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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 May 30. 2020

미중의 타이완 이슈

양회 - 타이완 편

많은 중화권 매체들은 이번 중국 양회에서 리커창 총리의 정부 업무 보고 안에 언제나 재확인되어 왔던 타이완에 대한 "평화통일"이라는 말이 사라진 것에 주의하고 있다. 그리고 적지 않은 중화권 매체들이 이를 중국 공산당이 경우에 따라 타이완에 무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을 하였다. 이를 의식하였는지 리커창 총리는 그후 가진 미디어들과의 질의 응답에서 중국의 대 타이완 정책은 변함없이 일관되어 왔다며 "92공식(共识)", "하나의 중국", "평화통일" 등의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차잉원 민진당 정부

그러나 차잉원 민진당 정부는 분명하세 반 중국 및 타이완 독립을 내세우고 있고 이에 대한 타이완 국민들의 지지와 미국의 지원이 커져 있는 상태이다. 또 이를 위협하는 중국 인민해방군의 군사 시위가 잦아지면서 타이완 양안 간의 관계는 그 어느 때 보다도 중국의 타이완 침공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역으로 타이완이 중국을 공격할 가능성은 아무도 우려하지 않는다. 중국이 타이완을 공격할 가능성은 언제나 야기되어 왔고 중국 또한 분명하게 무력 수단을 포기하지 않았다.   


양안 간에 전쟁이 일어날 경우 타이완이 견디지 못할 것이라는 점에는 모두가 의견을 같이 한다. 그리고 타이완을 도울 능력이 있고 또 도울 의지가 있는 것은 미국  뿐이라는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문제는" 미국이 타이완을 어느 정도까지 지지할 것이냐" 이다.

Naval War College의 Andrew Erickson 교수

우선 그리고 그 다음 질문은 미국의 의지에 비추어 중국 인민해방군의 실력은 충분한가이다. 중국의 타이완 공격에 대한 미국의 여론을 알아 보자.  


Naval War College의 Andrew Erickson 교수는 인민해방군 해군의 실력은 아직 충분하지 않다고 본다. 그는 저서 Chinese Naval Shipbuilding 에서 중국은 아직 병력 운송 능력과 공습 방어 능력이 충분치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퇴역 미육군 대령이며 중국과 홍콩에서 무관을 지낸 바 있는 The Chinese Army Today의 저자인 Dennis Blasko는 인민해방군 육군의 경우에도 아직 준비가 충분하지 않다고 평가한다. 인민해방군의 상륙이 현실성을 가지려면 더 많은 헬리콥터, 낙하산병, 특전병, 수륙양용 기갑 부대, 그리고 해병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보다 많은 수의 하사관들이 있어야 하며 전체 병력이 일사불란한 작전 수행이 가능하도록 명렴 및 통제 체계가 잘 훈련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Kings College London의 Lauren Dickey는 타이완이 수년에 걸쳐 인민해방군의 공격을 격퇴할 수 있는 능력을 연마해 왔다고 지적하고 있다.

Dennis Blasko

https://nationalinterest.org/blog/the-buzz/how-china-would-invade-conquer-taiwan-heres-how-stop-it-24977

필자는 군사 전문가도 아니도 접촉한 해방군 인사들도 대부분 후선에 근무하던 사람들이였기 때문에 매우 제한적이고 편향된 의견일 수 있겠지만 필자 또한 인민해방군의 작전 수행 능력에 대하여 그리 높은 평가를 하지는 않는다. 현재 각종 미디어에 나타나고 있는 인민해방군의 모습은 다소 과장된 바가 있으며 상대적으로 타이완의 군사력은 저평가하고 있다는 것이 개인적인 의견이다.


미국의 입장에서 이론적으로 상정 가능한 선택지는 다음과 같다고 보겠다.

