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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봉희 May 28. 2020

내 부름에 응해줄래요

 눈물이 쏟아질 신호를 보낸다. 목구멍이 뜨끈히 데워지고 메여온다. 눈 앞이 어려온다. 똑 떨어트릴 수  없기에 삼키고 또 삼킨다. 뜨거운 걸 삼켜냈더니 심장이 아파온다. 심장에서 뜨거운 비가 강하게 내리친다. 우비도 장화도 없이. 아무도 없는 곳에 물이 고이다 출렁인다. 이럴 때마다 나를 유난스럽게 사랑하고 예뻐해 줬던 친할머니가 생각난다.

 

 그녀는 바삐 돌아가는 이 곳에서 영원함이 끝나고도 쉬이 떠나지 못했다. 내가 불면증에 잠을 편히 자지 못할 때도. 내가 소리 내어 울지 못할 때도. 내 꿈에 나와 나를 보살펴줬다. 당신이 사는 내가 모르는 그곳은 좋다 말했던 그녀. 꿈속에서 나에게 참지 말고 소리 내어 울라는 말만 남기고 사라졌다. 신기했다. 우리는 오랜 시간 만나지 못했었고, 내가 그렇게 운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몇 없었는데. 당신은 다 알고 있었다는 듯이 오직 한 문장만 남긴 채 떠났다. 당신이 머물다가 떠난 그날 꿈에서 깨어난 손녀딸은 펑펑 울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눈물을 삼키는 일을 반복하며 살아가고 있다.


 노래를 듣다가 울컥. 따뜻한 햇살에 왈칵. 많은 문장에 마음이 저려와 읽고 있던 책을 덮기를 수 십 번. 잇몸이 뜨거워지도록 눈물을 또 삼킨다. 쉬이 울 수 없는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당신이 생각난다. 이제는 꿈에서조차 쉽게 만나주지 않는 그녀는 그곳에서 잘 지내고 있을지. 나를 잊고 살 정도로 그곳이 재미난 건지. 언제쯤 나를 만나러 와줄는지. 잠시 들려 지난번처럼 귀신 잡으러 왔다고. 나에게 조금 편안한 잠을 선물해주길. 이기적인 손녀딸은 자꾸만 하늘에 있는 당신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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