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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 Jul 06. 2022

투마로우 그룹 샤오젠화의 재판이 5년 만에 시작되었다.

샤오젠화(肖建华) 는 중국의 투마로우(Tomorrow) 그룹, 중국어로는 밍텐 그룹의 오너이다. 투마로우 그룹은 우리나라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기업이고 중국에서도 그렇게 이름이 유명한 그룹이 아니다. 그 이유는 투마로우 그룹이 작거나 하는 사업이 시시해서가 아니다. 진짜 이유는 이 투마로우 그룹은 유명해지고 싶어 하지 않아서 회사가 유명해 지지 않도록 조심해서이다. 


필자는 이미 2년 전에 이 투마로우 그룹이나 샤오젠화에 대해 소개한 바가 있다. 샤오젠화는 5년 전에 피신해 있던 홍콩의 호텔에서 괴한들에게 납치되었었다. 당시에는 납치한 사람들이 누구인지 짐작은 가지만 증거가 없었다. 하지만 이제 중국에서 정식 재판이 열림으로서 자초지종이 확실해 진 것이다.

https://brunch.co.kr/@chulrhee/432

https://brunch.co.kr/@chulrhee/434


우선 투마로우 그룹의 원래 위용을 살펴 보면 다음과 같다. 금융 각 분야에 걸쳐 관계사들이 포진해 있다. 산하 기업은 경영 기업 23개, 투자 기업 21개 등 44개 기업으로 17개 은행, 9개 보험회사, 8개 증권 회사, 4개 신탁 회사, 3개 펀드, 2개 선물 회사, 1개 금융 리스 회사 등이다. 보유 자산 규모는 당시 약 3조 위안(한화 514조 상당)으로 평가된다. 한국은행들의 10배 정도 규모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소문에 의하면 투마로우 그룹이 이런 금융 기관들을 통하여 간접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기업들이 약 2백여개에 이른다고 한다. 그야말로 엄청난 규모의 회사이다.


이 정도의 기업 집단을 왜 우리는 모르고 있을까? 그것은 이 투마로우 그룹이 가능한 회사의 규모, 세력, 영향력, 그리고 권력과의 관계를 비밀로 해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정책을 택한 이유는 창업주인 샤오젠화가 어떻게 이 회사를 만들고 키워왔는가를 보면 알 수 있다.


샤오젠화는 산동성 타이안시 페이청(肥城)이라는 산골의 한 중학교 교사의 6 남매 중 하나로 태어났다. 어렸을 때부터 아침 5시면 일어나서 공부를 했다고 하며 불과 14세에 베이징 대학 입학시험에 합격한 천재였다. 그는 매우 정치적 야심이 큰 인물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베이징 대학의 학생회장이 되었다.


NYT에 따르면 천안문 사건 당시 민주화 운동을 주도했던 베이징 대학의 학생들과는 달리 당시 불과 17세였던 샤오젠화는 학생들과는 반대로 정부 당국에 협력을 하였다고 한다. 구제척인 내용은 알 수 없지만 베이징 대학으로부터 자금을 받아 사업을 시작한 것으로 보아 이것이 샤오젠화가 고위직 사람들과 인연을 맺고 사업에 대한 지원을 받게 되는 출발점이었을 것이다. 그는 베이징 대학 내에 DELL, IBM 등의 컴퓨터를 팔았고 이를 통해 시드 머니를 마련했다고 한다. 그리고 증권 투자 사업에 뛰어들었다는 것이다. 샤오젠화의 부인은 몽고인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 부인의 신상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단지 몽고 최고위층 권력가의 딸이라는 소문이 있기도 하고 네이멍구 출신이라는 소문도 있다. 단지 그 후 금융 시장에서 승승장구한 것만은 틀림없다.

https://www.nytimes.com/2014/06/04/world/asia/tiananmen-era-students-different-path-to-power-in-china.html


중국 말 중에 '흰 장갑'이라는 말이 있다. 바로 누군가가 무슨 일을 하려고 할 때 직접 손을 더럽히기 싫을 경우 '흰 장갑'을 낀다. 그래서 더러운 일을 대신해 주는 사람을 '흰 장갑'이라고 한다. 중국어로는 바이쇼우타오(白手套)라고 부르는 것이다. 우리 말로는 바지 사장 정도가 되겠으나 중국의 흰 장갑은 우리의 바지 사장보다는 훨씬 권한이 넓고 깊은 편이다. 샤오젠화는 중국의 권력자들의 흰 장갑 역할을 가장 초기에 시작한 사람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샤오젠화의 특출한 점은 어느 한 그룹에 소속된 흰 장갑이 아니라 여러 파벌, 여러 권력자들의 '흰 장갑' 역할을 수행했다는 점이다. 공산당 연구가인 가오원치엔(高文谦)에 따르면 그와 연관되었다고 알려진 권력가로는 마지엔, 쩡칭홍, 장쩌민, 류진산, 시진핑, 원자바오, 자칭린 등이 있다. 그리고 이 활동에는 궈원궤이(郭文贵)도 연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샤오젠화가 2017년 납치되었을 때 당시에는 주모자가 누구인지 알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 납치 후 5년이 지난 지금 재판이 열린다고 하니 당시 샤오젠화를 납치해 온 것은 바로 중국 당국이며 시진핑 주석 그룹인 것이 들어난 것이다.