1) 군사적인 개입은 하지 않고 타이완에 물자와 무기 등을 공급하는 간접적 지원을 하는 방식

2) 전쟁이 일어날 경우 군사력을 동원하여 개입하는 방식

3) 전쟁을 예방하기 위하여 주기적으로 타이완에 군사력을 파견하는 등 순찰하는 방식

4) 타이완에 미군을 잠시 또는 영구히 주둔시키는 방식

5) 타이완 국군을 강화시키는 방식


간접적 지원 방식은 지금까지 장기간 미국이 취해온 입장이다. 그리고 그 내용도 그렇게 적극적이었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미중간의 긴장이 높아지면서 이 간접적 지원의 내용이나 수준에 대한 의문도 일어나고 있으며 간접적 지원 방식의 유효성에 대한 논의도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피터 나바로는 중국이 타이완을 점령할 경우 하이난의 중국 잠수함 함대가 언제는 제약없이 태평양을 출물할 수 있게 된다며 경계했고 일본 또한 타이완이 점령될 경우 류큐 열도와 오키나와의 안전을 걱정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중국의 이러한 위협에 대하여 유효한 핵심 대응 방법 중의 하나가 Seth Cropsey가 지적한 최첨단 디젤 잠수함이 될 것이라고 하였다. 나바로는 미국은 50년대 이후 전통적 잠수함은 만들지 않았지만 2002년 타이완에 잠수함을 제공하는 문제를 논의할 때 General Dynamics, Northrop Grumman, Lockheed Martin 그리고 Raytheon 등이 모두 관심을 보였다며 미국은 충분히 기술을 제공할 수 있다고 하였다. 다른 한 방법으로 기존 모델의 설계를 제공하여 커스터마이징하는 방식인데 일본의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한국은 미국의 요청을 거부한 것으로 보도된 바 있음) 

피터 나바로는 그의 타이완 방문 시 타이완으로부터 수 차례 받은 요청이라고 하면서 타이완은 미국의 Command, Control, Communications, Computers, Intelligence, Surveillance and Reconnaissance 체계, 즉C4ISR” 시스템에 통합되기를 원하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타이완이 운영하고 있는 중국 대륙 내부까지 탐색 가능한 레이터 망, 그리고 중거리 미사일 시스템 등이 미국 및 동맹국들에게 제공될 수 있다. 물론 그렇게 되면 미국이 한국에 사드를 배치했을 때 중국의 반응에 비추어 훨씬 더 큰 파장이 올 것이라는 것은 생각해야 하겠다. 

https://nationalinterest.org/feature/america-cant-dump-taiwan-17040

이러한 움직임들은 미국이 이미 1) 단계의 간접 지원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느낀다는 점을 의미한다.  그리고 2 단계의 전쟁 발발 시 개입은 이미 기정 사실화 되어 있다. 문제는 중국이 타이완을 침공해서 타이완이 견딜 수 있는 시간이 어느 정도인가이다. 현재 미국과 타이완 간의 묵계는 '2주일'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중국으로부터의 군사 공격을 타이완이 버텨내고 있으면 미국이 병력을 구성하여 파견하는데까지 2 주일이 소요된다는 의미이다.


이에 대해 중국은 타이완 점령에는 1 주일도 걸리지 않는다고 호언 장담하고 있다. 필자가 만났던 인빈해방군 퇴역 장교는 인민 해방군은 모두 타이완의 한 구역을 점령 대상으로 선정해 놓고 있으며 한달에 한번 인공 위성 사진 및 기타 정보 들을 업데이트 받아 해당 구역의 전술 계획을 수정하고 있다고 했다. 다시 말해 언제든 타이완을 공격하여 자기가 맡은 지역에서 어떤 작전을 벌일지 준비되어 있다는 뜻이다. 중국이 조기 타이완 함락을 군사 전략으로 채택하고 장기전을 도모하면 미국은 개입이 어렵다. 그렇다고 타이완 외의 지역 국가에 중국을 견제한 군병력을 추가 배치하는 것은 어렵다. 현재 중국에 가장 가까운 미군은 주한 민군이며 타이완에 가장 가까운 미군은 오끼나와의 주일미군이다. 만일 해방군이 장담하는 것처럼 1일 ~ 3일 내에 타이완 상륙 및 점령이 가능하다면 미국이 군사적으로 개입할 시간이 없다.


