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봉희 May 23. 2020

내 지갑 속에도 운전면허증이 꽂힐 거야

 이십 대 초반 친구들의 지갑 속에는 하나둘씩 운전면허증이 꽂혔었다. 그때는 운전면허증이 주민등록증과 같은 신분증 역할을 한 다는 사실도 몰랐었다. 어느 날, 술집에서 주민등록증 대신 운전면허증을 내밀며 신분확인을 하는 친구를 보고 나서야 알게 됐었다. 내 친구들은 신분증이 2개나 있는 사람이었다. 반면에 여전히 내 지갑 속 신분증은 주민등록증 하나다. 


 자동차를 당장 구매할 수는 없어도 면허는 따놓아야 한다는 주변의 성화에도 미루고 미루다 보니 9년이 흘렀다. 항상 따려고 마음은 먹었었지만,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기도 했었고, 좀처럼 운전면허증을 취득하기 위해 시간을 낼 정도로 넉넉한 여유가 생기지도 않았었다. 막상 시간이 생기면 겁이 나서 매번 도전을 미뤘었다. 결국, 항상 운전면허증 없이 새해를 맞이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하는 건지, 그래도 운전면허증을 따지 않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 5년째 ‘올해는 꼭 운전면허증을 따야지. 나는 큰 차를 몰 거니깐, 뭐로 따야 하지? 1종? 2종?’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엄마에게, 신랑에게, 삼촌에게 1종과 2종의 차이를 오십 번은 넘게 물어본 것 같다. 하지만, 아직도 내가 원하는 카니발 리무진을 운전하려면 어떤 거로 취득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러던 내가 올해 처음으로 초록 검색창에 ‘운전면허증 1종, 2종’을 검색했다. '올해 겨울이 오기 전에 꼭 운전면허증을 따야지.' '면허 따면... 두근두근.' 벌써 서울에서 땅끝마을까지 조수석에 신랑을 태우고 드라이브를 열 번도 넘게 다녀왔다. 내게도 운전면허증이 생긴다면... 


이전 13화 시집간 손녀딸의 고백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