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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 Jun 21. 2021

중국의 임대 주택 정책, 과연 해결책이 될까?

 6월 18일 리커창 총리가 신규 시민, 청년 등의 주택난을 해결하기 위하여 보장성 임대 주택 정책의 발전을 가속하기로 하였다.  리커창 총리는 대규모 판자촌의 개선, 저렴한 주택의 공급, 그리고 부동산 경기의 활성화를 위하여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즉 기존의 열악한 주택들을 정리하고 저렴한 아파트를 지어서 장기 임대를 주겠다는 것이며 이 또한 대규모로 추진해서 기존 부동산 산업과 건설 산업이 수혜를 받도록 해주겠다는 의미이다.(http://cn.chinadaily.com.cn/a/202106/21/WS60cfd61fa3101e7ce9756410.html)

리커창 총리

사실 이 보장성 임대 주택 정책은 필자가 이제나 저제나 하면서 기다리던 발표이다. 왜냐하면 제14차 5개년 계획이 나오기 전부터 여러 정책 논의에서 이 보장성 임대 주택 정책이 매우 핵심 정책이라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 정책이 성공한다면 그야말로 파급 효과는 전 세계로 끼칠 것으로 생각한다.


필자 개인의 흥분은 잠시 접고 일단 보도 내용을 더 살펴보자. 리커창 총리는 이 사업은 시 정부가 주 임무로서 집행하고 시장 세력의 참여를 장려하고 재정 지원을 강화하며  임대료가 시장 수준 이하인 소규모 저렴한 임대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분명하게 요청했다. 

"他明确要求,要落实城市政府主体责任,鼓励市场力量参与,加强金融支持,增加租金低于市场水平的小户型保障性租赁住房供给。"

이 내용대로라면 보장성 임대 주택은 도시에 만들어진다. 시 정부가 총대를 메고 시행해야 하니까 말이다. 그리고 여기서 시장 세력의 참여라고 한 것은 부동산 기업, 금융 기관, 인테리어 업자 등 부동산 관련 사업자들이 참여하게 하라는 말이다. 거꾸로 말하면 관공서 사업으로 추진하지 말고 가능한 시장 기반의 민간사업으로서 추진하라는 말이다. 이는 사실 상 시 정부는 땅을 저가로 제공하고 건축이나 판매 등 기타 활동은 가능한 민간 기업을 이용하라는 지시이다. 리커창 총리는 이 보장성 임대 사업을 통해서 건설 업계에 낙수 효과를 주려고 하는 것이다. 


물론 도시라고 해서 아무데서나 하라는 것도 아니다. 기사 내용을 보면 이어서 

"회의에서는 인구 순 유입 대도시의 건설 용지와 기업 및 기관 소유의 토지를 사용하여 임대 주택을 건설하고 유휴 및 비효율 상업용 사무실 및 공장을 임대 주택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확정하였습니다."

"当天会议确定,人口净流入的大城市等,可利用集体经营性建设用地、企事业单位自有土地建设保障性租赁住房,允许将闲置和低效利用的商业办公用房、厂房等改建为保障性租赁住房。"

라고 했다. 즉 인구 순 유입 대도시가 우선 대상이다. 그런데 우선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 같은 곳이나 각 성의 성도 같은 도시는 대상이 아니다. 이들 도시들은 인구가 많아서 고민인 곳들이니까 사람들이 더 유입되게 하는 것도 문제가 있고 필자의 짐작이지만 거대 자본이 돌아가는 대규모 부동산 프로젝트들이 많은 곳이어서 당장 손대기가 어려운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면 주 대상 도시는 어떤 곳인가? 중국에서 "대도시"라고 하면 1~5백만의 인구이다. 바로 농민공 인구를 흡수하라고 중앙 정부가 압박하고 있는 그런 도시들이다. 중앙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농촌의 집체 소유 토지를 매각할 것이고 농촌을 떠나는 농민공들을 1선 도시가 아닌 이들 3~4선 도시들이 받아 주어야 한다.