중국 당국은 왜 샤오젠화를 납치했을까? 재미 반중 학자 청샤오농(程晓农)은 샤오젠화를 납치한 이유는 아마도 외화 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추측하였다. 언뜻 들으면 황당한 이야기 같으나 잘 짚어보면 매우 설득력 있는 이야기이다. 먼저 2010년대 중국의 외환 보유고의 변화를 보면 다음 그림과 같다

시진핑 주석은 2012년 주석 자리에 올랐는데 2014년도 상반기 최고조에 달했던 중국의 외환 보유고는 그 후 약 2년 동안 무려 1조 달러가 유출되었다.  그리고 이렇게 1조 달러가 감소하는 납득할만한 이유도 없다. 당시 시진핑 정부는 무척 당황했으며 엄청난 고생을 하며 외화 유출 사태를 막아야 했다. 이 대규모 외화 유출이 멈춘 것이 언제인가? 바로 샤오젠화가 납치된 시점 언저리부터이다.


물론 이러한 시점의 일치는 우연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필자가 다른 글을 통해서 거론했듯이 당시 상황은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는 상하이방의 자산 반출이었다.(https://brunch.co.kr/@chulrhee/4) 따라서 외화 반출이 그 후에도 일정 규모 있었던 것으로 비추어 볼 때 2016년 말에서 2017년 초 사이에 상하이 방의 대규모 외화 반출을 멈출만한 어떤 일이 있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그리고 이를 샤오젠화, 또는 밍텐시 그룹의 활동을 멈추게 한 것과 관련 있다고 추정하는 것 또한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물론 증거는 없다. 하지만 2017년 1월 27일 샤오젠화가 납치된 일자와 외화의 반출이 멈춘 시점은 일치하는 것이다. 


시진핑 주석 그룹이 사정의 칼날을 본격적으로 휘두루기 시작한 것이 2014년이다. 당시 숙청 작업을 이끌던 유금국(刘金国)은 그 후 19대에서 중앙기율위원회에 들어가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숙청 작업은 이제 국내에서 해외로, 그리고 낮은 데서 높은 데로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샤오젠화가 NYT와의 인터부에서 시진핑 주석의 누나 부부에 관한 폭로를 한 시점이 2014년 6월 3일이어서 샤오젠화가 신상의 위험을 느끼고 경고성 발언을 한 것이라고 해석하면 매우 자연스럽다. 


2014년 6월 14일 NYT의 보도에 따르면 밍텐시 그룹의 창업자인 샤오젠화(肖建华)는 2013년 시진핑 주석의 누나 부부의 회사를 하나 인수하였다고 한다. 인수 규모는 3억 달러 정도였다고 하는데 대상 회사는 내용이 없는 회사로 사실 상 뇌물을 준 것이라고 한다. 이 회사는 시주석의 누나인 치차오차오(齐桥桥, 어머니 성을 따랐다고 한다)와 매형인 덩쟈궤이(邓家贵)가 먼저 국유 은행과 50:50의 투자 회사를 만들었고 이 지분 50%를 샤오젠화가 매입했다는 것이다.

https://www.nytimes.com/2014/06/18/world/asia/chinas-president-xi-jinping-investments.html


그러므로 만일 청샤오농(程晓农)의 추정이 맞는다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2012년 시진핑 주석이 자리에 오른 후 2014년 반부패 사정을 시작한다. 그러자 다른 파벌들은 위협을 느끼고 각자의 자산을 해외로 이전하기 시작한다. 이 일을 비밀리에 도운 것은 그동안 파벌을 막론하고 '쩐'에 관련된 일을 해온 샤오젠화이다. 하지만 샤오젠화는 시진핑 그룹의 칼날이 '정치인'이 아닌 '장사꾼'인 자신에게까지 다가온다고 느끼고 NYT와의 인터뷰를 한다. 여기서 시주석 누나 부부에게 자신이 3억 달러를 준 일을 토로하여 간접적으로 시진핑 주석에게 메시지를 전한다. 하지만 시진핑 주석은 불같이 노하여 가족들에게 이권 개입을 중지할 것을 명하고 샤오젠화를 잡아들인 것이다. 시주석으로서는 자신을 위협하려 했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그러고 나서 샤오젠화를 조사하기 시작하자 다른 그룹들은 움직이기 어렵게 되었다. 대리인이 없어지면 직접 손을 써야 하는데 시진핑 주석의 반부패 운동으로 너무나 위험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외화 반출은 줄어들고 이윽고 통제 가능한 선 아래로 줄어든다. 이렇게 해서 중국의 주식 폭락 사태 및 외화 반출 사태는 진정이 된 것이다.


