금하니까."

그 말에, 나는 조금 마음이 풀렸다.
약간 망설이다, 꺼내듯 말했다.
"뭐가 그렇게… 싫증이 났어요?"

그는 나를 바라봤다.
짧은 정적 끝에, 웃지도 않은 채 허공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는 그냥... 지쳤어요."

맥주 캔을 한 번 돌리고, 다시 내려놓은 그는
조용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내가 뭘 하면 다들 그런 반응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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