그렇다. 2 주일은 너무 길다. 그래서 미중 간의 긴장이 고조되면 즉시 3)  타이완 해역에 군함을 보내는 행동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금년 들어 미국이 타이완이나 남중국해에 군함을 보내는 주기를 보면 대체로 2주에 한번 정도이다. 이렇게 주기가 일치하는 것이 우연인지 아니면 계산된 것인지 필자로서는 알 수 없으나 미국의 군함이 한 두 척 타이완 해역 근처를 다니는 것 만으로도 중국을 위축시키는 효과를 가져 오고 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한 두 척을 보내는 것은 상징적이고 정치적인 의미를 줄 수는 있겠지만 만일 중국이 대규모 타이완 공격을 감행할 경우 인민해방군의 군사력을 물리적으로 저지하는데에는 역부족일 것이 당연하다. 그러므로 미국은 다시 4)의 미군의 타이완 주둔을 고려할 수 있다. 물론 지금까지의 정치 환경은 미군의 타이완 주둔은 생각하기 어려웠다. 미군의 주둔은 그대로 미중 전쟁을 선전포고하는 행위로 여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타이완의 옌더파(严德发) 국방부장이 미국이 원한다면 태평도(太平岛, Itu Aba 섬. 중국이 점유해 버린 南沙群岛 중 한 섬으로 현재는 타이완이 영유하고 있으며 필리핀과 베트남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에의 접근을 제공하겠다는 제의에 미국의 John Richardson 제독은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고 YES라고도 NO라고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너무나 정치적으로 복잡한 이슈이다.

이 태평도는 베트남이나 필리핀의 영유권 주장에 대해서 중국은 타이완의 영유가 곧 중국의 영유로 이어진다고 보기 때문에 타이완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 그리고 태평도는 행정적으로는 타이완의 까오슝시에 속하기는 하지만 너무나 멀리 있어 실질적인 관할권 행사가 어렵다. 중국으로서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호주머니에 넣을 수 있기 때문에 만일 타이완에 대한 군사적 행동을 취한다고 하는 상징적 행동이 필요할 시에는 하시라도 행동을 취할 수 있다. 동시에 같은 이유로 타이완이 이 태평도를 되찾기 위해 군사력을 동원할 가능성도 매우 적다.

https://nationalinterest.org/blog/buzz/chinas-worst-nightmare-us-military-presence-taiwan-48672

결국 현재로서 진정한 해결책은 5)의 타이완 자주 국방 능력을 향상시키는 방법이다. 물론 미국의 속내와 계산은 복잡하다. Julia Famularo와 Terri Giles 같은 사람들은 미국이 타이완을 꼭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미국과 타이완의 관계에 모순이 없는 것은 아니다. 먼저 미 국방부는 타이완이 방어에 전념하기를 원하지만 타이완은 최선의 방어를 위해서는 미사일 등을 동원한 본토 타격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점을 들 수 있다. 미국에게는 자칫 의도보다 사태가 확대될 수 있는 가능성이다. 또 타이완은 수 차례 남미에 있는 협력 국가 방문을 위해 진주만에서 기항하고 보급을 할 수 있기를 희망했지만 미국은 모두 거절하고 있는 일도 있다. 2001년에는 미국이 타이완에게 잠수함을 판매하겠다고 하고서 약속을 지키지 않은 일도 있다.  이렇게 미국과 타이완의 관계가 원만하지 만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 필요할 경우, 예컨대 TPP 추진같은 경우에는 타이완의 가입을 희망하거나 이미 지나간 이야기가 되었지만 타이완의 WHO 가입 같은 것이 그 사례이다.

