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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왕 Jul 24. 2023

오래도록 당신과 하고 싶던 일

차게 식은 맨밥에 고추장만 한 숟갈 떠 넣고 쓱쓱 비벼 먹고 싶습니다. 여름엔 열무김치까지 있으면 더 좋고요.


프라이팬에 버터를 두르고 그 위에다가 계란을 묻힌 식빵을 살짝 구워서 설탕을 솔솔 뿌려서 먹고 싶기도 해요.


어제 친구들하고 냉동 삼겹살 먹다가 갑자기 생각난 건데요. 삼겹살도 그냥 얇은 거 사다가 불판 위에서 구워 먹고 싶어요. 통삼겹살이나 오겹살까지도 필요 없습니다. 그걸 소금장에 콕 찍고 밥이랑 쌈장이랑 넣고 상추쌈을 싸서 한입 크게 넣고 우물거리고 싶어요.


제가 당신과 오래도록 하고 싶었던 건 다 평범하고 가난한 것들이었던 것 같아요. 아마 제가 평범하고 가난한 인간이라 그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있잖아요, 만약 당신이 옆에 계셨으면 비빔밥의 마지막 한 숟가락이나, 설탕이 많이 묻은 쪽의 빵이나, 제일 먼저 싼 쌈은 꼭 당신을 드렸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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