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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세경 May 29. 2020

코스모스 같은 봄밤, 비루하지 않은 글을 위하여

개별의 삶

나를 위해  글입니다.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읽고 나는 두 가지를 배웠다.


번째로, 나라는 존재는 광활한 우주의 일부이며 우리 모두는 이어져 있다는 것.

번째로, 영겁의 시간과 무한한 공간 속에, 나는 지극히 작은 존재라는 것.


OBC라는 초급 장교 훈련소에서 나는 책을 읽었다. 그리고 며칠 다가, 동기들과 구보를 때였는데, 지는 석양을 보며  모를 감상에 빠졌다. 세상과 내가 하나 되는 느낌이랄까, 가끔은 그런 낭만이 필요하다 싶기도 했고, 지금 생각해보면 괜히 민망하기도 하지만, 그때는  좋았다.


감상에 젖은 나는 구보를 마치고 동기들에게 말했다. 책을 읽었는데, 우리는 정말이지 작은 존재라고, 그러니 삶이 힘들 때는 무한한 시간을 생각해보는 게 어떠냐고 말이다. 그렇게라도 시간을 위로해 는 게 좋지 않겠냐는 의미였다. 재미없는 말이지만, 그때의 나는 꽤나 감상적이었고, 그날은 구보가 든 날이기도 했다.


그러자 동기가


"인간은 개별적이고 자기만의 우주를 가지고 있어, 힘든 건 힘든 거야"


라고 했다. 눈매가 올라간 동기였는데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그런 감상은 여기와 어울리지 않아'라는 투로 말했다.


하지만 나는 '이런 시간은  힘든 게 아니야'라고 하고 싶었던 아니다. '힘들어도 조금 참아보자'라는 의미로 말이었다. 동기의 말도 해는 했고, 똑똑한 사람이구나 는 생각도 들었얄밉다는 마음 함께였.




투석


주기적으로 온몸의 피를 갈아줘야 한다. 어려운 말로 투석이라고 부른다. 꽂히는 바늘로 팔뚝에 푸른 멍자국이 가득하다. ESRD(말기 신질환), 난치 질환인데 신장이 기능을 못하는 병이다. 그런 삶을 애써 웃으며 버텨보려 했지만, 생을 놓으려고 했던 적도 다. 어떤 브런치 작가(정연)님의 야기다.


작가님은 자신의 글이 비루하다고 했다. 든 얘기만 쓰는 자신의 글은 비루한 글이라고, 삶의 희망을 말하는 작가들보면 자꾸 자신의 글이 초라해진다고 했다.


근데 나는 작가님의 글을 읽고, 오히려 내가 힘들었던 시절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그런 경험이 누군가에겐 별거 아닐 수도 있겠구나 싶었던 것이다. 난치성 질환으로 평생을 고생하는 분들에 비하면, 나의 과거는 스쳐간 순간에 불과해 보였다.


지만 똑똑한 동기의 이 떠오르기도 했다. 우리는 각자의 소우주를 가지고 있기에, 아픔은 개별적이라는 그 말. 그래서인지 '나의 아픔이 그분의 아픔보다 다고 할 수 없지 않을까'라생각도 들었다. 나도 힘들 때는 충분히 힘들었고, 절망감을 느낀 적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왠지 작아지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었고,  내 삶을 돌아보며, 대로 느끼는 바가 있었데, 지금의 활, 현재 나의 삶에 대해 감사해야겠다는 이다.  겪었던 아픔은 일시적인 것이었고, 지금은 누구보다 건강하게 살고 있기 때문이. 그래서 나는 댓글을 빌어 작가님께 죄송하다고 했다. 그녀의 아픈 이야기를 읽고, 나는 오히려 삶에 감사하게 되었다고, 그게 뭔가 미안하다고 다. 그런 댓글에 작가님은 오히려 본인이 감사하다고 했다. 본인의 아픔을 글로 남겨 누군가에게 희망을 주고 싶었다고, 아픔을 쓰는 본인의 글은 비루하지만 그럼에도 누군가에게 기쁨을 주니 다행이라고.


비루한 글?


아닌데...?


내가 보기에 그녀의 글은 비루하지 않았다. 본인이 그렇게 판단하셨다면 말은 지만, 시다시피 글쓰기에는 잔인 요소가 있. 는 건 온전히 작가의 몫이지만 판단은 로지 독자가 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작가가 스로를 판단해도, 읽는 사람에게는 본인의 감상이 중요한 것이다. 독자로서 내가 보기에 그녀의 글은, '절대로' 비루하지 않았다.


그런 의미로 작가님께 한마디 드리자면, 비루함을 이유로 글쓰기에서 도망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작가님(정연)의 글(#도망치지 않기 위해)과 우리의 글, 모든  비루하지 다고, 각자의 코스모스를 온전히 담아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 음 깊이 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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