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반계리 2

by 마왕

병상에 있는 당신에게 새해 소원을 물은 적이 있다. 흰 벽에 비스듬히 기대어 있던 당신은 심드렁한 목소리로 그냥 올해를 다 사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런 게 무슨 소원이냐고 눈을 흘겼더니, '어차피 마음먹는다고 해서 될 것도 아니고-' 하며 말을 흘리고 창으로 고개를 돌렸다.


창밖의 싸락눈을 한참이나 보던 당신은 마뜩잖아하는 내 표정이 못내 걸렸는지 이내, '1월에 2차 항암 끝난 다잖어, 그거 보고 나서 정하지 뭐-' 하고 어물쩍 말을 덧붙였다.


당신의 마지막은 늘 잠든 듯 누워있는 모습으로 기억되어 있다.


어느 땐 반나절, 어느 땐 하루를, 어느 땐 이틀을 꼬박.


눈을 감고 있는 시간이 스무 시간을 넘어갈 즘, 코에만 끼고 있던 산소호흡기를 코와 입을 다 가리는 것으로 바꿔서 달았다.


어쩌다 잠깐 정신이 돌아올 때면, 몇 초간 눈을 뜨는 일도 있었다. 그럴 때 당신은 이제 갓 대학에 입학한 딸이나, 나를 게슴츠레 쳐다보는 것에 온 힘을 쏟았다.


흐릿한 눈 사이로 기어코 사랑을 찾아내던 필사적인 그 힘이 아직도 뇌리에 또렷하게 남아있다. 한 십 초에서 이십 초 남짓이었다.


당신이 가고 봄이 왔다.

반계리에는 가을이 가고 겨울이 왔다.


해가 지고 저녁이 되었다.

밤이 오니 당신이 더 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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