이들 도시 중에서 농민공들을 받아주는 도시들은 인구 순 유입이라고 했으니까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도시여야 한다는 말이다. 그럼 인구가 증가하고 있지 않은 도시는 어떻게 해야 하나? 우선 기존 주택이 충분하면 굳이 임대 아파트를 지을 필요가 없다. 그러니 중앙에서는 예산을 주지 않을 것이다. 그런 도시는 오그라들게 될 것이고 시 정부 공무원들의 인사 고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안 봐도 비디오다. 그래서 임대 아파트를 짓고 싶으면 인구가 증가하게 하면 된다. 인구가 증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전에 설명한 대로 농민공들을 받아들이면 된다. 그러면 인구 유입을 핑계(?)로 아파트 및 건축 토목 사업을 일으킬 수 있고 용돈도 생긴다. 즉, 중앙에서는 이런 식으로 정책을 서로 연계해서 지방 정부들이 중앙의 정책을 따라오게끔 여러 면으로 궁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아파트를 지을 땅은 해당 도시에 건설 용지가 있으면 이 용지를 활용하고 없더라도 기존의 지방 정부 및 국유 기업이 소유하고 있는 토지를 사용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미 지어 놓은 상업용 또는 공업용 건축물이 잘 안 팔리거나 임대가 안 되면 주거용으로 전환해서 임대하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상업용 또는 공업용 건축물의 가치는 아파트만큼 되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전환을 허용하는 것은 특혜다. 그러니 각 지방 정부에서는 보유 용지보다는 우선 안 나가는 상업용 또는 공업용 건축물을 아파트로 개조해서 임대를 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어쩌면 임대 아파트를 겨냥해서 허름한 공장들을 대충 지어나갈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도시에 와서 방 한 칸, 더 열악한 경우 침대 하나를 임대해서 사는 도시 취약 계층의 입장에서 불평할 처지가 아니다.

리커창 총리는 앞서 임대료가 시장 가격보다 저렴해야 한다고 했으니 이런 상업용/공업용 건물의 아파트 전환은 잘 어울릴 것 같다. 사실 공장 지대 속에 있는 아파트를 기존 아파트 임대료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임대해 준다면 해당 지역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는 기쁜 소식이 되지 않겠는가? 출퇴근도 더 편해지고 비용도 더 적게 드니 말이다. 


이렇게 정부가 리드해서 시작한 보장성 임대 주택이 확대되기 위해서는 시장성이 확보된다는 것이 증명되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민간 기업들도 이 사업에 뛰어들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중국 정부의 이 정책은 대 성공 이리라. 쉽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런 맥락에서 민간에 부여하는 혜택들을 보면 금년 10월 1일부터 개인에게 임대를 주는 임대기업은 기존 5% 세율을 1.5% 간이 증치세로 전환해 주며 개인 대상으로 전문적이고 규모화 된 임대 주택 사업을 하는 기업의 경우 방산세를 4% 감해 주기로 하였다. 


중국 지도부가 이 정책을 얼마나 중시하는가는 사실 이 보도 태도를 보면 짐작할 수 있다. 우선 발표자가 리커창 총리다. 그리고 참석자도 소개되지 않는다. 그러니 이 보도된 정책의 책임자는 오롯이 리커창 총리라는 의미이다. 금융을 맡고 있는 류허 부총리는 요즘 힘이 세져서 리커창 총리가 이래라저래라 하기 어려운 상황이지 않을까 싶다. 후춘화 부총리는 시진핑 그룹의 압박 속에 간신히 가끔 목소리를 내는 정도이다. 이번 보도에는 사진도 없다.  

그러니 이 임대 주택 정책은 리커창 총리가 총대를 맨 셈이다. 시진핑 그룹 입장에서는 곁에서 보다가 잘 되어가면 그때 숟가락을 얹을 심산일지도 모른다. 사실 리커창 총리 본인의 임기가 내년에 끝나기 때문에 이제 발표하는 이 정책의 결과를 보기 전에 자리를 뜨게 된다. 그러니까 아무도 본격적으로 이 정책에 책임질 사람은 없어 보인다. 왜 이럴까? 그야 물론 이 정책이 성공할 가능성이 적어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 정책은 작년부터 끊임없이 불거져 나온 정책이다. 그리고 많은 영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래서 필자는 이 정책은 다수의 전문 관료들의 집합적인 의견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이런 정책을 만들 수 있는 관료라면 실제 농민공 등 무산 계급의 처지에 공감하는 진정한 공산주의자일 가능성이 높으리라. 만일 그렇다면 필자는 이들을 응원할 용의가 있다. 만일 중국과 같은 국가 권력체 조차도 보장성 임대 주택 정책을 펼 수 없다면 우리나라 같은 체제에서는 더욱 이런 정책을 펼치기 어려울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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