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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철우 May 25. 2022

이선균이 아이유를 채용한 것은 적절했을까?

나의 아저씨를 보다가 생각한 채용이야기

그는(박동훈 부장- 이선균) 건물 설계 및 진단 전문회사 삼안 E&C 안전진단팀의 부장이며 건축구조기술사이다. 아내는 변호사, 아이는 영국 유학 중이며, 부드러운 성격으로 후배들에게 신망이 두텁다.


 사업하다 망해서 배우자에게 쫓겨나 어머니 집으로 들어가서 살고 있는 형, 마흔이 넘어서까지 영화판을 전전하다가 제대로 자리를 못 잡은 동생으로 골치 아프지만 그럭저럭 욕심 없이 살아간다.     

 그런 그에게 복잡한 상황이 벌어진다.

 회사에서는 경영권을 놓고 사장-전무 간 정치싸움으로 시작된 뇌물 폭로 사건에 얽히고,

 가정에서는 아내가 그의 회사 사장과 불륜이 깊어지면서

 그를 회사에서 쫓아내려고 사장 쪽의 사주를 받은 파견 계약직 소녀 (이지안-아이유)가 그를 몰래 도청하면서 여러 공작을 펼치기 시작한다.     

이를 배경으로 여러 사건이 벌어지면서

삶이 너무너무 힘든 스물한 살의 소녀와

인간에 지친 마흔다섯 살 중년이 서로에게 위로가 되고 서로를 성장시키는 스토리가 전개된다..     


 그런데

비록 나중에 박동훈 부장의 편이 되어 도움을 받지만

그 이전까지 자신을 도청하고, 상품권을 빼돌려 위험에 빠트리게 한 존재인 이지안을 채용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박동훈 자신이었다.     


 박동훈 회사의 전체 용역인력을 공급하는 파견회사의 간부는 안전진단팀 경영지원 인력이 필요하다는 말을 듣고 이력서 뭉치를 내민다.     

 이력서를 쭉 훑어보던 박동훈은 모든 경력과 학력, 자격증으로 채워진 이력서 사이에서 잘하는 것은 ‘달리기’라고 적은 게 전부인 이지안의 이력서를 보더니 말한다.


“얘로 하죠”

“어? 얘요? 다른 괜찮은 애들도 많은데 왜요?”

“그냥,,.. 달리기가 빠르다네요..”

“부장님! 나중에 딴소리하기 없깁니다.”     

박동훈이 이지안을 뽑은 것은 적절한 채용이었을까?     


 조직심리학자 헌터는 채용 평가 도구의 타당도에 관한 연구에서, 채용 평가 방법에 따라 그 채용된 사람이 이후 업무에서 보여주는 성과가 다르다고 하면서 그 타당도를 제시하였다. ( Adapted From a meta-analysis conducted by Hunter and Hunter,1984, Psychological Bulletin,Vol.9)


가장 예측 타당도가 높았던 것은 평가센터였다. 평가를 위해 전문적 교육을 받은 사람으로 구성된 조직에서 검증된 방식으로 채용할 때 그 타당도는 64%가 되었다.

이를 뒤이어 인지능력검사가 25%, 행동면접이 10%, 신체검사 자료는 9%, 경력조회는 6% 정도의 타당도를 보여주었다.     


박동훈이 이지안을 뽑을 때 사용한 방식은 경력조회로 그 타당성은 6%에 불과한 정도이다.   이력서를 통해 경력에 관한 체크를 했을 뿐이고, 이후 최소한의 면접이나, 인지능력검사 등은 전혀 시행하지 않았다.


 따라서 채용방법과 관련해 매우 타당도가 매우 떨어지는 방식을 쓰면서 그마저도 제대로 사용하지 않고 엉뚱한 기준으로 뽑은 것은 잘못된 행동이라 할 수 있겠다.     

훗날 상무가 되기 위한 압박 면접에서 상대측으로부터 스펙이 최악인 이지안을 뽑은 것에 대해 질타를 받는다.     


“이력서가 깨끗해, 여기 보여요? 달리기, 나는 달리기 쓰는 애 처음 봐, 아무것도 없는 애를 왜 뽑았습니까? 스펙 좋은 애 다 제쳐주고”


“ 파견직들을 보면 스펙 좋은 친구들은 이직률이 높아서 경영지원에 필요한 정도의 업무능력을 가진 사람이 오랫동안 지원해주는 게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뽑았고, 그 친구는 영민하고, 생색내지 않고 좋은 사람입니다.”     


스펙이 떨어진 것이 오히려 파견직 경영지원 업무를 하기에 적절하다는 박동훈 부장의 말은 어느 정도 일리가 있지만 그것이 경영지원 업무의 모든 채용근거가 될 수는 없다. 또한 달리기는 그 적절성의 근거와 더욱 거리가 멀다.      

많은 리더들은 직관적으로 의사결정을 한다. 당시의 느낌이 그랬다, 그때는 그것이 맞다고 생각했고, 왠지 그럴 것 같았다.

직관적 의사결정은 그 결정권자 개인의 만족도를 높인다. 자기 기분에 맞게 결정을 했으니..

그리고 놀랍게도 사람들은 그 결정에 꽤 큰 신뢰를 가지고 확신을 한다.      

그런데 그것이 조직의 직원을 뽑는 의사결정에 적절한가? 전혀 그렇지 않다.


조직은 왜 그러한 결정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타당한 이유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객관적인 데이터와 근거가 없는 결정은 절차적 공정성의 시비에 부딪친다.

특히 요즘처럼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청년실업의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나는 혹시 이 드라마를 보고 감동한 리더들이 이력서에 적혀있는 특이한 경력, 경험 등에  꽂혀서 직원을 채용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채용은 정말 그 일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을 뽑기 위해

최소한의 기준점을 가지고 모든 지원자들이 공정하게 평가받을 수 있는 시스템 속에서

합리적으로 결정이 되어야 한다.      

경영지원이 정말 필요했고, 이지안 보다 더 잘할 수 있었지만 불공정한 채용으로 탈락한 수많은 이름 모를 이력서에 위로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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