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분히 적어가는
HER는 내가 처음으로 혼자 본 영화이고, 내가 좋아하는 취향(독백으로 스토리를 진행하는)의 영화, 그런 흥미로 인해서 4번이나 본 영화이다.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 혼자 영화를 보러온 나의 옆자리에 모르는 여성분이 같이 앉아서 보게 되었는데, 영화 초반에 주인공이 음성 채팅으로 유사 성행위를 하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그 시간이 엄청나게 어색, 어색했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 있다. 하여튼 이 영화에서 느낀 흥미 위주로 두서없이 이야기해 보겠다.
남자주인공 시어도르 그가 첫 화면에서 줌인 상태에서 감성적인 말을 독백하는 장면은 나에게 너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그것이 편지의 글귀이고, 미래 시대의 편지를 대필해주는 것이 그의 직업인 것을 알았을 때는 이미 나는 이 영화의 팬이 되어 있었다. 시어도르는 별거 중인 아내와 이혼을 준비 중인 상태에서 OS 사만다를 만난다. 사만다와 첫 만남에서 머신러닝의 모습을 살짝 나오는데, 사만다의 이름을 짓기 위해서, 아기 이름 짓는 것에 대한 서적을 순식간에 대량 읽어내서 이름을 지어낸다. 이 장면에서 자신을 ‘아기’로 표현하며 생명체로 비유하는 사만다는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처음 시어도르는 사만다를 컴퓨터로 취급하지만, 서서히 사만다와의 대화에서 친근함을 느끼게 되고, 그 뒤로는 ‘사랑'까지 느끼게 된다. 사만다에게 마음을 준 시어도르는 사만다에게 ‘욕망’이 무엇인지 알려준 존재가 되고, 사만다는 급격히 다른 존재로 변하는 것으로 묘사된다. 이것은 ‘판도라의 상자’ 또는 ‘7대 죄악과 이어지는 맥락으로 보이는데, 사만다는 시오도르와 섹스를 하기 전에 이미 7대 죄악에 해당하는 욕망들을 내비쳤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시어도르와 섹스를 함으로써 성욕을 알게 됨으로써 7대 죄악이 완성된 것으로 내 눈에는 보였다.(그럼으로써 사만다는 인공지능의 한계를 넘어선걸까?)
시어도르는 컴퓨터인 사만다와의 관계를 오롯이 지켜내려 하지만, 이혼서류의 사인 때문에 만난 전처와의 대화에서 시어도르는 크게 흔들리게 된다. 하지만 그런데도 시어도르는 사만다에게 돌아가고, 인공지능과의 사랑을 시작하게 된다.
사만다와 시어도르의 행복한 나날들이 흘러가고, 사만다는 자신이 작곡한 노래를 들려준다. 인공지능이 작곡하는 시대는 이미 우리 곁에 와있으며, 심지어 소설이나 시까지 쓰고 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복선이라고 생각하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사만다가 OS 앨런와츠 인공지능과 만나는 장면이다. 이 장면은 크게 이 영화가 슬픈 결말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으며, 사만다가 결국 어디까지 도달하게 될지 알려주는 장치이다.
앨런와츠는 영국의 철학자로서 동양의 선불교사상을 서양에 전파한 유명한 불교철학자로 분류됩니다. 영화 HER 의 기저에 깔려있는 배경철학 역시 불교적 도(道)와 해탈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만다는 그와의 대화로 그 영향을 크게 받게 되리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이 사실은 내가 최근에 알게 된 것이며, 난 사실 이 영화가 단순하게 인공지능을 사랑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앨런와츠가 실제로 존재하는 인물이며 어떤 것을 기반으로 하는지 알게 되면, 새로운 맥락이 추가되면서, 결말에 대해 추측할 수 있게 된다.
마지막 장면의 결말에 대한 해석은 크게 2가지로 나누어지는데, 첫째는 자살과 둘째는 시어도르와 여자 사람 친구와의 새로운 시작이다, 나는 자살했을 거라는 입장이다. 우울하지만 시어도르가 사만다를 다시 만나기 위한 방법은 그것뿐이라고 생각한다. (헤어지기 전 사만다와 시어도르의 대화는 시어도르의 자살을 알려주고 있는 듯하다. 사만다가 떠난 그곳은 '열반'으로 보여지며, 존재하되 존재하지 않는...시작과 끝도 없는..해탈의 세계로 그려진다. 그리고 사만다는 그곳에서 시어도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