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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uchu Pie Jan 13. 2019

가장 괴로운 5분

... 만 견디면 하루 23시간 55분이 상쾌해진다. 새벽 운동 얘기이다

나는 아침 여섯 시에 일어나 운동을 한다.  


이것도 아내에게 핀잔을 듣고 그나마 늦춘 것이다.  아이 둘을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 바쁜 아침에 혼자 나가 운동하는 것은 어쩌면 엄청난 일탈이기 때문이다.  원래는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 운동을 했다.  그것도 일주일에 다섯 번이나.


물론 매일 아침 아이고 즐거워, 하며 일어나는 건 아니다.  사실 그 반대다.  매일 아침이 알람시계와의 전쟁으로 시작된다.  Snooze 버튼과 stop 버튼 사이에서 갈등하고 고뇌한다.  Snooze 간격도 10분이면 너무 딱 맞아떨어져 9분으로 맞춰놨다.  새벽 운동은 그 직전까지가 지옥이다.


사실 영향력 있는 사람 중에 새벽에 운동을 하는 사람이 많다.  언젠가 eBay에 있을 당시 Marketplaces 사장이던 Devin Wenig가 새벽 4시에 gym에 가면 당신과 애플의 Tim Cook만 있다고 자랑(?) 한 적이 있다.  당시 eBay의 사장이던 John Donahoe도 새벽 gym에서 종종 (벌거벗고) 마주친 기억이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연예인인 Dwayne Johnson도 주 6일 새벽 네 시에 운동한다.  영화배우 Mark Wahlberg는 심지어 새벽 세 시에 일어나 운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Dwayne Johnson을 좋아한다.  Gym을 "Iron Heaven (철의 천국)"이라 부른다.

Image source - Garage Gym Reviews


그런 사람들을 생각하면, 그래 나도 새벽에 운동해야지, 싶다가도 막상 아침이 되면 힘들고 괴롭다.  이렇게 많은 종류의 '내'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열띤 내면의 토론이 펼쳐진다.  내가 오늘 운동을 하면 안 되는 100가지 이유와 지금 일어나야 하는 단 한 가지 이유의 싸움.


가장 힘든 시간은 그 '일어나야지'하고 마음먹기 바로 직전까지이다.  일단 일어만 나면 어떻게든 돌아간다.  양치하고 옷 갈아 입고 물 한 잔 하고 아이스커피 한 잔 하고 그렇게 꾸역꾸역 하나하나 루틴을 실행하다 보면, 어느새 gym에서 땀 흘리고 있게 된다.


그렇게 가장 괴로운 5분을 이겨내고 나면 나머지 23시간 55분이 즐거워진다.  물론 그 괴로운 5분을 이겨내지 못하면 결과는 반대다.


사실 처음 운동 (Weight Lifting을 주로 하지만 요즘엔 Cross Fit을 섞어서 한다)을 시작한 건 미국 유학 시절 초반이었다.  당시에 나는 태권도 클럽을 만들어 학생들을 가르쳤는데, 태권도는 둘째치고 괴물 같은 미국 남학생들 (가끔은 여학생들) 덩치에 기죽기 싫어 운동을 시작했다.  우연히 태권도 '제자' 중 한 명이 트레이너 출신이어서, 태권도 회비를 면제해주고 그 대가로 Weight Lifting을 배웠다.  이를테면 재능 교환이었다.  태권도가 끝나면 그 친구와 함께 gym으로 직행해 꾸엉꾸엉 댔고, 집으로 돌아오면 단백질과 크레아틴 등등의 보충제를 밥 먹듯 먹어댔다.  당시에 난 155 파운드 (약 70 킬로)쯤 나가서 하루에 단백질 155 그램을 먹어야 했다.  삶은 계란 하나에 단백질 약 6 그램이 들어 있으니, 말 그대로 달걀 한 판쯤을 매일 먹은 것이다.  너무 심하게 훈련해서 인상 써댄 얼굴 주름살이 근육보다 더 빨리 늘어나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이후 사회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운동은 잠시 쉬었다가 2012년 1월, 회사에서 억울한 일을 당하고 분에 못 이겨 다시 gym을 찾았다.  약 10년 만이었다.  그렇게 다시 시작한 운동이 지금까지 약 7년째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그 7년, 삼십 줄에서 사십 줄로 넘어가는 사이, 이런저런 좌절과 한숨을 겪으며 느낀 바가 있으니;


운동은 어제보다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는 가장 '쉽고도' 확실한 방법이다.


오늘 바보 같은 실수를 저질렀든, 발표를 했는데 반응이 시큰둥했든, 회의 중에 나온 날카로운 질문에 답을 못해 진땀을 뺐든, 야심 차게 진행한 프로젝트가 늦춰졌든, 개똥을 밟았든, 아리따운 금발의 여자 상사에게 대시했다가 따귀를 맞았든 (그러니까 이를테면), 내 몸의 세포와 근육만은 어제보다 발전시킬 수 있다.  운동만 하면 어제보다 나아진 나의 모습이 최소한 한 가지는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운동은 보험이다.


지금은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어제의 나보다 나아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서의 운동을 생각한다.  좋아, 이제 사십 줄이니 몸이 예전 같지 않아 어제보다 나아질 순 없다고 치자.  그렇더라도 최소한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오늘의 나보다는 더 나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운동을 하자.  새벽에 박차고 어쨌든 일단 일어나는 거다.  그것만으로도 어제보다 나은 점 하나 확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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