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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급할미 Jul 25. 2021

양재천의 소주 한 잔?


양재천에 음주금지령이 발효중이다. 강화된 코로나 방역 기준상 오후 6시 이후 셋 이상 모일 수 없게 한 정부 지침의 연장선상이겠다.


음식점이나 술집의 저녁 모임을 틀어막으니 해질 무렵 동네 한뼘 공원에까지 술병을 든 이들이 눈에 띄게 늘어난 건 사실. 어르신들이 애용하던 양재천 원두막엔 해진 뒤 번개팅 술판이 벌어졌다. 양재천 무더위 피난 명소인 영동5교 아래 계단식 데크에도 혼자서, 둘이서 맥주 캔을 홀짝이는 이가 드물지 않았다.


하루치 노동의 고달픔을 소주 한 잔으로 씻어내려는 사람들을 어찌 나무랄 수 있을까. 많이 떠들거나 소란을 일으키는 이들은 거의 없었다.


'공원 음주 전면 금지'를 내건 관할구청의 입장에  굳이 토를 달 생각은 없다. 다만 팬데믹에 할퀴고, 강제 은둔에 신음하는 이 거대도시의 서글픈 영혼들은 어디로 가야할지, 안쓰러울 뿐이다.


타는 듯한 더위 속에서도 우린 서로의 온기를 주고받고 싶은 존재임을 저녁 양재천 물가에 마주 앉은 이들이 증거한다. 무정한 팬데믹의 밤 풍경. 나는 그저 말없이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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