중국의 유튜버 차이징렁옌은 바로 이 보도 때문에 시주석은 샤오젠화가 자신의 가족들의 비리를 폭로한 것으로 보고 매우 분노했다고 한다. 그리고 NYT는 이 사건이 난 후 시주석이 가족들에게 투자 사업에서 손을 떼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반부패를 치켜올린 시주석으로서는 자신의 가족들이 부패 혐의를 받게 되는 것은 견딜 수 없을 것이다. 누나와 매형은 친촨다디( 秦川大地投资有限公司)라는 투자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270만 달러로 시작하여 4년 만에 1억 5천6백만 달러 규모로 성장한 바 있다. 당시 권력가들은 자원 등의 투자를 통해 부를 쌓아 올렸고 NYT는 시주석의 취임 전 네 가문만 해도 각자 1억 5천만 달러 이상의 자산을 가지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 네 가문은 각각 시주석 가문, 원자바오(温家宝) 가문, 주룽지(朱隆基) 가문, 그리고 자칭린(贾庆林) 가문이다.


2020년 3월 중국 정부는 투마로우 그룹 산하 9개 기업을 이어 관장한다(接管)고 발표하였다. 이 이어 관장한다(接管)라는 표현은 우리나라의 '정부 관리'로 번역할 수 있겠지만 그 후 대부분 국유화가 되기 때문에 과정 상의 구체적인 방법이 무엇이든 간에 사실상 '국유화'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보도되지 않고 있지만 필자는 이 보도는 사실은 지난 수십 년간에 걸친 중국 내부의 권력 투쟁이 마무리되기 시작한 신호라고 본다.-+

https://baijiahao.baidu.com/s?id=1661030883172535887&wfr=spider&for=pc


그리고 얼마전 캐나다 정부는 2017년 홍콩에서 실종된 투모로우 그룹 창업자 샤오젠화(Xiao Jianhua)가 월요일 재판을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때 보험에서 사탕무 재배에 이르기까지 막대한 재산을 자랑했던 샤오젠화에 대한 재판이 열릴 예정이라고 베이징 주재 캐나다 대사관 대변인이 말한 것이다. 캐나다 정부가 이런 발표를 하는 이유는 샤오젠화가 캐나다 국적도 보유하고 있어 캐나가 정부로서는 자국민 보호를 위해 나선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나 복잡한 사건에 연루된 샤오젠화를 중국 당국이 캐나다 정부에게 넘겨줄리 없다. 캐나다 정부는 샤오젠화에 대한 접근을 중국 당국이 제공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all Street Journal)은 지난달 상하이 검찰이 샤오젠화를 공적 예금을 불법적으로 사용한 혐의로 기소했으며 이 문제에 정통한 사람들의 말을 인용해 해당 사업가가 곧 재판을 받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https://www.wsj.com/articles/china-starts-trial-of-vanished-canadian-chinese-billionaire-11656937271


샤오젠화는 홍콩 도피 시절 무려 20여명의 보디가드를 고용했고 그중 여성 경호원들이 몇 있어 샤오젠화가 잘 때 침대 안에 같이 들어갔다는 소문도 있다. 워낙에 이 사건이 홍콩에서 떠들썩 했기 때문에 이런 저런 갖은 소문이 퍼진 것이다. 그리고 홍콩의 전임 행정 장관 캐리 람이 중국과 홍콩 간에 범죄자 인도를 하는 소위 '송중법'을 추진했을 때 수 많은 홍콩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 시위를 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 송중법을 대한 홍콩 사람들은 송중법이 제안되었을 때 바로 이 샤오젠화 사건을 연상했던 것이다.


샤오젠화의 재판이 어떤 결과로 끝날지는 알 수 없다. 허나 5년간에 걸친 조사와 심문이 있었고 이제 곧 20대가 열려 시진핑 주석의 연임 여부와 차기 중국 지도부를 구성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제 이전 세대 중국 권력자가 다수 연관이 된 이 사건을 이제 종료할 수 있을 정도로 권력자들 간에 매듭을 짓게 된 것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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