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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블리쌤 May 01. 2023

특별한 날 가장 감동적인 선물

오늘은 무슨 날이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식탁 위에 장문의 손편지가 놓여 있었다. 둘째 딸이었다.

편지를 읽으면서 눈물이 났다. 딸에게는 허락을 구하지 않고 편지의 일부를 나누려 한다.


(전략)

저번에 엄마 아빠가 신경을 안 쓰는게 아니고 엄마 아빠의 속상함이 저에게 닿지 않게 내색을 안 하는 거라는 말씀을 들었을 때 마음이 찡했고 너무 감사했답니다. 한 마디 툭 던지는 것보다 꾹꾹 눌러담는게 훨씬 힘드니까요. 일부러 아무 말 안 하고 계신다는 걸 모르는 건 아니었는데, 그 말을 듣고 아빠의 속상함이 생각보다 크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알아서 척척 열심히 하고 좀 덜 하라고 말릴 정도로 노력하는 그런 딸이었다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절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신다는 걸 아니까 매번 좌절해도 다시 더 열심히 해보려고 애쓰는 것 같아요. 아빠는 제 최고의 지원군이세요.


아빠는 예전부터 뭘 못해준 게 미안하다, 또 뭐가 미안하다 말씀하시곤 했는데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어렸을 때부터 단 한순간도 빠짐없이 사랑받고 있다는 걸 느껴왔고 좀 더 커서는 항상 믿어주신다는 느낌까지 받아왔어요. 주위를 보면서 이것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기 때문에 너무 감사했고 언제나 감사하고 있어요. 아빠가 읽으라고 한 <끝나지 않은 길> 초반부를 읽으면서 다시 한번 제가 얼마나 행운아인지 느꼈답니다. 저에겐 최고의 아빠세요.

(중략)

아빠의 직업에 누구보다 진심이고 열정적인 모습을 항상 존경하고, 그걸 알아주시는 많은 분들로부터 사랑받으시는 아빠가 항상 자랑스러워요. 아빠의 멋있음(ㅋㅋ)과 대단함을 딸들만 모른다.. 라고 느끼셨을 수 있겠으나 전~혀 아닙니다^^ 최고로 존경하고 멋있다고 생각합니다요. 아빠가 일에서는 일대로, 가족에게는 가족대로 진심을 다하시는 걸 보면서 저도 제 생활에 진심을 다하는 걸 배워온 것 같아요. 아직 한참 부족하지만요. 어쨌든 최고의 선생님이자, 최고의 부모님이신 아부지 항상 감사하고 고마운 마음 뿐입니다.

(후략)


아마 딸은 밤늦게 감성 충만해서 편지를 쓴 것 같았다. 아침에 긴 편지 읽는다고 지각할 뻔 했다ㅋㅋ

딸은 어버이날 편지가 없으면 여기 다 썼다고 생각해달라고, 아니 열공하느라 못 쓴 걸로 해달라는 당부도 편지에 함께 담았다.


삶의 의미와 이유를 생각하게 되는 날, 가까이 있어서 오히려 소중함을 인식하지 못해 지나치기 쉬운 가족에게서 받은 이런 인정과 진심이 너무 큰 의미로 다가왔고, 그동안의 나의 삶이 무의미하지는 않았을 거라는 감사가 가득했다.


어제 밤과 아침에 다른 가족들로부터도 메시지를 받고, 아내의 평소보다 더 많은 정성이 담긴 음식을 아침에 대접받고, 딸에게도 편지를 받고...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에 겨워 딸에게 출근길에 답장으로 문자를 보냈다.


그전의 너의 편지도 감동이었지만 오늘 난 역대급 가장 큰 감동을 선물받고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되었단다

너의 진심 어린 글에 내 모든 정체성이 다 보상받은 거 같다. 넌 사람들의 마음을 만나고 진심을 전하고 감동 주는 자리에 있어야 되겠구나 (ㅋㅋ교사가 아니라도) 너를 만나는 모든 이들이 다 행복할 것이니

고맙다 최고의 선물을 내게 해줘서. 물론 너의 존재 자체가 최고의 선물이긴 하지만


너의 든든한 지원군인 아빠가


아무도 말리지 마시길.. 오늘만큼은 내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일 것이니ㅋㅋ





편지에서 딸이 언급한 아빠의 잔소리

https://brunch.co.kr/@chungvelysam/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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