https://nationalinterest.org/commentary/double-down-taiwan-10161

이제 트럼프 대통령은 홍콩 사태로 중국에 대한 제재 조치를 발표하였다. 길지 않은 성명이었지만 그간 중국과 있었던 전면적인 불만과 비난을 쏟아 내었고 이제 구체적이고 강력한 조치들이 이어져 나올 것을 천명했다. 그렇다면 이제부터의 미국의 타이완에 대한 군사 협력은 이전보다 더 강력하고 넓은 규모의 것이 될 것이다. 미중 무역전의 와중에 타이왼에게 제공하는 F16V 업그레이드는 사실 상 타이완 공군의 수준을 일거에 쇄신하는 조치였다. 그리고 타이완이 이 업그레이드 작업을 주도하게 하고 아시아 지역의 F16 유지 보수도 위탁함으로써 사실 상 아시아 지역의 공군 협력 수준으로는 최 상위 수준에 다다랐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미국과 타이완의 움직임에 중국은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그 동안 중국에서는 封,打,登 전략(봉쇄, 공격, 점령으로 이어지는 군사 작전 개념) 운운하며 타이완의 점령은 마치 누워서 떡먹기라는 식의 여론이 않았는데 필자가 보기에는 이런 시각은 비전문가들의 호언장담에 불과하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아시아의 네 마리 용으로서 두각을 나타내고 삼성 전자와 막상 막하의 반도체 기술을 경쟁하는 나라에게 매우 실례되는 평가이다. 게다가 한국과 마찬가지로 전민 징병제와 수십년에 걸친 중국의 군사 대결을 준비해온 나라이다. 


중국 당국의 전략에 대해서 필자가 아는 것은 없다. 그러나 중국의 인터넷 상에도 상당 수의 대 타이완 전략을 논의하는 글들이 많이 돌아다니는데 이 중에는 나름대로 깊이가 있는 것도 있다. 이중 하나를 소개하자면 타이완의 통합 전략으로 타이완을 내륙으로 끌어들여 통일을 도모한다는 전략이 있다. 타이완의 국민당과 같이 아이덴티티를 중국인으로 생각하는 정당과 협력하여 광동, 푸지엔 등 남부 소수의 성을 개방하여 양당제 내지는 다당제를 도입 운영한다는 생각이다. 결과적으로 일정 부분 정협, 인민대표, 지방 정부의 포스트 등을 국민당 인사들이 장악해 나가면 이들은 점진적으로 대륙의 정치 체계 안으로 들어 오게 되고 정치적 수혜를 받게 된다. 이를 통해 많은 타이완인들은 중국인으로서 의식이 동화되어 나갈 것이고 상당 시간이 경과하면 결국 중국에 흡수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https://bbs.tiexue.net/post2_10989262_1.html, https://www.moon-soft.com/program/bbs/readelite44890.htmhttp://blog.sina.com.cn/s/blog_4944b2f00100033l.html)


필자로서는 '과연!'이라고 탄복하는 대륙식 스케일의 전략이다. 하지만 '양당제', '다당제'는 선거를 통한 민주주의를 필연적으로 도입하게 되는데 그 결과는 중국의 타이완 흡수가 아니라 타이왼의 중국 흡수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 공산당이 이런 방책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없을 것이다.


중국은 몰려 있다. 체면과 명분을 포기할 수도 그렇다고 미국과 전면전을 벌일 수 도 없는 형국이다. 국방부장을 미롯하여 관련된 중국의 고위 인사들의 이런 저런 발언들을 보면 현재 중국의 입장은 아직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이전구화(以战求和, 싸움으로 평화를 구한다)의 술책을 도모하는 것 같다. 즉 미중간의 새로운 평화룰 목적으로 목전에는 싸움을 해 나간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이제까지의 체제를 중국은 십분 이용해 왔다. 그리고 세계와 미국은 더 이상 그것을 용인할 생각이 없다. 새로운 국제 관계, 새로운 국제 질서로 재편되고 새로운 미중 관계가 정립이 되어야 이 사태는 종결될 것이다. 이제까지 중국은 적당한 선에서 미국이 요구하는 것을 지불하고 다시 과거의 체제로 되돌아가기를 원하고 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중국도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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